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한글을 사랑하며 한인 2세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여러 뜻있는 한인들의 노력으로, 미국 대학위원회College Board가 한국어를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현대 히브리어, 라틴어, 일본어, 중국어에 이어 아홉 번째 외국어로 SAT 언어 시험 과목으로 채택했다. 그리하여 1997년에 처음으로 한국어 시험이 실시되었다. 한국어가 채택된 이후 아직까지 SAT에 추가된 언어가 없는 것을 보면, 그만큼 새로운 외국어를 SAT에 포함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 당시 그분들은, 한국어 시험이 단순한 언어 시험의 의미를 넘어, 재미 한인 2세들의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어 채택을 위해 1만 5,000여 명의 서명과 미국 대학위원회College Board에서 요구한 시험 개발 비용 50만 달러를 삼성의 전액 기부금으로 마련하고, 전국적인 모금 운동을 통해 한국어진흥재단을 설립하는 등 실로 미국 한인 이민사에 남을 만한 큰일을 해내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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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중부 일리노이 밸리 디비전Central Illinois Valley Division 소속 교육위원들의 정기 모임이 필자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던랩 학군의 한 중학교에서 있었다. 마침 필자의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모임을 주최했기에, 딸이 활동하는 코러스와 재즈밴드가 교육위원회 모임을 위해 합창과 연주를 해 주었다. 모임의 등록을 마친 후 배경으로 흐르는 코러스의 아름다운 노래를 뒤로하고 모임의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며 회의 순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코러스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눈치를 못 챘으나 노래 소리가 점점 커짐에 따라 곧 그 노래가 필자를 위한 것임을 깨닫고 코러스에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마침 필자의 생일이 그다음 날이었는데, 딸의 즉석 제안으로 코러스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준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받은 학교 코러스의 생일 축하 노래는 지금까지 받은 어떤 생일 선물 중에서도 가장 값진 생일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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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깨우치기 전까지는 한글에 대한 느낌을 주기 위해 쉬운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 준다. 굳이 아이에게 읽어 보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간단한 내용을 알아들었는지는 물어본다. 자음과 모음을 깨우치며 글자 읽는 법을 단어별 ‘통문자’로 가르친다. 한글을 스스로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되면 한국에서 쓰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12권―로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아무래도 한국의 학년대로 따라가기는 무리이고 6학년 교과서를 여기 중학교―8학년―끝날 때까지 익힐 수 있으면 아주 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문을 크게 소리 내어 읽게 하고 발음을 고쳐 주며 모르는 단어의 뜻을 설명해 준다. 본문 내용, 문법을 설명하고 중간중간 내용을 물어보며 단어와 구문을 익히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짧은 글짓기를 한다. 아이에게 전체 내용을 말하게 하고 책에 있는 물음에 답하게 한다. 읽기뿐 아니라 쓰기까지 해야 한글을 잊지 않고 완전하게 습득하기 때문에 배운 본문을 노트에 반드시 옮겨 써 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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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기간 동안 생각지도 않던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심신이 지쳐 힘든 고비 때마다 신기하리만큼 필자를 도와주겠다는 귀한 분들이 연락을 해 오는 것이었다. 많은 분들이 필자를 위해서 표지판을 설치하고, 소개서를 돌리고, 신문 광고비를 부담해 주며,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끔 다리를 놓아 주기도 하는 등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우리 가족이 다니는 교회에서 알고 지내는 어느 부부는 필자가 꼭 당선되기를 바란다면서 자신이 사는 동네에 필자를 알리고 소개서를 대신 돌려 주겠다고 했다. 또 다른 분은 지역 광고지에 선거 광고를 내 주고 그 비용을 부담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교회 가족은 자기 아들이 보이스카우트인데 그 활동의 일환으로 자기네 동네에 필자를 홍보해 주고 소개서를 나누어 주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 그리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역 한인 가족들과 중국계 친구들이 필자의 출마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거운동을 여러모로 도와주니 그 무엇보다 필자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필자의 작은 용기로 시작된 교육위원 출마가,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로 이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어떤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대표하는 후보로서의 의미가 담기기 시작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당선돼야 했다. 필자와 아내가 가가호호 방문하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할 수 있었던 배짱과 열정은, 바로 여러 사람들의 도움에 의해 생겨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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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영협회AMA, 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에서 세계 유수한 기업들의 2,000명이 넘는 매니저와 고위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세계경제에서 살아남고 앞으로 더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미래의 전문 인력들이 갖추어야 하는 기술과 경쟁력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설문 조사의 결론은, 전통적인 학과 교과목이라 할 수 있는 ‘읽기reading, 쓰기writing 그리고 산수arithmetic’로 통칭되는 소위 ‘3R’에 정통精通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에 더해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critical thinking and problem solving, 소통communication, 협동collaboration 그리고 창의력과 혁신creativity and innovation 등 소위 ‘4C’ 능력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많은 고위 경영진들은 현재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4C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세계화되어 가는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4C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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