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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지나고 난 자리는 밝다

소나기 지나고 난 자리는 밝다

seestarbooks-01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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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74g | 129*209*7mm
ISBN13 9791157955961
ISBN10 115795596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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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나왔지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어
습한 기운이 몰려오고 주룩주룩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투명우산 두개를 샀지
비를 잠시 피하려 처마 밑으로 들어섰고
뜨거웠던 지표는 식어가며 더운 수증기가 오르고
비는 거리를 파내고 있었어
초록빛 네 스커트는 짙어지고 나뭇잎도 짙어졌지
우리는 마주보고 웃었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가득했지 그때
멀리 있던 사이가 가까워졌던 거야
연극의 줄거리는 남자의 양다리 여자관계인
코미디였지
너는 고양이 스타일의 매력적인 배우가 예쁘다 했고
나는 강아지 스타일의 귀여운 배우가 예쁘다 했어
즐겁고 가슴 설레었던 시간이었어
투명 우산 속 너는 배우보다 더 예뻤고
나를 향한 귀한 정은 들뜨게 했어
소나기 쏟아질 때면 그때 생각이 나
아직도 그 우산을 간직하고 있어
--- p.12, 「소나기 지나고 난 자리는 밝다」
―――――――――――――――――――――――――

방충망에 달린 벌레 한 마리
안에서 툭 치자 베란다 바닥으로 떨어진다
작은 움직임이 드러났다
날아가기를 바랐지만 다시 보니
그 자리 그대로이다
비는 흩뿌렸다
어쩌자고 그곳에 붙어 있었는지
날아갈 거라 여겼던 일들은 쉽게 부서지고
단단하던 믿음도 옅어진다
애벌레로 태어나 지금까지 자라
비 오는 봄날에 날개를 접어 버린 이유를
알지 못했다
바람에 날개가 떨렸다
--- p.14, 「매미 나방」
―――――――――――――――――――――――――

우체국 앞
리어카에 실린 버려진 새장 안에는
휴지 조각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금빛 새장은 공중에 매달려 있었겠지요
갇힌 새장 안에서 새는 주인을 위해
고운 소리 들려주었을까요
차가운 금속 망에 발가락 걸치고
울어 댔을까요

멈춰 서 조심스럽게 귀 기울여 봅니다

날아가기 원했던 새는
겨울 눈 속으로 날아갔을 겁니다
깃털을 날리며 가볍게

겨울은 채워지지 않고
버려지는 날들이 많아집니다
--- p.15, 「새장」
―――――――――――――――――――――――――

거기 있었군요
당신을 찾았습니다

감춰진 말 들어 줄 수 있는
지칠 때 기대야 할 당신을요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아도
더듬거려 찾아내기도 합니다

오래되어도 괜찮습니다
더 좋은 자리 탐내지 않습니다
다가가는 의미는 바꿀 수 없습니다

지나온 길 이어보니 많은 일들 담겨 있습니다
들여다보면 멀리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거기 있었군요
알아 차렸습니다

우리들의 거리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 p.82, 「의자를 찾습니다」
―――――――――――――――――――――――――

나무에 물 오르고 새싹에 눈이 멈췄다

소나기를 흠뻑 맞았다

떨어져 나가는 나뭇잎 밟으며 정동 길 걸었다

함박눈 맞으며 종로거리를 헤맸다

그때를 푸른 시절이라 부른다
--- p.57, 「청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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