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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 삶의 재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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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22g | 120*190*20mm
ISBN13 9791167370372
ISBN10 1167370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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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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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 필연적으로 내장되어 있으며 상시적으로 발생 가능한 재난의 불안을 우리는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가? 국가와 사회, 세계 정치의 원리로 해결해야겠지만 그것에 기대를 철회한 원자화된 개인들은 재난 사회의 불안을 ‘사랑’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신이나 국가가 재난의 위험으로부터 구원해줄 수 없다고 판단될 때, 개인들은 사적 사랑을 요나의 고래 뱃속으로 인식한다. 누가 우리를 구할 것인가? 사랑이 구할 것이다. 위험 사회가 가속화되면 될수록 사랑은 현대인들의 새로운 종교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위험 사회와 사랑 간의 역설적 관계다. 또한 그것은 종교화된 사랑에 내포된 고도의 정치성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신 연애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p.16-17

보통 노년의 섹슈얼리티는 ‘징그럽다’, ‘민망하다’, ‘거북하다’ 등의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성관계나 섹슈얼리티를 젊은이들의 것으로 독점하려는 사회적 불평등의 표현이다. 그것은 노인들로부터 성, 젠더, 욕망, 육체성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 조건들을 차단하는 행위이며, 노인을 인간의 범주에서 배제하는 폭력적 관점이다. 노인은 무성적 존재가 아니다. 최근 연구는 노년 배우자 간의 사랑과 책임감의 정도가 축소될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다른 연령층 커플과 특징적인 차이가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노화 중 가장 늦게까지 남는 것이 ‘성욕’이며, 노인 인구의 68퍼센트가 성생활을 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노인에게 사랑을 절대적으로 ‘허許’해야 한다.
--- p.27

사랑은 근본적으로 차이에 대한 경험이다. 연인들은 근원적으로 타자적 존재이며, 사랑의 관계는 동일자가 아니라 타자 간의 연대를 말한다. 그런데도 커플들은 상대를 개성과 차이보다는 하나 됨, 동일성, 융합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융합으로서의 사랑은 현실에서의 사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문제는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2장 사랑은 왜 어려운가?〉 중에서

사랑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일은 과거 사랑의 이야기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코드화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당대인들의 삶을 어떻게 구조화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의 사랑이 어떤 점에서 긍정적이고 어떤 점에서 부정적인지 꼼꼼히 따져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사랑은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변화시키면서 역사적으로 변모했다. 그 시대를 살아갔던 연인들은 지금과는 다른 사랑의 관념 때문에 고뇌했으며, 그것을 기초로 변화했다. 사랑의 개념은 변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현재의 사랑은 어떻게 발견하고, 미래의 사랑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 p.111

그러나 사랑은 저 멀리서 빛나는 별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연인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공동체적인 것이란 지배자인 우두머리가 없고, 이미 주어진 강령도 없는 자유롭고 협상 가능한 관계-장소를 말한다. 이 사랑의 장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사랑의 입법자는 연인들이 되어야 한다. 사랑하라는 정언명령을 따르는 이행자가 아니라, 스스로 사랑의 원리를 만들고 현실화할 수 있는 사랑의 입법자가 되어야 한다. (……)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과 죽음이 아름답고 이상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서로 싸우기도 하는 현실 속에서 향유할 수 없는 사랑을 추구한다. 그것은 좋은 사랑인가? (……) 사랑을 이상화하는 것은 사랑을 유토피아로 만들기 때문에 사랑은 현실에서 유보될 뿐이다. 유토피아utopia란 현실에서는 없는 곳을 말한다.
--- pp.115-116

낭만적 사랑은 융합적이다. 사랑을 이상화하고 이념화하는 것은 연인들이 서로를 같은 존재라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즉 연인들은 서로를 동일한 존재로 생각하거나, 그것을 목표로 삼으며, 그래서 한쪽이 다른 쪽을 장악하려고 한다. 일심동체란 말이 있다. 마음도 몸도 하나란 뜻이다. 예로부터 부부는 일심동체가 될 때 최고의 커플로 인정받았다. 그러니 가부장제하에서 연인들은 남성을 기준으로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도록 요구받았다. 하나의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남성이 그 기준점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사랑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일심동체라는 사랑의 규율은 존중과 평등함의 내적 계기들을 무시하고, 둘 됨의 공동체성을 파괴한다. 가부장적 질서는 일심동체라는 사랑의 원리를 먹고 자라왔다.
--- p.120

사랑의 기원은 처음 사랑에 빠져 온갖 호르몬이 솟구쳐 황홀감에 전율하는 특정 시간이다. 사랑은 삶 속에서 지속되지 못하고 처음의 순간으로 환원된다. 그는 정말 로테를 사랑한 것인가? 특정 순간에 박제된 로테를 사랑한 것인가? 사랑에 빠진 자신을 사랑한 것인가?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한 것인가? 베르테르는 로테가 어떤 인간인지 알기나 할까? 베르테르와 모든 점에서 다른 로테의 개성과 차이를 탐구한 적이 있을까? 내가 보기에 그는 사랑에 빠져 더 깊어진 자신의 내면세계만을 탐색한 것 같다. 그러니 살아서 변화하는 로테를 베르테르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자살에 이르렀다. 바르트는 사랑의 최고점에서 황홀함과 쾌락, 고통과 상념에 휩싸인 사랑의 주체가 파편적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해 다루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사랑의 정점에 있는 자의 목소리이다. 그것은 낭만적 사랑의 한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우리의 사랑은 삶 속에서 지속될 수 있는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즉 어떤 사랑인가가 중요하다.
--- pp.130-131

푸코의 공간 개념인 헤테로토피아는 유토피아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위치를 가지는 유토피아를 말한다. 사랑을 유토피아가 아니라 헤테로토피아로 사유한다면 우리에게 사랑은 어떻게 존재할까? 그것은 발견의 문제이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헤테로토피아적 사랑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달라지는 우진을 사랑하는 이수의 관점에서 사랑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사랑에는 지속적인 것과 변화하는 것, 익숙한 것과 낯선 것, 따뜻한 것과 불편한 것이 병치되어 있다. 먹기만 하면 배가 아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파게티를 그녀가 좋아한다면 나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기꺼이 먹는다. 상대에게 나의 취향을 맞춰주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비슷한 음식만을 고집하는 나의 식생활에 즐거운 파열구를 내면서 내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 p.145

현대를 살아가는 연인들은 이성애 및 일부일처제라는 제도에 묶여 있다. 특히 결혼이 일부일처제로 제도화되면서 ‘남자와 여자 단둘’만이 연인으로 공인되고 있다. 이성애가 특권화되고 젠더 평등이 실현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가부장적 권력이 사랑의 형식에 깊이 개입되어 있다. 나는 사랑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다양한 형태를 고안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연인들이 처한 상황에 맞는 독창적 형태들을 상상하고 고안할 때 사랑은 현실적으로 긍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152

모든 사랑의 특징은 무한대이다. 같은 사람이 없듯이 같은 사랑도 있을 수 없다. 사랑은 사회적·역사적인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과 동일한 공통적인 형태로 수행되지만, 사회 역사적 틀에 갇혀 어떤 독창성도 없이 모방하기만 하면 우리는 사랑의 실패자가 된다. 사랑의 기쁨과 가치를 충분히 나의 것으로 향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욕망하는 사랑을 내가 욕망할 때 그 사랑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연인들만의 고유한 것, 특별한 가치, 상황적·맥락적 특수성, 대체 불가능한 원리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사회적·역사적인 낡은 사랑을 교체하면서 새롭고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초기 사랑의 선언과 고백은 지속적인 삶 속에서 반복되고 재선언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의 독창성이며 사랑의 재발명이다. 사랑을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긍정하고 끊임없이 타자의 차이를 발견하며 관계의 독창성을 재발명할 때, 사랑은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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