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한가위!
가위는 추석에 태어났습니다. 추석의 순우리말이 바로 ‘한가위’입니다. 그래서 아빠가 이름을 한가위로 지은 것입니다. 그런데 가위는 자기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멋진 이름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가위야! 맘에 들지 않는 이유는 아빠가 엿장수이기 때문입니다.
---p.9 「1장, 엿장수는 되기 싫어!」 중에서
매주 화요일. 아빠는 손수레를 끌고 와 시장 입구 쪽에서 엿을 팝니다. 오늘이 바로 화요일입니다. 호호호 분식집을 가려면 시장 입구를 통과해야 합니다.
봉하가 다시 또 소리쳤습니다.
“가위야, 정말 안 갈 거야! 너 빼놓고 간다.”
가위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시장 입구에서 아빠를 만날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광대처럼 분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엿을 파는 아빠가 정말로 창피했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왜 하필이면 창피하게 엿장사를 해.’
---p.24 「2장, 예지가 참 좋아」 중에서
“가위야. 가위야.”
가위를 발견한 아빠가 반갑게 가위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가위는 모른 척 했습니다. 가위는 뒤돌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가위에게 달려왔습니다.
“가위야, 아빠 안 보여? 왜 그냥 가?”
“몰라요. 모든 게 아빠 때문이에요.”
으앙.
가위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아빠는 당황했습니다.
“가위야, 왜 울어? 무슨 일 있었어?”
“......”
---p.33 「3장, 창피해 죽겠어」 중에서
순간, 가위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졌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그곳에 숨고 싶었습니다. 가위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자기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가위 주위로 몰려왔습니다.
“정말이야? 너희 아빠 엿장수야?”
“가위야, 너도 엿가위쇼 잘 하냐?”
“나 그 아저씨 알아. 나한테 엿 먹어라 하면서 엿도 공짜로 줬어.”
하하하.
가위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회장을 세게 밀었습니다.
꽈당.
회장이 뒤로 자빠졌습니다. 회장은 벌떡 일어나 가위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왜! 내가 잘못했냐?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 너희 아빠 엿장수 맞잖아.”
“이 자식이!”
---p.38 「4장, 지옥과 천당 사이」 중에서
“당신 때문에 우리 가위가 트롯을 좋아하네. 가위쇼도 제법 잘하고.”
“그러지. 참 내 생각인데 노래도 노래지만 가위쇼도 함께 하는 건 어떨까?”
아빠의 의견에 가위는 입을 내밀며 대답했습니다.
“저 엿장수 되고 싶지 않아요.”
“엿장수가 되라는 게 아니야. 이제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을게. 하지만 그 동안 배웠던 게 아깝잖아. 너의 실력을 뽐내 봐. 분명 다들 좋아할 거야.”
엄마도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그래, 이왕이면 뭔가 색다른 걸 보여주면 좋지. 그리고 네가 커서 무슨 일을 하든 엄마는 다 찬성이야. 대신 이 세상에 부끄러운 직업은 없는 거야. 알겠지?”
---p.55 「5장, 아빠와 함께 엿가위쇼」 중에서
모든 순서는 끝나고 곧이어 시상식이 이어졌습니다. 가위는 인기상을 탔습니다. 최우수상을 타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내 노래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게 큰 보람이었습니다.
반 아이들은 우르르 가위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야, 한가위. 너 정말 노래 짱이다. 트롯이 이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다.”
“가위질 정말 잘한다. 언제 내 머리 좀 잘라줘라. 하하하.”
“엿 먹고 싶다. 엿 좀 줘라.”
“나중에 너 유명한 가수 되면 우리 모른 척 하기 없기다.”
“우리 다 같이 사진 찍자.”
---p.68 「6장, 노래자랑 대잔치」 중에서
“가위야, 너희 아빠는 너보다 엿가위쇼를 훨씬 더 잘 한다고 했지?”
“응. 우리 아빠는 나보다 100배, 1000배 더 잘하셔.”
“그래? 방과 후 수업에 ‘엿가위쇼 배우기’ 같은 거 생기면 좋겠다. 그럼 나 신청할 거야.”
“나도.”
“나도 할 거야.”
아이들은 엿가락쇼를 배우고 싶어했습니다. 이제 가위는 아빠가 엿장수라는 게 창피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빠처럼 엿장수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혹시 나중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p.74 「7장, 트롯 스타 나가신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