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이 우글대는 낯선 거리에서 우연히 나를 만났을 때다.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나를 고스란히 마주하며 소스라쳤는데, 한편으로는 온전한 나를 만난 기쁨으로 눈물을 흘렸었다. 여행은 그렇게 느닷없이 내 안의 나를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 찌들어 매몰될수록 더더욱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 p.7, 「시작하며」 중에서
‘드디어’라는 말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좋든 싫든 끝장을 이제 본다는 말이니까.
--- p.16, 「1. 비 내리는 날에는 칡차를」 중에서
남녘땅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 정상에 우뚝 서니, 북녘땅에서 제일 높은 백두산에도 가보고 싶어진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뜨거운 비애.
--- p.26, 「2. 백록과 함께 울었다」 중에서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미워하는 마음이, 두 밤 자고 나면 탐욕스러운 마음이, 세 밤 자고 나면 허영이나 이기가 깨끗이 치유될 것만 같다.
--- p.32, 「3. 거기에 머물면 산다」 중에서
세상에 늙을수록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생각은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 하나씩 둘씩 아픈 데가 생기는 것, 귀도 눈도 기억력도 밝지 않아 불편해지는 것, 그게 늙는 거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대표적인 그림 몇 점을 여든이 넘은 나이에 완성했고,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여든이 넘어서도 글을 썼고, 미국의 발명왕 에디슨은 아흔둘에도 여전히 발명을 했다지. 미국의 국민 화가가 된 그랜드마 모제스는 일흔다섯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군. 외양에 깃든 나이 듦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가꿀 게 따로 있잖아. 마음, 정신 같은 것…. 기운 내, 나이 먹어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고!
--- p.54, 「4. 꿈은 더뎌도 이루어지는 것이니」 중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인생 여정처럼. 힘든 얘기나 슬픈 얘기도 숨기지 않고 나누고, 때로 살림살이가 어려워 힘들어져도 서로 다독이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운을 보태주고, 좋은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챙겨주고 기뻐해준 것처럼.
--- p.68, 「5. 자연을 닮은 삶」 중에서
사람으로 태어남이 이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의 출발이요,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만남과 이별, 슬픔과 기쁨, 온갖 부대낌은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며 온갖 불편함에 숙달되는 그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삶의 끝이 죽음이듯, 여행의 끝은 떠났던 자리로 돌아오는 것. ‘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 순전히 자신에게 달려 있듯 여행에서 ‘어떤 것을 보고 느끼는가’ 하는 것 역시 자신에게 달려 있다.
--- p.99, 「6. 어찌 한 번 보고 보았다고 하랴」 중에서
이 세상을 떠나는 그때가 느닷없이 닥친다 해도 준비를 끝낸 여행자처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어야 할 텐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사는 동안 열심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겠다. 여행을 떠날 때처럼.
--- p.102, 「7. 바다색은 언제나 하늘색을 닮는다」 중에서
바다를 보러 힘들게 이곳에 올라왔나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이렇게 힘들지 않으면 저런 망망한 대해를 볼 수 있겠는가. 뭐든지 땀을 흘린 만큼 보람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 p.141, 「8. 청산에 살어리랏다」 중에서
사람들이 동강으로, 동강으로 모여든다. 동강은 말없이, 말없이 흐른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말을 잃은 탓이리라. 그래도 동강은 계속 흘러야 한다. 흘러라, 동강아.
--- p.157, 「9. 흘러라, 동강아」 중에서
“오늘이래요 내일이래요 오늘 내일 오늘 내일이래요” 모두가 허리를 잡고 웃었다. 요들송과 스위스의 자연은 최상의 앙상블이요, 명콤비다.
--- p.198, 「10.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 중에서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기에 이제 이렇게 헤어져도 따뜻해진 마음으로 한참 동안은 그리움을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 p.231, 「11. 울산 아지매들이 있는 길」 중에서
누군가가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를 탄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살짝 귀띔해주리라. ‘가서 해봐’, 그래야 알 수 있어.
--- p.260, 「12. 천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중에서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일상은 때로 가족의 소중함을 잊게 만들기도 하지만, 여행은 그 목적이 다시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 p.320, 「13. 닮은 구석이 많은 가깝고도 먼 친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