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안녕! 내 이름은 후쿠코. 보다시피 고양이야. 나는 흔히 말하는 길고양이야. 고양이는 대개 한 사람한테만 딱 붙어 있지 않잖아. 나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크고도 깊은 사랑을 받았어.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는 동네에서 인기가 대단했어.
이거 봐! 보다시피 얼굴도 몸도 오동통 귀엽고 애교가 철철 넘쳐흐르지? 부드럽고 탐스러운 하얀 털에 듬성듬성 박힌 까맣고 둥근 점. 마치 하얀 찐빵에 까만 콩이 박힌 것처럼 보이잖아.
--- p.8~9
이렇게 나는 새로운 내가 된 거야. 이제 알겠지? 맞아, 나는 ‘유령 고양이 후쿠코’야. 하지만 평범한 유령이 아니야.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이 마을을 지킬 힘을 하늘로부터 받은 특별한 유령 고양이지. 말하자면 마을의 수호신이랄까? 내 모습은 사람들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아. 하지만 나는 분명히 여기에 있고,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해. 자, 이제 거기 앉아서 내 이야기를 마저 들어 볼래?
--- p.14
“안 돼, 나쓰미!”
하지만 늦었어. 나쓰미는 이미 맨 위에 있는 돌멩이를 집어 들었지. 아마도 조심스럽게 살짝 건드렸겠지만 밑에 있던 돌멩이들이 와르르 무너져 주위로 흩어져 버렸어. 그러자 으스스한 바람이 불어왔어. ‘우우웅 우우웅’ 마치 신음 같은 소리를 내며 땅속에서부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지.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도망쳐, 나쓰미!”
--- p.28
“너 후쿠코지? 올봄에 죽은 이 동네 고양이.”
그 말을 들으니 나는 벌컥 화가 났어. 낯선 녀석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니까. 그래서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되받아치고 말았어.
“그러는 넌 누구냐? 내 기억에는 알고 지낸 여우가 없는데.”
“애고, 무서워라. 잘못했다가는 한 대 맞겠네. 보기와 영 다른걸?”
애송이 여우는 실실 웃으며 고개를 움츠리는 시늉을 했어.
“나는 달초리구스리동그리라고 해. 부르기 힘들거든 그냥 ‘달초리’라고 해도 돼.”
--- p.46~47
그날은 날씨가 조금 눅눅했어. 쌀쌀한 바람이 ‘휘잉휘잉’ 불고 하늘은 잔뜩 흐렸지. 금방이라도 비가 후드득 쏟아질 것 같은 그런 날씨 알지? 나는 유령이 된 뒤에도 비는 딱 질색이야. 이런 날씨에는 어디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곳으로 피신하는 게 제일이지. 그래서 나는 카페 〈블루문〉에 가기로 했어.
---p.12
그건 노랫소리였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웅얼거렸지만 노랫소리가 분명했어. 소리는 아저씨가 커피콩을 갈고 있는 커피밀에서 나고 있었어. 설마 저 안에 자그마한 동물이 들어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딨어?
---p.19
“후쿠코! 〈보린당〉에 가 보지 않을래?”
“〈보린당〉이라면……. 혹시 골동품 가게?”
“맞아. 거기라면 ‘물건의 정령’이 잔뜩 있을 거야. 어쩌면 이 말의 뜻을 아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지. 이걸 읽을 수 있다면 분명 요정의 말도 알아들을 거야. 우리가 부탁하면 통역을 해 줄지도 모르고.”
---pp.46-47
예를 들면 ‘무좀 간지러워 커피 맛’은 마녀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고, 기운을 내고 싶을 때에는 ‘부스럼 폭발 커피 맛’,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에는 ‘고열 화끈화끈 커피 맛’(이치로 아저씨가 마신 게 바로 이거래.)을 만드는 거래. 얼굴이 노래지고 빨간 점이 생기는 맛은 마녀가 특히 좋아했는데, 그게 예쁘다고 생각했대. 나 참 황당해서. 나쁜 마녀는 취향도 참 별나다니까.
---pp.5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