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는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다 처음에 본 마사지 숍에 전화를 걸었다. 24시 대기 중이라는 마사지사 중에 한 명이 방문하겠다고 했다. 승우는 서비스를 신청하고 절차를 물었다.
폰 건너편의 남자 목소리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고객님, 저는 강 실장이라고 합니다. 해당 서비스를 처음 신청하시는 분이라 저희가 안심 예치금을 걸거든요. 혹시 매너가 나쁠 경우 등을 대비해서요. 그래서 저희가 50만 원을 받고 나중에 서비스가 끝나고 마사지사와 종료했다는 전화를 주고받으면 바로 고객님 계좌로 입금해 드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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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줘 봐요.”
그는 팝콘을 사서 콜라를 주연에게 들렸다. 콜라 하나에 빨대 두 개가 꽂혀 있었다. 주연이 웃었다.
둘이 나란히 극장 문 앞에서 상영 시간을 기다렸다.
“문신 뭐예요? 팔.”
“닻이요.”
“닻?”
“배에 달린 거요. 선원들이 하는 문신인데 변치 않는 마음을 뜻한대요.”
주연은 손가락으로 콜라잔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만져 봐도 돼요? 문신 우툴두툴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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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다.”
“내 직장 커피숍 봤잖아요. 더러운 거 질색이야. 손 씻고 앉아요. 샤인 머스캣 좋아해요?”
해원은 포도와 핸드드립 커피를 식탁에 내왔다. 그리고 주연이 건네는 샌드위치를 하나 정도 먹고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주연의 어깨에서 부드럽게 손을 내려 가슴으로 스치듯 내려왔다.
손끝이 아슬아슬하게 닿다가 서로 깍지를 끼웠다. 해원의 입술이 주연에게 뺨에 가 닿더니 그녀의 입술을 터치했다. 정적 속에 죽음 같은 시간이 오래 흘렀다.
부드러운 키스 후에 둘이 고요하게 있었다. 해원이 나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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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갑자기 포메라니안을 끌고 가는 덩치가 무척 큰 선글라스를 낀 남성이 지나갔다. 개는 고구마칩이 든 봉투에 코를 한번 대었다. 주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자가 멀리 간 다음, 주연은 레깅스를 내리고 오줌을 쌌다. 그 할아버지처럼 노상 방뇨이지만, 조심스럽게 숨어서 쌌다.
기분이 그냥 그랬다. 하지만 시원했다. 주연은 생각에 생각에 거듭한 끝에 결론을 냈다.
‘다시 시작한다. 인생을 리셋하자. 다시 태어나자. 그럼 할 수 있다.’
대학교 다닐 때 남자 천 명과 섹스해서 아들 천 명을 낳아서 북한을 이기게 해 주겠다며 호언장담하던 여학생이 떠올랐다. 무척 넉살맞은 동기였는데, 그때 얼굴을 붉히면서 웃어넘겼다.
후후, 그때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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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머리를 손으로 만져 뒤로 넘기며 그녀가 일어났다.
“더 이상 질문하실 게 없으시면 일어날게요.”
“잠깐만요, 한 번쯤 서에 임의동행 하고 싶은데 가능하신가요?”
연희는 돌아서려다 고개를 숙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예의 바르게 답했다.
“그냥 이렇게 커피숍에서 만나 질문하시는 건 안 될까요? 경찰서는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문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를 다시 만나 보고 싶어서 그가 소설에 자주 쓰는 대사를 슬쩍 던졌는데, 정말 강남서에서 만나자 하면 난감할 일이었다.
“조만간 약속을 잡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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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춤에서는 무언가 갈구하는 애절한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무대에서 보여 준 연기보다는 춤 쪽이 미숙해 보였다. 아니, 기교는 충분하되 열정적인 느낌이 없었다.
나나코가 천천히 춤을 마치면서 인사를 조용히 올렸다.
“나비가 꽃을 찾아 애타게 날아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춤입니다.”
“모양은 그렸으되 그 속의 정신은 표현해내지 못했구나.”
“예?”
“사랑이 없어, 사랑이 없다구. 나비가 꽃을 찾아서 갈 때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끌리듯이 사랑의 애타는 감정을 따라야 하는 법. 그런데 네 춤에는 아까 보여 준 연기만큼의 열정과 애정이 없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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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실버타운은 너른 영국풍 정원을 가운데 두고, 가·나·다·라 네 개 동의 건물이 서 있다.
가동에는 건강한 입주자들이 사는데, 지하에는 수영장과 헬스장, 1층 로비에는 방문객을 맞는 카페가 있다. 로비에는 원두커피 냄새가 은은하게 나고, 벽에는 효심을 강조한 시화 액자가 줄줄이 걸려 있다.
나동은 그에 반해, 휠체어가 다니는 램프가 계단 대신 있고, 미술실이나 음악감상실 등 정적인 스튜디오가 있다.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거나,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 필요한 입주자는 선별해 나동으로 보내진다.
그보다 더 힘든 상태가 되거나, 알츠하이머가 심해지거나, 침대에 누워 기저귀로 대소변을 받아 내게 되면, 다동으로 입주하게 되고 24시 간병 케어에 들어간다.
그리고 라동은 마지막으로 가게 되는 호스피스 개념의 요양소인데, 거기 1층에는 풍요 상조회사 사무실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상복 샘플과 여러 상조 관련 물품 사진이 벽에 걸린 사무실은 입주자들에게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처럼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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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에는 입성을 챙겨야지.”
“마담 사이즈 옷들 백화점 사서 챙겨 입자구? 가격 만만치 않을 텐데?”
“흐음, 나 드라마 시절에 1년에 20억도 번 적 있었어. 미친 때였지. 보조작가들 10여 명 고용해서 펜트하우스 하나 단기로 빌려서 미친 듯이 드라마 3편을 돌렸으니까. 그때 스트레스 풀 때는 정말 고꾸라져 죽거나, 남자랑 미친 듯이 자거나, 아니면 명품 쇼핑이었는데, 후우. 앞에 두 개는 할 수 없으니, 하는 수 있어? 명품매장 샵마들하고 친하면서 세일하면 얼른 달려가 집어 왔는데. 보조작가들도 선물 주고. 그러고 나서 또 피디들과 대본으로 쥐어 터지게 싸우고 그랬었지. 후후.”
“어, 언니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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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흔들거리던, 40대 정도의 하와이 셔츠를 입은 근육질 사장이 신나게 말했다.
“어머, 아름다우신 누님들 강림에 시선을 어디로 둘지 모르겠습니다.”
“호호. 우리 아직 안 죽었네. 아아 세 잔이요. 그리고 와플 츄러스 세트로 각자 하나씩 추가.”
“네네, 그러믄입쇼. 발 뜨겁죠? 가만 계세요들, 누님.”
사장은 얼음물을 컵에 담아 시원하게 그녀들 발에 뿌려 주었다.
“엄마. 시원, 시원해요….”
“누님들, 미국서 살다 오셨나 보다. 화끈하세요들.”
“그럼요, 풍요….”
라고 말하려다 나숙 씨가 입을 다물고 말을 바꾸었다.
“미국 플래티넘 타운서 살다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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