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기는 1959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평범하게 지내던 그의 삶에 가장 큰 계기가 된 사건은 1980년에 일어난 5·18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 당시 그는 전남대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었다. 1980년 봄 학교 캠퍼스는 역사적 격변이 준비되고 있었다. 그도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시위 행렬에 가담했지만, 열성적으로 참여하거나 학생운동 조직에 가담하기에는 왠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5월 20일 시골로 피신했다. 시골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목도했던 광경들과 시골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단지 무서워서 도망쳐 나왔다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이 이후 그를 괴롭혔고, 오늘날까지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5·18 광주민중항쟁 사료전집》을 만드는 데 참여한 것이나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모두 당시의 경험을 개인적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또 지배와 저항의 문제나 지역의 현대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 활동을 해온 것도 그 영향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하버드 엔칭 연구소에 객원 연구원으로 갈 기회가 생겨 1년 반의 미국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 석사 학위논문인 <일제하 나환자 통제에 관한 일연구>나 박사 학위논문 <감옥체제와 사상범의 수형생활 연구>는 이 같은 연구 과정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