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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너머 江村

山너머 江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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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40*205*20mm
ISBN13 9791156344681
ISBN10 1156344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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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 물둑을 넘어 둑막이로 조성된 갯밭을 점령하는 순간, 애써 가꾸어온 농작물이 한순간에 파괴된다. 물론 마을 저지대의 집들도 물이 들면 큰일이기는 말할 나위도 없다. 고도리의 집도 예외일 수는 없다.
고도리가 태어나기 전인 1959년 추석 때 들이닥친 사라호 태풍처럼 말이다. 그때 고도리의 초가집이 홍수에 떠내려간 적이 있었다.
홍수는 마치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연합군이 아킬레우스를 앞세우고 물밀 듯이 들이닥치는 모습처럼 물둑 허리를 세차게 할퀴고 때리면서 흐른다. 강폭도 넓어지고 속도도 빨라진다.
홍수가 물둑에 큰 압력을 가하면서 빠르게 흐르고 있지만, 다행히 아직은 둑의 어깨높이 정도에만 이르고 있다.
홍수는 거센 물살을 일으키며 주변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면서 내려왔다. 누런 황톳빛 물살은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멀리 있는 위쪽 마을의 들판 가장자리를 쥐어뜯고 물어뜯으며 합강 쪽으로 흘러왔다. 육중한 물살은 풍호정 아래 암벽에 부딪혀 치솟으면서 물기둥을 뿜어 올렸다. 급물살은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솟아올랐다가 한 바퀴 뒹굴고는 아랫물을 삼키고 꼬꾸라졌다.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가 숙이고 하면서 아래로 힘차게 뻗어나갔다. 그들은 서로에게 웅성거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떠내려갔다.
미치광이 같은 급물살은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면서 흘러가기도 했다. 깔때기 모양의 소용돌이는 빙글빙글 빠르게 맴돌면서 물결을 파먹으며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다. 지푸라기와 나뭇가지, 빈 플라스틱병이 물살에 휘말려 마치 지옥의 문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소용돌이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 가기도 한다. 마치 잡식성의 괴물이 흉측하게 생긴 입을 벌리고 먹잇감을 삼키는 것 같다. 물살은 제멋대로 자유분방한 덩치 큰 산짐승 같기도 하고 무서운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는 들짐승 같기도 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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