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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이 잘못 돌아가나

왜 세상이 잘못 돌아가나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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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78g | 145*210*30mm
ISBN13 9791160870824
ISBN10 11608708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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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공공 생활에서 생기는 아주 곤란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어떤 사람이 병폐라고 여길 만한 치료법을 다른 사람은 찾아 나서고, 어떤 사람이 두말없이 질병이라고 부를 만한 상태를 다른 사람은 아주 건강한 상태라고 부르짖는다는 점이다. 언젠가 벨록은 자기 이를 뽑아버리지 못하듯 재산 관념을 없애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쇼에게 재산은 뽑아낼 수 없는 이가 아니라 치통이다. 밀너 경은 진지하게 독일식 효율이 두드러진 관료체제의 이상을 영국에 응용하려고 했고, 우리는 대부분 곧 독일의 홍역을 환영할 판이다. 샐리비는 솔직하게 우생학을 지지한다고 말할 테고, 나는 오히려 류머티즘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이것이 현대 사회에 관한 토론을 지배하는 사실이고 우리의 시선을 끈다. 우리는 어렵고 힘든 문제뿐 아니라 목표를 두고도 다툰다. 우리는 악에 관해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선에 관한 의견은 각자 시각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모두 게으른 귀족 정치가 나쁜 체제라는 점에 동의한다. 능동적 귀족 정치가 좋은 체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정하면 안 되는 것이 귀족 정치다. 우리는 비종교적 성직 생활에 분노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정말로 종교인이 역겨워서 미쳐버릴 지경에 이른다. 우리의 군대가 약하면 누구나 분개한다. 그런데 우리의 군대가 강하면 더욱 분개할 사람도 있다.
--- p.19

우리의 현대 정치는 시끌벅적한 건망증으로 가득하다. 의식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일이, 따지고 보면 모든 복잡함과 타협의 목표라는 것을 잊는다. 우리는 쓸모있는 인간과 작동하는 제도를 빼고는 다른 아무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는 닭에 대해 달걀을 더 많이 낳을 존재로 생각할 따름이다. 우리의 이상적인 새, 제우스를 상징하는 독수리나 셰익스피어를 상징하는 에이번강의 고니, 또는 우리가 원하는 무엇이든 길러내는 일은 무시하고, 과정과 배아에 관해서만 떠들어댄다. 신성한 목적과 관계가 끊어지면 과정은 의심스러워지고 병들기도 쉽다. 독이 모든 것의 배아 속으로 들어가서 우리의 정치는 썩은 달걀이 된다.
--- p.23

우리는 오늘날 어떤 반군이 낡아빠진 전제 정치나 케케묵은 미신을 공격하는 용맹이나 배짱에 대한 글을 자주 읽는다. 낡아빠지거나 케케묵은 것을 공격할 때 누군가의 할머니에게 싸우자고 제의할 때처럼 현실적으로 어떤 용기도 필요치 않다. 진짜 용감한 인간은 아침처럼 젊은 전제 정치와 처음 핀 꽃처럼 새로운 미신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유일하게 참된 자유사상가는 과거만큼 미래에도 많이 얽매이지 않은 지성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있었던 일만큼 있게 될 일에도 신경을 덜 쓰는 사람이다. 참된 자유사상가는 오로지 있어야 할 것에 관심을 가질 따름이다. 그리고 현재 목적을 위해, 나는 특히 이런 추상적 독립성을 강력히 주장한다. 만약 내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토론해야 한다면, 첫째로 잘못된 일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다. 과거의 일은 불가능해졌다는 가정을 깊은 침묵 속에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현대인이 아주 좋아하는 은유가 한 가지 있다. 그들은 언제나 “그대는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하고 명백한 대답은 “그대는 되돌릴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인간이 구성한 일부로서 시계는 어느 숫자나 시간으로든 되돌릴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인간이 구성한 일부로서 사회는 이전에 실제로 있었던 어떤 계획에 근거하든 재구성할 수 있다.
--- p.48

우리 시대에 ‘재산’이라는 말이 거대 자본가들의 부패로 더럽혀졌음을 나는 잘 안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누구든 로스차일드 가문이나 록펠러 가문이 재산권을 지지하는 편에 섰다고 생각하리라. 하지만 명백히 그들은 재산권의 적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의 고유한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땅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땅을 원하며 이웃의 경계표를 제거할 때, 자신의 경계표도 제거한다. 작은 삼각형 밭을 사랑하는 사람은 밭이 삼각형이기 때문에 사랑해야 한다. 작은 삼각형 밭의 주인에게 땅을 더 많이 주어서 삼각형을 망친 이는 누구든지 삼각형 밭을 훔친 도둑이다. 진짜 시를 소유한 인간은 자신의 정원이 스미스의 정원과 만나는 곳에 벽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자신의 농장이 브라운의 농장과 만나는 곳에 울타리가 세워지기를 바란다. 자기만의 정원이나 농장을 원하는 것이다. 그는 이웃의 땅끝을 볼 수 없다면 자기 땅의 모양을 볼 수 없다. 서덜랜드의 공작이 모든 농장을 하나의 부동산으로 소유해야 한다는 것은 재산권을 부정한다는 뜻이다. 서덜랜드의 공작이 우리의 아내들을 모두 하나의 후궁에 가두어 첩으로 삼으면 결혼 제도를 부정하는 셈인 것과 마찬가지다.
--- p.64

필요나 명예를 제외하고 지상에서 행할 가치가 있는 모든 일에는 아무도 밟으려고 하지 않을 단계가 있다. 그때 제도는 인간을 떠받치고 더 단단한 땅 위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인간의 본성에 속한 이런 확고한 사실이 그리스도교가 승인한 결혼의 숭고한 헌신을 옳게 만들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인간의 본성에 속한 확고한 사실은 결혼이 확고한 것이고 결혼의 해소는 허물이거나 적어도 불명예라는 일반적 느낌을 충분히 옳은 것으로 만든다. 본질적 요소는 지속이 아니라 안정이다. 두 사람은 20분 동안 춤추든 2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든 진가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결합해야 한다. 두 경우에 논점은 한 사람이 처음 5분이 지나고 지루함을 느끼더라도 이어나가야 하고 억지로라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는 용기를 북돋움의 일종이다. 무정부 상태가 (또는 누군가 자유라고 부르는 것이) 본질상 압박을 초래하는 까닭은, 그것이 본질상 용기를 꺾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모두 거품처럼 공중에 떠돌며 어디든 아무 때나 자유롭게 표류한다면, 아무도 대화를 시작할 용기를 실제로 내지 못할 터다. 다정히 속삭이듯 문장을 하나 시작했는데 상대가 형체 없는 공기처럼 자유롭게 떠돌고 있어서 문장의 나머지 절반을 크게 외쳐야 한다면 당혹스러울 것이다. 두 사람이 충분히 대화를 나누려면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 만약 미국인이 ‘기질이 맞지 않는’ 탓에 이혼할 수 있다면, 왜 전부 이혼하지 않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아는 한, 행복한 결혼의 사례는 많아도 기질이 맞는 결혼의 사례는 하나도 없다. 결혼의 온전한 목표는 기질이 맞지 않아도 싸움을 거쳐 문제가 되지 않는 순간까지 살아내는 것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자체로 기질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 p.69

인간은 언제나 길을 잃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래 부랑자였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찾는지 알았거나 안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저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우주의 어딘가에 집이 있다. 집은 느리게 흐르는 노퍽 강 속에 허리까지 담그거나 서식스의 언덕에서 햇볕을 쬐는 사람을 기다린다. 인간은 언제나 이 책의 주제인 자기 집을 찾고 있었다. 이제 인간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내리는 음산한 싸락눈 같은 회의주의에 지배당하면서 처음으로 희망이 아니라 절망으로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은 지구에서 방랑하는 목적을 정말 의심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언제나 길을 잃었다. 그러나 지금 인간은 자신의 주소지를 잃었다.
--- p.81

보편적이지만 사적인 사유 재산 이념, 자유롭지만 여전히 가족인 가족 이념, 민주적이지만 여전히 가정적인 가정 생활의 이념, 한 인간에게 하나의 집이라는 이념은 여전히 인류에 대한 현실적 통찰로서 자석처럼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세상은 더 형식적이고 일반적이며, 덜 인간적이고 친밀한 이념을 수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해 상심한 여자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이다. 사회주의는 세상을 구할 이념일지도 모르지만, 세상이 바라는 이념은 아니다.
--- p.92

흔한 일은 진부하지 않다고 누구나 승인한다. 태어나는 순간은 정확히 충격을 크게 주고 기괴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어서 휘장으로 가려진다. 죽음과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생각하기만 해도 심장이 멎을 수 있다. 이를 인정하지만 어떤 주장을 덧붙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이상하다는 것은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더욱이 보편적으로 벌어지는 일은 미묘하다. 최종 분석을 거치면 흔한 일은 대부분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정말로 쉬운 부분만 논함으로써 난점을 처리한다. 따라서 그들은 첫사랑을 성과 관련된 본능이라고 부르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자기보존 본능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공작의 초록색을 묘사하려다 생긴 난점을 파란색이라고 불러서 처리할 뿐이다. 파란색은 거기에 있고 초록색이 아니다. 사랑의 이야기와 죽음의 상징(Memento Mori)에 둘 다 강한 물리적 요소가 들어 있다는 점은, 일부 과학자들이 완전히 지적으로 생각했을 수준보다 더욱 당황스럽다.
--- p.102

지나가는 말로 남자가 한 가지 특징을 계발하도록 만든 힘은 경쟁 체제라고 흔히 부르는 것과 관계가 없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집산주의에도 똑같이 실제로 작동할 것이라고 논평해야 하겠다. 사회주의자들이 솔직하게 바이올린, 망원경, 전깃불의 표준이 정해지는 기준의 하락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들은 어떻게든 현재 전문적인 일에 계속 집중하는 개인에게 부담을 떠넘길 도덕적 요구를 새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오로지 어느 정도 전문적인 남자들이 있었기에 망원경이 만들어졌다. 남자들은 확실히 망원경을 계속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어떤 남자를 국가 임금 노동자로 만듦으로써 그가 자신의 임금을 버는 고달픈 방식에 관해 원칙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오래된 보편주의 시각을 충족한 대단히 가볍고 더욱 여유로운 사고방식을 세상에 보존하는 길은 하나뿐이다. 말하자면 일부라도 보호받는 인류의 절반이 있다고, 귀찮은 산업주의의 요구로 고생하지만 단지 간접적으로 고생하는 절반이 있다고 허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류의 모든 중심부에 더 큰 계획에 따른 인간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주는 여자 인간이다.
--- p.142

여성의 참정권에 반대하는 전통이 여자들을 활동적 삶, 사회의 영향과 시민의식에서 떼어놓는다고 말할 때, 좀 더 맑은 정신으로 엄밀하게 이런 전통이 실제로 여성을 활동적 삶에서 떼어놓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자. 그것은 명확히 여성을 집단적 강압 행위, 군중에 의한 처벌에서 떼어놓는다는 말이다. 인간적 전통에 따라 만약 20인이 나무나 가로등 기둥에 한 인간의 목을 매단다면, 그들은 남자들이지 여자들이 아니다. 합리적인 어떤 참정권 확장론자도 이런 기능에서 여자를 배제하는 것이 적어도 거부권과 마찬가지로 보호 방법으로 주장되었을 수도 있음을 부정하지 않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솔직한 어떤 사람도 남자 총리가 있으나 여자 총리는 없다는 생각이, 적어도 남자 사형 집행인이 있으나 여자 사형 집행인은 없다는 생각과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제안을 일축해 버리지 못할 것이다.
--- p.181

나의 친구 쇼에 관해 내가 작은 책을 썼을 때, 당연히 쇼가 서평을 써 주었다. 내 책에서 다룬 주제를 쇼가 비판했듯, 나 또한 사심없고 치우치지 않은 관점으로 응답하고 비판하려는 유혹에 자연스럽게 흔들렸다. 내가 응답으로 하려던 농담이 속이 훤히 드러나는 느낌이어서 보류한 것은 아니었다. 속이 훤히 드러나는 농담은 성공한 농담이고, 교묘하게 자신을 위로할 뿐 성공했다고 보기 힘든 어릿광대 짓이다. 내가 쇼의 재미있는 공격에 응수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이렇다. 서평의 단순한 문구 하나 때문에 내가 그에게 원했거나 원할 모든 것을 영원히 포기했다. 나는 쇼에게 매력 넘치는 영리한 동료지만 평범한 칼뱅 신학의 추종자라고 말했다. 쇼는 내 말이 옳다고 인정했고, (나에 관한 한) 문제는 끝난 셈이다. 물론 쇼는 칼뱅이 “일단 인간이 태어나면 저주나 구원을 받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라고 주장한 점에서 상당히 옳았다고 말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하 세계의 비밀이고 지옥에 관련된 최후의 거짓말이다.
--- p.202

교육으로 우리가 갖지 않은 것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오류가 유행하고 있다.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교육은 일종의 마법 같은 화학 반응이고, 위생적인 식사, 목욕, 숨쉬기 운동, 신선한 공기, 손을 이용한 그리기 따위를 힘겹게 뒤섞어 우연히 눈부시게 멋진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교육은 개념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우리가 개념적으로 생각할 때까지는 좋은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 어떤 일반적 목적도 추구하지 않는다. 유전 문제에서는 침울하게 법에 따르던 사람들이 환경의 문제에서는 거의 기적을 믿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은 이상하다. 그들은 부모의 몸에 있던 것 말고는 아이의 몸을 만들기 위해 아무것도 주어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부모의 머릿속에 있지 않거나, 혹은 정말로 아무 데도 없는 것이 아이의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 p.219

색채는 풍부한데 배색할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는 현대인이 좇는 이상과 특히 현대 교육에 잘못된 모든 것을 깨우쳐 주는 아주 완벽한 비유다. 윤리 교육, 경제 교육을 비롯한 모든 교육도 마찬가지다. 자라는 런던의 아이는 논란을 크게 불러일으키는 교사들이 부족하지 않다. 이런 교사들은 지리학이란 지도에 붉은색 칠하기를 의미하고, 경제학이란 외국인에 대한 세금 부과를 의미하고, 애국심은 대영제국 기념일에 국기를 흔드는 기이하고 비영국적인 습관을 의미한다고 가르칠 것이다. 이런 예들을 특별히 언급할 때, 나는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유사하게 조잡한 행동과 대중에 호소한 오류가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예들이 현대인의 상황에 속한 아주 특별하고 시선을 끄는 특징을 드러내기 때문에 언급한다. 이는 급진 혁명가들이 언제나 있었고, 지금은 토리당 혁명가들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보수주의자는 더는 보수주의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혁신가라고 공언한다. 따라서 군중에 맞선 방어벽이라고 말하는, 상원의 현재 방어책은 모두 지적으로 끝났으며, 기반이 무너졌다. 왜냐하면 현대의 가장 격렬한 대여섯 가지 주제에 대해 상원은 스스로 군중이 되고 지나치게 군중처럼 행동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 p.242

거짓을 사실인 양 꾸며서 고발하거나 고소하는 일이 있다. 이것이 무고(誣告, false accusation)다. 고전주의에 대한 고발, 잔혹성에 대한 고발, 그리고 배타성에 대한 고발은 혈통의 완벽함에 근거한다. 영국 공립학교의 소년들은 현학자가 되지도 않고 고문자가 되지도 않는다. 대다수 소년은 조상을 딱히 자랑스러워하지 않거나, 자랑스러워할 조상도 없다. 그들은 공손하고 성미를 누그러뜨리고, 신체적으로 대담하고 청결해지기 위해 배운다. 일반적으로 동물에게 친절하고 하인을 비롯한 동등한 누구든, 또 지구상의 쾌활한 동반자들을 정중한 태도로 대한다. 그러면 이상적인 공립학교에 어떤 잘못된 점이 있는가? 우리는 모두 공립학교에 무엇인가 잘못된 점이 있다고 느끼지만, 신문에 나온 문구가 맹목적으로 퍼져서 혼란스럽고 복잡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맹목적으로 퍼진 모든 문구에 현혹되지 않고 공립학교의 시작과 영국 공립학교의 위대한 성취에 끼어든 결점을 추적하기는 힘든다.
--- p.259

마테를링크는 틀림없는 천재고, 천재는 언제나 돋보기를 가지고 다닌다. 그의 끔찍스러운 수정 렌즈로, 우리는 벌들을 작고 노란 벌떼가 아니라 황금색 군대와 전사, 여왕까지 위계를 갖춘 무리로 보게 되었다. 상상력은 영구히 과학의 여러 갈래로 뻗은 길과 풍경을 따라 더 아래를 응시하고 더 기어 내려가, 어떤 이는 비율이 제멋대로 뒤바뀌는 온갖 경우를 상상한다. 집게벌레는 코끼리처럼 메아리치는 평원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걷거나, 메뚜기는 거대한 비행기처럼 하트퍼드셔에서 서리로 날아가듯 우리의 지붕 위로 포효하며 다가온다. 어떤 이는 꿈속에서 거대한 곤충학 성당에 들어갈 듯한데, 이런 건축은 팔이나 등뼈보다 더 야생에 가까운 것에 기초한다. 안에 늑골 기둥은 칙칙하고 기괴한 애벌레가 어중간하게 기는 모양이거나, 둥근 천장은 허공에 매달려 번뜩이는 무시무시한 거미의 형상이다. 아래 세상을 과장한 모습에 대해 이런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현대 공학 작품이 하나 있다. 흔히 투페니 튜브라고 불리는 기이한 곡선 구조의 지하철로다. 수직 기둥이나 둥근 기둥이 없는 땅딸막하고 둥근 길은, 머리를 드는 법을 모르는 거대한 벌레 모양의 굴처럼 보인다. 이것은 뱀의 지하 소굴이자 모양과 색을 바꾸려는 정신이며, 바로 인간의 적이다.
--- p.293

나는 도랑에 넘어진 개구쟁이 여자아이의 붉은 머리카락으로 모든 현대 문명에 불을 지르려 한다. 여자아이는 머리카락을 길러야 하기에 머리를 깨끗이 감아야 한다. 머리를 깨끗이 감아야 하기에 더러운 집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 더러운 집에서 살아서는 안 되기에 자유롭고 한가한 어머니가 있어야 한다. 자유롭고 한가한 어머니가 있어야 하기에 고리대금업자인 지주가 사라져야 한다. 고리대금업자인 지주가 사라져야 하기에 재산을 다시 분배해야 한다. 재산을 다시 분배해야 하기에 혁명은 일어날 것이다. 방금 내 집 앞을 아장아장 걸어 지나간,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던 개구쟁이 여자아이는 머리카락을 잘라내지도 매를 맞지도 바뀌지도 않으리라. 여자아이는 죄수처럼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니, 지구의 모든 나라가 여자아이에게 맞춰 변경되고 뒤집히리라. 여자아이는 인간답고 신성한 모습을 띤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모든 사회 구조는 흔들리고 쪼개지고 무너질 것이다. 사회를 지탱하던 기둥은 흔들리고, 오래되고 낡은 지붕은 무너지겠지만, 여자아이는 머리카락 한 올도 뽑히지 않으리라.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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