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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이 다음 없이

죄 없이 다음 없이

걷는사람 시인선-04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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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52g | 125*200*8mm
ISBN13 9791191262452
ISBN10 119126245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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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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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는 아이를 참다가 참다가
그 엄마에게 항의했다.
그러지 말걸 그랬다.

눈이 내렸고 눈을 뭉쳤고 벽을 맞혔다.

말을 그치자 말이 없다 잠깐 뜨겁고 오래 차갑다.
생면부지의 열애는 늘 이렇다.

주머니에 손 넣어 동전을 짤그락거린다.
눈이 계속 내린다.

벽에는 내가 던진 눈 뭉치가 뭉개져 있다.
그러지 말걸 그랬다.
--- 「그러지 말걸」 중에서


강릉이나 삼척으로 가자고 했지
서울에서 멀어지면 우린 아주 행복할 거라고
거짓말로 안내하던 택시 기사에게
속았던 때를 기억하면서도

귀찮은 일은 문득 삐져나온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노인들의 여권과 티켓
에스키모 다큐에는 상처 입은 개들이 보이듯이
계획이란 늘그렇듯이

상자를 채워 더 큰 상자에 담는다
깜빡 잊으면 두세 배 늘어나는 일들

스웨터 장갑 철 지난 것들
그렇게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머리를 부딪히며 우리는 짐을 옮긴다

시시한 것을 담고
시시한 것을 쌓고
--- 「서울에서 멀어지면」 중에서


꼬마 셋이 지나간다. 같은 곳에서 머리를 자른 듯 머리 모양이 똑같다. 가운데 아이가 저금통을 거꾸로 들어 올린다. 셋이서 동전 구멍을 올려다본다.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눈송이 민들레 사탕 한 알, 어떤 것이 나오면 좋을까. 꼬마 셋은 닮았다 하나쯤 닮지 않아도 좋지만 그들은 닮았다.

더 많이 닮다가 슬슬 달라지겠지. 과일을 사거나 팔겠지. 과일 가게를 지나가겠지. 튀어나온 자동차에 놀라 물러서겠지. 사랑하거나 그랬다고 믿겠지. 매미 소리를 듣겠지. 겨울에도 푸른 풀잎들을 무심결에 지나치겠지. 기다리는 사람이 있겠지. 닮았다가 달라지다가 다시 닮아 가겠지.
--- 「아마도 셋은」 중에서


너는 연습 중
담배 연기는 얼굴로 되돌아온다

하늘은 빨갛고
달리는 사람은 조금 더 빨갛고
오늘은 나중에게 물러서지 않기를

아이를 땅에 묻는 젊은 부부는
동전 한 개를 그 위에 던져 놓는다

너의 말이, 여기 적는 글자들이
낱낱이 혼자이기를
혼자들이 배를 만들고 게으르게 연명하기를

10센티 남은 일몰
버려진 가옥 퇴색한 페인트가 집일 때

이것들 다 혼자일 때
잔인한 호의 없이
죄 없이
다음 없이 혼자일 때
--- 「10센티 일몰」 중에서


두부를 먹고 싶다
사과를 먹고 싶다

두 시간 후면 광화문에 가야 하는데
서울 가는 기차를 타야 하는데

방은 어둡고
설경이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있다
눈이 내릴 텐데
눈 쌓인 곳이 있다고 하는데

두부를 먹고 싶다
지긋지긋하게 흙냄새 나는
사과를 먹고 싶다
연분홍 꽃이 시들어 맺은 열매

이제 술을 깨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기차를 타야 하는데

두부를 먹고 싶다
사과를 먹고 싶다
설경이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있다

광화문에 가야 한다
광화문에 가야 하는데
--- 「광화문에 가야 한다」 중에서


열심히 지나간다
지나치고도 좋은 것만 기억하는 사람
그래서 두 번 지나치는 사람

골목 끝에는
오토바이 가게, 폐차된 오토바이 열 대쯤
병아리 색깔의 유치원 버스

담배를 피우다 물을 마시고 싶다
물컵을 보며
재떨이 들어 입에 가져다 기울인다
꽁초 몇 개 바지에 쏟는다

더 자주 잊어야 한다
--- 「물컵을 보며 재떨이」 중에서


어제 죽은
빛의 마을에 돌아가려는 게 아니라
색다른 도시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어둠의 환대를 바라서가 아니라

돌아보는 하늘 붉어 염소처럼 안심하는
이런 귀가는 어떤지
--- 「이런 귀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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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담뱃불을 붙이는 잠깐”에도 “당신의 하루 밤낮 이야기”(「자전」)를 보고, 또 보고, 그 어떤 기교도 없이 “한 조각 아름다움, 그 말도 안 되는 것”(「한 조각 아름다움」)에 가닿고자 하는 시인이 있다. 그는 아니꼬운 일들, 서럽거나 막막한 일들에 딸린 뒷이야기들을 “연필 끝으로/살짝 끄집어낸다.”(「발견」) 임곤택 시인의 그물코 감각에 걸리는 것은 온갖 소리와 냄새와 “반쯤 죽은 것에 물을 뿌려 반쯤 살리”(「오후의 느낌과 여행을 떠나자」)는 시간의 숲이다. 그는 참새와 글자들이 구별될 정도의 거리에 침잠하면서 삶과 조우한다. 딴생각하면서 한눈팔았는데 그때 보이는 아름다움이랄까. 그렇다, 임곤택 시인은 너무 평범해서 잊고 사는 존재들, 즉 폐허이면서 생명인 것들의 범상함을 안다. 그의 시작법은 의도적으로 만든 이미지가 아니라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내파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는 언뜻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찰나의 면을 입체적으로 그려 낸다. 진술의 선명함도 좋지만 특히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묻어 있는 흥興이 마음에 든다. 그의 흥은 “묘한 쾌감”이고 “징그러운 살기”이고 “즐거운 운명”(「수족관」)이다. 옳고 그름을 섣부르게 분간하지 않고, 금 간 일상, 특히 삶의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사뭇 진지하면서도 짓궂고, 또 측은하면서도 장난기까지 머금고 있다. 쾌快와 불쾌不快의 세계마저도 아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그려 놓은 것만 같은데, 거긴 “맑은 오후”이면서 “구겨지기”(「정물」) 쉬운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의 사색을 좇아 동행한다면, 삼투하는 노을같이 “빛나지 않는 것들을 잠시 빛나게”(「메이드 인 베트남」) 하는 사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이병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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