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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들의 향기, 백비(白碑)

빈 들의 향기, 백비(白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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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150*220*30mm
ISBN13 9791156344674
ISBN10 1156344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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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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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난 들판은 어머니의 품만 같다. 현상적으로는 비어 있어 언뜻 보면 허전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품 안에 자식을 키워서 떠나보낸 어머니 품처럼 드높은 가을 햇살 아래서 결실을 맺어가던 체온이 아직도 남아서 따뜻하다.
늦가을을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던 들판은 얼마나 풍성했던가. 그것이 거둬들여져 지금은 비어있지만, 가꿔진 작물을 떠나보낸 자리는 머물러 있던 체취가 여전하다. 그런 들판에서 벼가 무르익고 고구마와 배추, 무와 토란이 살이 쪄 갈무리되었다.
그래선지 들판에 서면 작물들이 다투어 크던 열기가 아직도 잔영으로 남아 눈에 어른거린다. 해서 들녘은 비어있지만 허전한 전경이 아니다. 오히려 보람으로 안겨 오는 흐뭇함이 있다. 마치 어릴 때 봉두난발한 머리를 바리캉으로 박박 깎아서 시원하던 때처럼 숙제를 마친 뿌듯함이 있다.
추수가 끝난 들판의 정경은 고요하다. 바람이 불되 어디 한 곳, 거치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벼나 작물이 있을 때는 벼 이삭을 흔들고 다른 것들의 이파리를 매만지던 바람이 얼음을 지치듯 지체하지 않고 미끄러져 지나간다.
그걸 보면서 나는 묵언(默言)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말 없는 소망을 읽는다. 너른 품으로 감싸 안았다가 내어준 마음을 읽는다. 이 말 없음의 묵언은 그저 입다 물고 조용하게 있는 침묵과는 다르다. 침묵은 할 말이 있으나 참는 것이지만 묵언은 그렇지 않다. 흐뭇하게 지켜보는 마음이며 빌어주는 비손의 마음이다.
그러기에 묵언은 백 마디 천 마디의 말보다 무게감을 갖는다. 나는 일찍이 비어있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큰 울림을 준 걸 본 적이 있다. 내가 등단을 하고 나서 이듬해인 1990년 전남 문학회가 개최한 문학기행에 따라나선 때였다.

장성 필암서원을 가기 전에 먼저 박수량(朴守良, 1491~1554)의 묘를 들렀는데, 가서 보니 묘비석이 글자가 하나도 쓰여 있지 않았다. 그냥 맨 바탕의 백비(白碑)였다. 그것도 흰 차돌이어서 놀라고 말았다. 세상에 이런 비가 있다니.
현장 안내를 맡은 이가 해설을 해주었다. 이 비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그렇게 소박하게 세워지게 되었단다.
형조판서와 호조판서를 지낸 분인데 항상 자신을 낮추고 살았다고 한다.
그는 후손에게 이르기를,
“내가 초야(草野) 충신에 외람되게 판서의 반열에 올랐으니 영광이 분에 넘쳤다. 내가 죽거든 시호를 칭하거나 묘비를 세우지 마라.”
그 말을 듣고 감동했다. 한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38년이란 오랜 공직에 있었음에도 얼마나 청렴하게 살았는지 숨을 거둘 때는 치상을 할 돈이 없었단다. 대사헌 윤춘년이 명종 임금에게 아뢰어 가까스로 상을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백비는 이때 임금이 그의 훌륭한 인품을 생각해서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천만 가지 수사를 동원하여 쓴 그 어떤 화려한 비문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천금 같은 묵언의 말을 후세에 전하고 있지 않은가 한다. 그것을 보면서 옛 여인이 머리에 가체 얹듯 큰 비석에다 미사여구로 빼곡하게 써놓은 것과는 크게 비교가 됨을 느끼게 된다.
그 백비를 떠올리면서 무엇보다도 많이 느끼는 것은 요즘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이 말을 함부로 가볍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남발하는 말들은 차고 넘친다.
그게 어디 믿을 만한 것들인가. 자고로 사람을 볼 때는 오직 내뱉은 말보다는 발길을 보고 평가하라 했듯이 그리할 일이다.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한데 박수량 선생은 어떠했던가. 백비로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증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수가 막 끝난 빈 들판의 여운처럼 그 백비는 따스하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 자 한 획의 표시도 없이 비워둠으로써 얼마나 채워주는 충만이 있는가. 들판의 온기처럼 얼마나 흐뭇하게 하는가.
수확을 마친 들녘의 빈 모습이 내 눈에는 하나도 허전하게 보이지 않는다. 내줄 것은 다 내주고 묵언하는 모습이 내 눈에는 충만으로 가득 차 보인다
--- 「빈 들의 체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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