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다수제가 갖고 있는 몇몇 단점에 대해 알아봤다. 첫째, 이 제도는 비(非)비례적인 선거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군소 정당은 과소대표(underrepresented)된다. 셋째, 군소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첫째, 단일 정당이 안정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준다. 둘째, 선거구를 대표하는 의원을 선출할 수 있다. 셋째,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이 제도를 그 자체로만 독립적으로 다루게 되면, 찬성론과 반대론에 대한 평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다른 제도와 비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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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에서 2가지 형태의 2회투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제도의 핵심적 특징은 각기 다른 선거일에 한 번씩, 즉 두 번 투표한다는 것이다. 주요 목적은 당선자가 1인 선출 선거구에서 과반수, 즉 투표자의 50%를 넘는 지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혹은 과반수 득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프랑스는 의회 의원 선거에서는 2회투표제의 한 유형인 절대다수-최다득표제(majority-plurality), 대통령 선거에서는 또 다른 유형인 절대다수-결선투표제(majority-run-off)를 채택하고 있다. 두 제도 모두 첫 번째 단계는 단순다수제와 유사하다. 즉, 프랑스 유권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투표한다. 한 후보가 투표수의 과반수를 획득하면 그는 당선되며, 두 번째 투표는 실시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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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다수제에서는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가 과반수 득표를 한 경우를 제외하면 유권자들이 2차 투표에 참여해 투표해야 한다. 이런 사실은 다소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1차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의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 이는 ‘선거 불확실성(electoral uncertainty)’만을 조장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자칫 잘못된 상황에서는 정치체제 안정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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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성을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선거구로 만드는 것이다. 한 국가를 작은 선거구로 쪼개기 시작하면 비(非)비례적 요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모든 비례적 선거제도에서 기본적인 규칙은 다음과 같다. 즉, 선거구 크기가 클수록(즉,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대표의 수가 많을수록) 비례성이 높아진다. …… 한 국가를 작은 선거구로 나누게 되면 계산 과정에서 낭비되는 표, 즉 사표(死票)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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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혼합형 선거제도가 몇몇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격찬하기도 한다. 단순다수제가 가져오는 비非비례성 문제, 그리고 비례대표제가 가지고 있는 선거구 대표성 부재라는 문제를 이 제도가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혼합형 선거제도는 비례적인 선거 결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선거구 대표성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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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토리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특히 혼합형 다수제를 ‘단순다수제와 비례제의 잡종(plurality- proportional hybrid)’이라고 부르면서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 제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도 두 개를 결합시키고 있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은 비례제와 단순다수제의 결점을 결합시킨 일종의 “질 나쁜 결과를 낳는 잡종(bastard-producing hybrid)”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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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만이 투표용지 위치 효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학계에서도 한동안 이 문제에 대해 연구했다. 그러나 다수 연구들이 방법론상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호주와 아일랜드 선거에서는 이 효과가 분명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효과가 가져오는 문제는 매우 미미하며 또한 간단한 해법도 있다. 즉, 투표용지의 후보 이름을 교대(rotation)로 기재하는 것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과정에서 후보 이름 순서를 여러 번 바꾸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 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 맨 위(혹은 맨 아래)에 등장하도록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40년간 시행되고 있으며, 태즈메이니아 주는 1980년에, 호주 수도 특별 지역(Capital Territory)도 1994년 이 방식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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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가 비례적일수록 정당체제는 더 파편화된다는 사실은 거의 자명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1950년대 프랑스 정치학자 뒤베르제(Duverger, 1954)는 한 명제를 제시한다. 비(非)비례적 선거제도(그는 특히 단순다수제를 지칭했다)는 양당체제를 ‘촉진’하고 반면 비례적 선거제도는 다당체제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두 내용이 담겨져 있다. 비(非)비례적 선거제도의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제적(機制的) 효과다. 비(非)비례적 선거제도에서는 군소 정당이 의석을 획득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에 이 제도의 기제는 의회에 진출하는 정당 수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둘째, 심리적 효과다. 비(非)비례적 선거제도에서 유권자는 군소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자신의 표를 사표로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따라서 군소 정당에 투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군소 정당은 더욱 불리해진다.
--- p.214
일본은 1994년에 혼합형 다수제를 채택했다. 개혁의 배경은 이탈리아와 매우 유사하다. 정치자금을 둘러싼 일련의 부패 스캔들로 정치체제에 대한 불신은 고조되었고, 당시의 단기비이양제(SNTV, 70쪽을 보라)가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인식되었다. 그리고 자유민주당이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단기비이양제의 비(非)비례성 때문이라고 인식되었다. 그뿐 아니라 이 제도로 인해 같은 정당 소속 후보들이 선거구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나친 득표 경쟁을 하게 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 p.243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다. 이는 좀 더 교활한 전략으로 비(非)비례적 제도(비례적 제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에서 주로 활용되는 것이다. 특정 정당, 특히 여당이 의석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선거구 경계를 다시 그리는 것을 말한다. …… 게리맨더링이라는 용어는 181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가 만든 선거구 모양에서 유래한다. 한 언론인이 그 선거구를 마치 도롱뇽(salamander) 같은 모양이라고 했던 것처럼, 길고 좁고 그리고 구불거리는 모양이었다. 이 때문에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게리는 선거에서 졌기 때문에 이것은 결국 실패한 게리맨더링이라고 할 수 있다.
--- pp.271-272
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왜곡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특정 유형 정당의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다양한 ‘정당법(party laws)’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중 가장 논쟁적인 것은 특정 정당이 선거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혹은 참가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하는 법이다. 독일이 또 가장 좋은 예다. 독일에는 자주 사용되지는 않지만 ‘반체제(anti-system)’ 정당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Poguntke, 1994). 이보다 노골적이지 않은 법은 특정 유형 정당의 활동에 법적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 북아일랜드에서 신페인당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엄격한 법적 제한 조치가 취해졌다.
--- p.277
비례대표제에서 형성된 연립 정부는 교체하기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핀토-더친스키(Pinto-Duschinsky, 1999)의 말을 빌리자면 “악당을 쫓아내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핵심에는 정부 구성과 교체가 대중 투표의 직접적 결과가 아니라 정당 지도부 사이에 오가는 계략의 결과라는 문제의식이 있다. 특히 소정당이 보여주는 추의 중심(pivotal) 역할은 관심의 대상이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제5장에서 본 바와 같이 독일 자유민주당이다. 자유민주당은 극소수 득표율로도 오랜 기간 계속해서 정부에 참여했다.
---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