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대학원생이라는 주제를 논할 때, 수천 번 인용되고 칭송받는 참고문헌이 되지 못한다 해도 좋다. 내가 써내려 간 엄마 대학원생으로서의 인생 기록이, 내 뒤에 걸어 올 누군가에게 ‘걸을 수 있는 길’, ‘걸어도 되는 길’이라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나는 난생처음 오늘을 살아간다. 한 인간으로서, 엄마로서 ‘인생의 오늘’에 대해 연습도 리허설도 없이 막은 올라버렸다. 단 한 번도 오늘이란 이 무대에 서 보지 못한 인생초보인데 전적으로 나와 호흡을 맞춰야만 하는 아기도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없다고 해서 나는 이 무대를 포기하고 내려갈 것인가. 고민 끝에 나는 성실하게 무대를 끝마치고자 결정한다. 초보 주제에 혼신의 애드리브로 꽤 괜찮은 레퍼토리를 만들어 낼 은밀한 야망도 가지고 있다.
이 다양한 ‘엄마 치레’의 기록들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효과 좋은 민간요법을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모두가 앓지만, 누구도 완전하게 자유롭지 못한 모성이라는 성장통을 함께 잘 받아들여 볼 수 있지 않을까.
--- 「엄마인데 대학원생입니다_이슬비」 중에서
이 땅에서 나는, 나로서 나를 증명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들이 바라보는 프레임 안에서 나는 살림 잘하고 아이들 잘 키우는 아내로 평면화되어, 남편에게 맞춰진 초점 뒤에서 흐릿하게 미소짓고 있을 뿐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이 장마가 끝나고 나면 ‘공백의 땅’이 되어버린 내 하늘에도 다시 무지개가 뜰 수 있을까.
--- 「초대받은 여자_김보람」 중에서
난 워킹맘이자 한 인간으로서 대단히 길을 잃고 방황하는 와중이다. 다시 걷기 위해 생각하고, 힘을 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걸을 때, 나는 일을 하는 엄마일 수도, 일을 하지 않는 엄마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자유롭고, 어떻게 인생을 즐겁게 사느냐’에 대한 것이다. 이 평범한 인간이 느낀 ‘이별의 고통’과 ‘삶에 대한 갈망’을 이 책을 읽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 뿐이다.
--- 「그리고, 다시 빈 무대_권소정」 중에서
삶이 무기력하고 힘들어서 가만히 내게 주어진 시간을 견디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었다. 나는 내 인생이 아주 끝나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에어로빅을 만났고, 에어로빅은 내 인생의 예상치 못한 변칙, 싱코페이션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나온 나의 즐거움이 아이에게 전달된 순간이었나 보다. 큰아이의 칭찬을 들으면서, 내가 우울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도 나를 위해 견디고 성장해주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 「인생도 에어로빅처럼_김미옥」 중에서
빨리 퇴근하려는 엄마의 자아와, 임무를 좀 더 잘 해내고 싶은 군인의 자아가 대결한다! 오늘은 엄마의 자아가 승. 칼퇴다. 그리고 다시 육아의 시작이다.
‘나도 그런 고민 많이 했는데, 괜찮아!’
임신과 출산을 하며 어려움을 겪거나 고민하는 여군 동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나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은 살짝 접어둔다. 언젠가 또 위기의 순간에 불쑥 펼쳐져 나를 괴롭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 이 순간 나의 소명은 부대를 위해 최선을, 퇴근 후에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에!
--- 「워킹맘을 명 받았습니다!_김민주 」 중에서
내가 이혼한 것도, 내 선택이고 판단이지.. 내가 너에게 좋은 거 주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든 것들은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너는 나한테 빚진 거 하나도 없어. 그냥 너는 네 인생을 살면 돼! 네가 행복하면 엄마도 행복할 거야.
--- 「엄마니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어!_김서진」 중에서
좋은 엄마가 되기보다 아이와의 소중한 순간순간을 지켜낼 수 있는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다. 앞으로는 심심하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다 안겨주지 않을 것이고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를 무턱대고 야단치지 않을 것이다. 그냥 한번 꼭 안아주고 눈을 맞춰 왜 그런지 물어볼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대로, 책에 쓰인 대로 무작정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성향이 어떠한지 어떤 기질인지를 계속 지켜보면서 그에 맞는 사랑을 줄 것이다. 그게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강한 엄마’가 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대답 끝에는 어린 시절의 내가 있었다. 서른이 넘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상처받은 그 시절 안에 갇혀 있다는 걸. 좋은 엄마가 된 ‘나’에 사로잡혀, 나는 내 아이들을 건강한 자세로 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부모는 스스로를 지킬 여유가 없을 때 아이에게 실수하고 아이는 그 속에서 크게 상처받는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나를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나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으로서 사랑으로 나의 아이들을 키울 것이다. 다만 어제보다 나은, 작년보다 나은, 과거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기를.
--- 「불우했던 아이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_비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