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거의 다 도착해 은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을 무렵 그들은 발밑의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항구에서는 거품을 일으키며 솟아오른 바닷물이 정박해 있는 배들을 덮치며 산산조각 내버렸다. 불꽃과 재가 뒤섞인 회오리바람이 거리와 광장을 뒤덮자 집들이 쓰러지고, 지붕들이 포장도로 위로 내동댕이쳐졌고, 도로는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3만 명의 주민들이 그 폐허 아래 깔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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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네공드와 캉디드가 도망치고 있을 때, 바다호스의 마을에서 퀴네공드의 돈과 보석을 훔쳐간 사람은 프란체스코회 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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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신부님들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백성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이성과 정의의 걸작이라 할 수 있죠. 저는 예수회 신부님들보다 더 신성한 사람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 p.95
“신부님, 이 세상에서 선조들이 있다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제가 유대인과 종교재판소장의 품에서 아가씨를 구해냈습니다. 아가씨가 제게 갚아야 할 빚이 있고, 저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팡글로스 선생님은 언제나 인간은 평등하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반드시 아가씨와 결혼할 겁니다.”
“그렇게 될지 두고 보자, 이 비천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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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은 세상의 모든 일에 놀라시는군요. 원숭이들이 여자들의 호감을 얻을 수도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왜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가 4분의 1은 스페인 사람인 것처럼 원숭이도 4분의 1은 인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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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유럽 사람들이 왜 우리의 누런 흙을 좋아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원하는 만큼 가져가도록 하시오. 여러분에게 커다란 행운이 깃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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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데르덴두르 씨가 당신을 그렇게 끔찍하게 만든 것이오?”
“그렇습니다, 나리. 이곳의 관습이죠. 옷은 일 년에 두 번 무명 속바지 한 벌을 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설탕 공장에서 일하다가 분쇄기에 손가락 하나를 잃게 되면 손을 잘라버리고, 도망치다 잡히면 다리를 자르는데, 저는 그 두 가지 일을 다 겪었습니다. 이런 일의 대가로 유럽에서 설탕을 먹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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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캄보가 말했다.
“그 낙관주의란게 대체 뭡니까?”
“아아! 그건 모든 것이 최악일 때도 끝까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지.
--- p.133
“마르틴 씨, 프랑스에 가보신 적은 있습니까?”
“그럼요. 여러 지방을 가보았죠. 어떤 곳은 주민의 절반이 바보이거나 미치광이였고, 어떤 곳에는 매우 약삭빠른 사람들이 있었죠. 또 어떤 곳에서는 전반적으로 친절하거나 난폭했고, 반면에 잘난 척을 즐겨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주된 관심사는 사랑이고 그 다음이 중상모략 그리고 마지막이 허튼소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p.145
그들은 호사스러운 저녁 식사를 했으며, 사람들은 모두 캉디드가 돈을 잃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에 깜짝 놀랐다. 하인들은 상스러운 어투로 나직하게 수군거렸다.
“오늘 저녁엔 영국 귀족께서 왕림하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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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자신의 지위나 역할도 모르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물론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즐겁고 제법 의견의 일치를 보이는 저녁식사 시간 외에는 늘 쓸모없는 논쟁으로 허송세월을 합니다. 얀센파는 몰리나파와, 의회는 교회와, 학자는 학자들과, 공무원은 공무원과, 금융업자는 시민들과, 아내들은 남편들과, 친척은 친척들과 다툽니다. 영원한 싸움인 거죠.
--- p.161
나는 영국의 왕인 찰스 에드워드요. 아버지는 나에게 합법적인 권한을 모두 넘겨주셨소. 나는 왕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나의 지지자 8백 명 이상이 교수형을 당하고 내장이 뽑히고 사지가 찢겨 죽었고 나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소. 할아버지와 나처럼 폐위 당하신 아버지를 뵈러 로마로 가는 중입니다. 베네치아에는 카니발을 즐기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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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가 말했다.
“지금은 우리가 정원을 경작해야만 한다는 것도 압니다.”
팡글로스가 말했다.
“자네 말이 맞네. 인간이 애초에 에덴동산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곳을 경작하기 위해서였던 것이기 때문이지. 그것은 인간이 빈둥거리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
--- p.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