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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을 여미다 2

꽃잎을 여미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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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30g | 130*190*20mm
ISBN13 9791135466908
ISBN10 1135466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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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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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여인의 반응을 보고 경매꾼의 말이 참임을 확인했다. 향족의 여인의 가치를 아는 이는 드물다 하나 노련한 경매꾼은 그 가치를 알아본 것이 분명했다.
“직접 확인하지.”
금화를 본 경매꾼은 기꺼이 여인을 사내의 품에 넘겼다. 손목을 꼭 거머쥔 채 사내는 여인의 몸을 훑어보았다.
족쇄 아래 여윈 손목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가늘었다. 반항할 기운조차 없어 파르르 떨리는 손목을 본 사내는 긴말 않고 여인을 제 품에 안아 들었다.
“그럼, 값을 치르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무하.”
사내가 그림자의 이름을 불렀다.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게 사내의 뒤를 따르던 그림자가 움직임과 동시에 천막 밖에서 대기 중이던 군사들이 경매장을 덮쳤다.
“함정이다!”
“주인어른!”
황제 직속 근위대가 경매장 안에 모인 자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사방에 퍼지는 피비린내와 함께 비명이 천막 안에 울렸다.
사정을 알아차린 경매꾼과 부하들이 검을 채 들기도 전에 은빛 섬광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붉은 선혈이 사방으로 튀고 경매꾼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런.”
경매꾼에게서 튄 선혈이 사내를 향해 튀고, 주인을 잃은 부하들은 우왕좌왕하다 근위대의 손에 무참히 쓰러졌다.
감히 제 여인을 향해 음탕한 눈길을 보낸 자들은 살려 둘 가치가 없다. 사내는 미간을 찌푸린 채 제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송구하옵니다.”
“뒷일을 부탁하마.”
그림자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사내는 여인을 안고서 천막을 빠져나왔다. 제 품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인도 이제는 제 정체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여인을 마차에 앉히고 그는 손수 여인의 손목과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끊어 주었다.
벌겋게 흉이 진 상처를 문지르며 눈가리개를 풀자 여인의 말간 눈동자가 드러났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눈빛이건만, 정작 그녀는 힘의 증거인 이 눈빛을 좋아하지 않았다.
눈물을 머금은 여인을 마주하고서 사내는 흘러내린 귀밑머리를 쓸어 넘겨 주었다.
“어찌 이리 야위었느냐.”
“어찌 알고 오셨습니까.”
여인은 대답 대신 물음을 던졌다.
사내는 그런 여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부용화처럼 곱던 이가 이리도 야위었으니, 그녀가 제 곁을 떠난 후에도 순탄히 지내지 않았음을 확인할 뿐.
촉촉이 젖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내는 여인의 뺨에 튄 핏방울과 함께 눈물도 닦아 주었다.
“네 사내가 이리 멀쩡히 살아 있거늘, 과부라 칭하다니. 그대는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내 말을 듣지 아니하지.”
겁에 질린 여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사내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맴돌았다.
매사에 무던하던 여인이건만, 그래도 자신이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 눈치였다.
“재미있었겠지. 네가 없이 하루하루 피가 마를 나를 알면서도 그리 떠났으니, 네 어찌 즐겁지 않았겠느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정하게 속삭이는 비웃음이라 여인은 고개를 떨구고 사내의 눈을 피하기 바빴다.
떨리는 눈동자를 앞에 두고 사내는 실없이 웃었다. 매일 밤 원망을 더해 가며 무슨 짓을 할지 몰랐건만 그래도 제 앞에 이리 앉은 모습을 보니 미움이 일기도 전에 기쁜 제 마음이 참으로 우스웠다.
“이런 꼴을 당하려고 내 곁을 떠난 건가.”
흐트러진 옷 틈새의 상처를 마주한 그의 미간이 가득 찌푸려졌다. 웃음기가 사라진 그를 차마 마주할 수 없어 여인은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뺨을 스치는 손길은 더없이 다정하건만 쇄골에 와닿는 그의 숨결은 한없이 거칠다.
“내가 우스웠겠지. 그대는 나를 기만하는 게 즐거웠던 거야.”
냉혹한 그의 말이 비수가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찢어발겼다. 한없이 야윈 어깨에 남은 상흔을 어루만지며 그는 뜨거운 눈물을 떨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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