이 책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한 일종의 ‘요약·해설서’입니다.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질투],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네 멋대로 해라] 등 명작 드라마 전편을 30분 정도로 요약해주는 ‘명작극장’이라는 코너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각 방송사가 자사의 유튜브 채널로 ‘핵심 요약’, ‘전편 정주행’ 등의 제목을 단 비슷한 콘셉트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요. 이 책의 성격이 이와 비슷합니다.
이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줄거리를 압축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요약). 한편, 이 책의 화자인 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단순 나열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해당 정책들이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합니다(해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제 요약·해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줄거리를 좇는 것과 동시에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생리와 정책 등에 대한 식견도 넓힐 수가 있습니다.
---「프롤로그」중에서
2018년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주택보급률은 104.2%입니다. 그렇습니다. 주택 수가 가구 수보다 더 많습니다. 「주거기본법」이 있습니다. 주거 정책에 관련한 법률 체계의 최상위 법 및 기본법적인 지위를 갖는 법률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6월에 제정되어 그해 12월에 시행되었습니다. 아래에 해당 법률의 제정 이유 중 일부 문장을 옮깁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함에 따라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주택 공급’에서 ‘주거복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 그때도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옵니다. 대한민국에는 정말 집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재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자기 이름의 집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간단합니다. 누군가 주택을 자꾸 사재기하고 있는 겁니다.
---「키워드 3 : 종합부동산세-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한 보유세 규제 변천」중에서
그것은 바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장치입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전국에 있는 주택을 인(人)별로 합산하여 과세합니다. 그런데 임대주택 사업자는 그 특성상 주택을 여러 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정 기준을 충족한 민감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해줍니다. 그 탓에 ‘일정 기준을 충족한 임대주택 사업자’는 종합부동산세 세계에서만큼은 주택이 100채여도 1채, 1,000채여도 1채가 됩니다. 즉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을 하면 집이 100채가 있어도, 1,000채가 있어도 종합부동세가 0원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내용을 확인한 투자자들은 외쳤습니다. ‘유레카!’
부동산 투자자들이 앞 다투어 민간 임대주택 등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인센티브도 취하면서 종합부동산세까지 피할 수 있는 젖과 꿀이 흐르는 세상을 발견한 것입니다.
---「키워드 4 : 임대사업자 등록제도-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제도의 변천」중에서
일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집값 잡기에 매몰된 경향이 있습니다. 진짜로 집값을 잡고자 한다면 메시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집값 문제를 절대로 전면에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현재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56.2%가 집을 소유(2018년 기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봅시다. 나에게 집이 있습니다. 그런 나는 내 집값이 올랐으면 할까요? 떨어졌으면 싶을까요? 당연히 전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을 잡겠다고 각종 규제 정책을 동원하면, 그건 곧 과반수 가구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값을 하락시키겠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주택을 가진 가구들은 날이 설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집값 잡기’가 아닌 ‘주거권 향상’을 기치로 각종 정책을 소개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사유 재산 가치의 등락에 대한 국민의 민감한 반응을 어느 정도 희석할 수 있었을 겁니다. 무엇보다 ‘집값 잡기’가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종 목표인 것처럼 비추어지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집값 안정은 주거권 향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덤일 뿐입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공과 실패」중에서
이사를 다녀본 분들은 다 알 겁니다. 이사하는 건 너무 힘이 듭니다. 오죽하면 ‘이사하기 힘들어서 집 사야겠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는 절반만 진담입니다. 이사하기 힘들다는 말이 진담이고 집 사야겠다는 말은 농담입니다. 집은 너무 비싸서 마음 먹는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주거 안정성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내 집 없는 설움을 끝내기 위해’ 무리하여 집을 구매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주거 안정성을 해결해주면 내 집 없는 설움을 끝내기 위해 무리하여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를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의 제도 개선 방법은 역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가령 현행 4년의 주거 세입자 보호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이지요.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2년에서 4년으로 고작 2년 늘어난 것에 불과해서 주거 세입자들이 무리한 주택매매를 생각하지 않을 만큼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전방위 공격 1 : 공급을 늘려라」중에서
“고지서 받고 경악할 뻔했네요.”, “작년 대비 10배는 나온 것 같습니다.” 2020년 귀속분 종합부동산세(종합부동산세)가 전송되면서 일부 납세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만히 있었는데 2020년 종합부동산세가 10배 이상 늘어나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린 이미 앞에서 종합부동산세의 급격한 세 부담을 막기 위해 해당 연도에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금액이 전년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합계액의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그 초과 금액을 공제해주는 ‘세 부담 상한’이라는 장치가 있다는 걸 살폈습니다. 2020년 세 부담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주택자인 경우는 150%,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을 가지면 200%, 3주택자면 300%.
그러니까 주택이 아무리 많아도 1년 사이에 종합부동산세가 10배가 될 수는 없는 겁니다. 만약 실제로 누군가의 종합부동산세가 작년 대비 10배 이상 올랐다면, 그는 지난 1년 사이 ‘주택 쇼핑’을 한 겁니다. 종합부동산세를 공격하는 일부 언론들은 이런 이야기를 빼길 좋아합니다.
---「전방위 공격 3 : 부자가 내는 세금, 종합부동산세」중에서
하지만 역시(!) ‘집값을 하향 안정화하는 정책이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정부가 정책으로 채택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해당 정책을 쓴 결과 문재인 정부가 민심을 잃어 두 정책의 무력화를 공약으로 내건 다른 정치 세력에게 정권을 내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편의상 ‘하향 안정화’라는 표현을 쓰고는 있지만, 두 정책을 사용했을 때 집값이 어느 정도 떨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오직 신만이 압니다. 하여 모름지기 어떤 정책을 강화할 때는 소금으로 음식 간을 하듯이 조금씩 더해야 하는 법입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수십 번에 걸쳐서 나온 또 다른 이유입니다. 물론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N번째 부동산 대책을 쓸 수 없습니다.
다시 여러분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해봅시다. 현재 여러분의 정부가 펼치는 부동산 정책에 관해 국민 대다수가 타박을 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올라 돈을 번 사람들은 ‘정부가 집값 잡는 정책을 쓴다’며 혼을 내고, 집 없는 이들은 ‘정부가 집값 잡는 정책을 제대로 못쓴다’고 쓴소리합니다. 그 와중에 여러분 임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한숨을 푹 내쉬고 집무실 책상 위를 보니 어떤 통계 자료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무주택 가구 43.8%, 유주택 가구 56.2%” 여러분이 대통령이라면 집값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책 제언 2 : 실질 LTV 도입을 통한 갭 투기 근절 및 전세 보증금 관리 방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