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골프와 인생을 빗대어 말하곤 한다. 나의 인생도 여러 번의 실패와 성공의 변곡점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골프가 날 일으켜 세웠다. 골프로 만난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었고, 골프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개척해 왔다. 그렇게 골프와 함께한 지 20년. 드디어 차근차근 쌓아 온 경력을 인정받는 순간이 왔다. 2019년 9월, 역사적으로 권위 있는 미국 [GOLF 매거진]의 세계 100대 코스를 선정하는 전 세계 80명 위원 중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내가 임명되었다. 2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골프 외길 인생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선물이었다. 더욱 넓은 세상으로 나갈 기회이자, 한국 골프 문화의 지평을 넓힐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모든 일이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신은 자칫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는 내게 채찍질로 앞으로 나아가라고 엄하게 꾸짖었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인생이란 항해에서 나는 또 한 번의 폭풍우를 견뎌 내고 평온한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프롤로그 - 골프가 나를 일으켜 세우다」중에서
미국은 세계 최고의 골프 리조트 국가이다. 대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수많은 다양한 골프 리조트가 도심 생활에 지친 골퍼들을 유혹한다. 뉴욕주 아래 펜실베이니아로 시작해 버지니아, 노스 &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와 플로리다주에 그림 같은 리조트가 있고, 시카고 근교엔 오대호를 끼고 위스콘신과 미시건주에 영화에 나올 법한 멋진 리조트가 휴가철 방문객을 기다린다. 서부에는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반도의 해안 절벽 위에 태평양을 배경으로 세계 최고의 골프 리조트들이 세워졌다. 겨울에는 따뜻한 기후와 이국적인 풍경을 원하는 도시인들이 애리조나주 사막에 세워진 골프 리조트로 날아간다. 여름에는 폭염을 피해 로키산맥이 관통하는 콜로라도, 와이오밍, 유타주의 해발 1,900m에 위치한 마운틴 리조트나 태평안 연안 북서부의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의 해안 리조트들을 찾는다.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이렇게 다양한 리조트가 넘치다 보니, 이런 곳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평소 인터넷으로 여러 리조트 홈페이지를 방문하던 나는 먼저 스크린에 등장하는 사진 속 시설들의 화려함에 놀랐고, 다음엔 이곳을 방문하는 데 드는 비용에 놀랐다. 소위 WASP 상류층이 즐겨 찾는 리조트는 하루 평균 2, 3천 달러의 비용이 든다. 나는 무작정 홈페이지에 나온 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 「Round1 : 02 멈춰 있는 자에게 기회는 오지 않는다」중에서
스코틀랜드의 북단, 하이랜드로 불리는 지역은 수백 종의 싱글 몰트 위스키 산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골프마니아들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평생 한 번쯤 꼭 가 보고 싶은 ‘골프 성지 순례’ 목록을 작성한다면, 하이랜드에 유독 그 성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 성지 순례의 대표적인 루트가 스페인 서해안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길이라면, 골프의 성지 순례는 에딘버러부터 노스 베릭, 뮤어필드를 거쳐 세인트 앤드류스의 올드 코스에서 방점을 찍고 카누스티, 로열 에버딘과 크루던 베이를 지나 하이랜드 북단 서더랜드주에 위치한 로열 도넉에 이르는 길을 추천한다.
---「Round2 : 02 골프의 DNA를 전파한 도널드 로스」중에서
2009년 가을, 마인즈 골프 리조트에서 아시아 최대의 골프 세미나인 ‘아시아퍼시픽 골프 서밋Asia Pacific Golf Summit’이 열렸다. 나는 니클라우스 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대표해 패널 토론에 참석했다. 한국 골프코스의 개발 역사와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서 발표한 후 함께 배석한 미국의 코스 설계자와 일본의 골프 전문가와 토론했다. 토론이 끝날 무렵, 나는 청중들과 주최 측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골프 세미나에 세계 각국에서 온 업계의 전문가들이 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런데 주위를 한 번 둘러보길 바란다. 지금 이 회의장에는 아시아인이 극소수이다. 대부분 먼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전문가들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APGS와 힘을 합해 아시아 출신 골프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미국, 유럽과 호주의 골프 산업은 포화 상태를 넘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시아에서만 골프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의 골프 산업은 과거 10년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아직은 골프코스 개발에 많은 제약을 가하는 중국도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현 시점에 한국의 박세리나 최경주 선수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자국에서 배출된다면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고 관련 산업 또한 성장 동력을 얻을 것이다. 아시아 지역 골프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고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Round3 : 03 폐광에 세워진 열대의 오아시스」중에서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중, ‘일생에 단 한 번의 골프 라운드가 남아 있다면, 어떤 코스에서 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남성들은 1위 어거스타 내셔널, 2위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 코스, 3위 페블 비치를 꼽았다. 남성 골퍼들의 골프 버킷리스트는 최고의 권위,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 천혜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순으로 채워진 듯하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질문하면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코스는 페블비치이다. 예를 들면 어버이날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싶은 코스, 여성 골퍼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코스는 페블 비치가 항상 1위를 차지했다. 아마도 미국에서 조사하다 보니 성수기에 550달러에 달하는 그린피를 내더라도 자국에 있는 아름다운 퍼블릭 골프코스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었을까? 톱 3 외에 대다수의 선택을 받은 코스가 또 있다. 바로 자신이 소속된 홈 코스였다. 그중 내가 가장 공감한 이유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나눈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서’였다. 역시 최고의 골프 라운드는 ‘어디에서’뿐 아니라 ‘누구와 함께’도 중요한 법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마지막 라운드는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가.
---「Round3 : 07 ‘The King’, 아놀드 파머를 만나다」중에서
나인 브릿지 코스에는 총 8개의 다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름 그대로 ‘나인 브릿지의 9번째 다리’는 어디에 있을까? 클럽에서는 그것이 ‘회원과 클럽을 연결해 주는 보이지 않는 다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나인 브릿지의 9번째 다리는 나라는 사람을 더 넓은 골프의 세상으로 연결시켜 준 의미로 다가온다. 나를 전 세계의 골프 전문가들과 연결시켜 주었고,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만의 특색 있고 열정적인 골프 문화를 알리고, 동시에 그들의 성숙한 골프 문화와 전문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또한 내가 지난 20년간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걸어 온 골프의 길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가도록 도전과 용기를 선물했다.
2019년 가을,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미디어인 미국의 골프매거진은 나의 경험과 전공, 무엇보다도 골프를 향한 열정을 높게 평가해 나를 ‘세계 100대 코스 선정 위원’으로 임명했다. 나의 인생 설계는 내가 사랑하는 골프 안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전 세계 골프 애호가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골프코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세계 100대 코스에 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골프 스토리를 준비 중이다. 15년 전 귀국행 비행기 안에서 다짐했던 것처럼,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많은 골퍼에게 즐거움을 주고, 한국 골프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소망한다.
---「Round4 : 03 더 넓은 골프의 세계로 연결시켜 준 아홉 번째 다리」중에서
나는 ‘세계 100대 코스 선정 위원’이라는 내게 주어진 기회를 통해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이를 가시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계획하고 있다. 첫째, 세계 50대 친환경 골프코스 랭킹을 만들 것이다. 환경을 복원하고 녹지를 창조하며 지속 가능한 관리를 통해 모범적인 사례를 실천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골프코스를 답사하고, 나의 글을 통해 골프와 자연 친화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둘째, 한반도 내 DMZ의 천혜 자원을 보존하고 접경 지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골프 산업과 접목시키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나는 이미 2005년도에 프레지던츠컵을 준비하면서 이와 관련해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지구 연구소(Earth Institute) 측에 공동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의사를 타진해 본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을 현실화해 세계에 한반도 상황을 알리고, 향후 세계 평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DMZ를 활용하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싶다.
---「에필로그 -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이란 항해’의 새로운 목표를 꿈꾸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