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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막하 - 시크한 늑대와 도도한 여우 2

막상막하 - 시크한 늑대와 도도한 여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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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148*210*30mm
ISBN13 9791136559579
ISBN10 113655957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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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말라. 지금 몇 시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핸드폰을 찾아 손을 뻗었지만 아무리 훑어봐도 핸드폰은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야, 또 잃어버렸나?
더듬더듬 다시 한번 손을 뻗자 이번에는 단단하고 따뜻한 뭔가가 손에 닿았다.
예나의 손이 정체 모를 물체를 더듬어갔다. 손에 닿는 느낌이 너무도 좋아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그만 좀 하지.”
잠결에 들리는 목소리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에 예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아직 꿈인가 봐. 나 꿈 잘 안 꾸는데. 이 기분 좋은 꿈은 뭐지?
따뜻하고 포근하고, 좀 더 오래 이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 이불 속으로 조금 더 파고들 때였다. 조금 전까지 따스하던 몸이 한기가 들 정도로 서늘해졌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뭐야, 또 정연이?
“아! 진짜 조금만 더 잘게. 10분 늦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잖아!”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 신경질적인 말을 뱉어냈다.
“그 10분이 나한텐 엄청난 시간이라서.”
냉소적인 목소리.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예나가 번쩍 눈을 떴다.
바로 코앞에 남자의 나신이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가슴, 그 밑으로 이어지는 복근까지. 그 짧은 순간 예나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조각 같다고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지만 닿지는 못했다. 큼지막한 남자의 손이 예나의 가녀린 팔목을 잡아챘기 때문이다.
“두 번은 안 되지.”
잠긴 남자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위쪽으로 시선을 들었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 조각 같은 얼굴, 잡지에서 막 튀어나온 듯 완벽한 비주얼을 뽐내며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나가 재빠르게 자신의 몸을 스캔했다.
다행히 옷은 어제 자신이 입은 그대로였다. 벗고 있는 건 자신 앞의 남자뿐이었다.
진정해, 서예나! 지금은 정신을 차려야 할 때야.
“이 상황……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복잡한 머릿속, 두근거리는 심장. 그 모든 것과 상반된 냉정한 목소리가 예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민혁의 눈썹이 호선을 그렸다.
“설……명?”
“왜 내가 여기 있는 건지, 그리고 그쪽이 왜 내 옆에 있는 건지.”
민혁이 실소를 터뜨렸다.
뭐야, 내 질문이 우스워? 성인 남녀가 왜 한 침대에 누워 있는지 묻는 게 우스운 거야?
심각한 예나와 달리 민혁이 너무나 느긋한 어조로 답했다.
“글쎄, 왜일까?”
이런 싸가지!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그럼 나도 똑같이 대해주지.
“이유야 어찌 됐든 같이 밤을 보낸 사이가 되었네요. 이것도 복수 중 하나?”
말을 하며 짐짓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복수? 그런 말은 처음 듣는군. 나와 한 침대에 있는 게 복수라…….”
민혁의 입에서 실소가 새어 나왔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나 같은 여자와 한 침대에서, 그리 나쁜 일인 것 같지는 않은데?”
거기까지 말한 예나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호텔은 아닌 것 같고 그쪽 집?”
“그렇다면?”
“그래도 매너는 있네요. 호텔이 아닌 집이라니.”
민혁의 시선이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우리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릴세라 예나가 민혁을 등지며 은근슬쩍 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동요 없는 질문이었다.
“그렇게 여자가 부족하지는 않아서…….”
그쪽을 어떻게 할 정도로. 마치 그 말이 생략된 듯한 말의 울림이 자존심을 건드렸다.
“잘됐네. 나도 남자가 부족해 본 적 없는데. 피차 서로에게 관심 없는 거로 퉁치고, 목마른데 물 좀 마실게요.”
그 말을 남기고 예나가 급히 방을 나섰다.
뭐? 여자가 궁하지는 않아서? 나 정도의 여자를 옆에 놓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거, 저거 정상 아닌 거 아냐?
괜스레 자존심이 상했다.
겨우 주방을 찾아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이성을 찾으려 애썼다.
서예나, 생각해, 어제 일을! 어서 생각해 내란 말이야! 분명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고, 껄떡거리는 남자를 처리했고, 그 후엔…… 그래! 집으로 돌아갔었지. 근데 왜 그다음이 생각나지 않는 거야? 진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필름이 끊겨도 이렇게까지 끊길 수 있나 싶었다. 그 이후 상황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확신할 수 있는 건 저 남자에게 물어봐야 대답할 리 없다는 거겠지. 답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자존심 하나로 먹고사는 서예나 너, 진짜 왜 이러니?
“시끄러운 핸드폰 좀 어떻게 해보지?”
잔뜩 날 선 목소리에 예나가 멍하니 목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여전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반나신 상태로 민혁이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 다시 봐도 멋진 몸이었다. 아무렇게나 헝클어뜨린 머리에 조각 같은 얼굴과 몸매, 완벽했다.
“벗고 다니는 취미 있나 봐요?”
생각지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머릿속은 터져 나갈 듯 복잡했지만 몸에 밴 당당함과 자신감이 복잡한 머릿속과 별개로 평소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내 집이니 내 맘대로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젠장! 반박할 말이 없다. 자기 집에서 벗고 다니든 꽁꽁 싸매고 다니든 상관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뭐, 자신이 넘치시나 본데…….”
그녀의 말은 무참하게 잘려 나갔다.
“저기 시끄러운 저거나 좀 어떻게 해보지?”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그제야 핸드폰 소리를 들은 예나가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소리가 나는 근원지에서 핸드폰을 찾아 들었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핸드폰 너머로 날카로운 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침부터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안 그래도 머리 터질 것 같은데!
상황이 이러니 말이 곱게 나갈 리가 없었다. 예나가 잔뜩 날 선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왜!”
[왜? 왜라는 말이 나와? 내가 전화를 몇 통 했는지 알아? 족히 수십 통은 했을 거야. 너 설마 외박한 거야?]
다 큰 성인이 외박했기로서니 뭐가 어떤데?
“그래서?”
[그래서? 너 지금 그래서라고…….]
“나 지금 통화 오래 못 해. 가서 얘기해.”
아침부터 앙칼진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집에 가면 단단히 주의 줘야겠어.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은 채 그렇게 정연을 나무라던 예나가 무심히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다. 순간, 정신이 들었다. 이건 아무리 후하게 쳐줘도 사고였다. 지금 가서 빵을 만든다 해도 문 여는 시각을 맞추기는 불가능했다.
그녀가 내린 결정은 하나였다. 일단은 지금 이 상황을 좀 벗어나고 그다음에 생각을 정리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무심히 시선을 돌리는데, 문에 삐딱하게 기대서 있는 민혁의 모습이 보였다.
뭘 해도 조각이네, 조각이야. 자신의 몰골을 확인하지 못해서인지 괜스레 짜증이 났다.
“욕실 좀 쓸게요.”
민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욕실로 들어가 자신의 상태부터 점검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언제나 완벽한 외모를 자랑했기에 지금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금방 깨서 이 정도면 준수한 거지.
남의 집에서 샤워한다는 게 탐탁지는 않았지만 일어나면 무조건 샤워하는 습관이 되어 있던 터라 눈 딱 감고 샤워기 아래에 섰다.
초고속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예나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잖아. 신경 쓸 게 뭐 있어. 그냥 술 취해서 잠든 것뿐일 거야.”
그렇게 자기최면을 걸며 방으로 돌아와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짐이라고 해봐야 입고 온 옷이 전부였다. 다행히 지갑은 그대로고…….
방을 나서는데 코끝에 향기로운 커피 향이 스쳤다. 그 향을 따라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니 언제 옷을 챙겨 입었는지 헐렁한 니트를 걸쳐 입은 민혁이 신문을 읽고 있었다.
“물어도 상황을 얘기해 줄 것 같진 않고, 어찌 됐든 하루 신세 진 게 되네요.”
예나의 말에도 민혁은 여전히 신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 그렇게 나오시겠다면 이쪽도 모른 척 돌아서 주지.
그렇게 뒤돌아 집을 나서다가 다시 민혁을 돌아봤다.
“그쪽 이름이 어떻게 되죠?”
예나는 질문을 던진 순간 민혁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언제까지 그쪽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
뒷말을 덧붙이자 드디어 그가 신문에서의 시선을 들었다.
흐응, 반응을 보인다 이거지?
예나가 표시 나지 않게 입꼬리를 올렸다.
“질문하기 전에 자신부터 밝히는 게 순서 아닌가?”
“아! 미안해요. 내가 예의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서예나라고 해요.”
“강민혁.”
“나이가 나보다 많은 것 같으니 반말하는 건 오늘까지 봐줄게요. 하지만 다음에도 그런다면 똑같이 상대해 주죠.”
그 말을 남긴 예나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민혁의 시야를 벗어났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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