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필
채상우 | 파란 | 2021년 08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11쪽 | 178g | 128*208*8mm
ISBN13 9791187756996
ISBN10 118775699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러나, 저녁이 오고 있다 그러나 저녁이 오고 있다라는 문장은 저녁 바깥에 있다 그러나 저녁이 오고 있다라는 문장을 쓰는 저녁 바깥의 저녁은 이제 막 저녁이 되려 한다 아직 저녁은 오지 않았는데 그러나 저녁은 저녁 바깥으로부터 오고 나팔꽃은 서둘러 지려 하고 그러나 저녁이 오고 있다라는 문장을 쓰는 저녁 바깥의 저녁은 온통 저무는 중이다 나팔꽃은 낮과 밤을 언제부터 구분하기 시작했을까 그러나 나팔꽃은 저녁 바깥의 저녁에서 꽃잎을 오므리고 가시거미는 제가 뱉어 놓은 그물 속에서 깨어나려 하고 그러나 가시거미가 깁고 있는 저녁은 저녁이 오기 오래전부터 부서져 내린다 그러나 그런 저녁이 오고 있다라고 쓰는 저녁 바깥의 저녁 거기 당신 오랜만이군요 그러나 누구인가 당신은 왜 저녁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는가 저녁이 오고 있는데 저렇게 오고 있는데 그러나 저녁이 오고 있다라는 문장을 쓰고 있는 저녁의 바깥에서 내내 서성이기만 하는 당신 잘못 물들인 색화지처럼 저녁의 바깥으로 저며 들고 있는 저녁 그러나 나는 왜 이 문장을 기어이 완성하려 하는가 그러나 저기 분명 저녁이 오고 있는데 저녁이 오고 있다라고 쓰고 다시 고쳐 쓰는 저녁의 바깥은 아무런 뜻도 없이 저녁이 되어 가려 하는데 이 세상의 모든 저녁에서 사라진 당신 주여 내가 만족합니다 당신이 이루지 않고 떠난 저녁 그러나 마침내 저녁이 오고 있다 그러나 저녁이 오고 있다라는 문장은 끝끝내 저녁 바깥에 있고 지은 적 없는 죄가 불현듯 선명해지려 한다


백년모텔

열두 해 전에 헤어졌던 여자가 병이 들어 찾아왔다 오늘은 낮이 가장 긴 날이고 내일은 동쪽으로 흐르는 강을 찾아 머리를 감는 날이다 나는 아직 모른다 낙숫물 소리는 여전히 가난하다 워킹팜은 일 년에 십 센티미터씩 움직인다 그러고는 일 년 전의 뿌리를 미련 없이 잘라 낸다 나는 아직 모른다 닭내장탕을 먹다 보면 삼양동 골목길이 떠오른다 내가 쓴 문장들은 서로를 조금씩 오독한다 한번 시작된 생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 인정한다 너는 나보다 조금 덜 미쳤던 거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성교를 끝낸 뒤 슬픔을 느낀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방금 전까진 개였는데 비로소 개가 된 느낌적 느낌이랄까 개로 오십 생을 살고 나면 인간이 된다고 한다 나는 아직 모른다 평생을 조롱받으며 사는 덴 딱 하룻밤이면 충분했다 오늘을 과연 무슨 요일이라고 말해야 할까 마야인들이 남긴 일력에 따르자면 우리는 이미 죽어 있다 자신을 모욕하는 일은 참 쉬운 일이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나는 아직 이해할 수 없다 다행이다 나만 나를 증오한 게 아니었다 나는 아직 모른다 모나크나비는 독풀 위에 알을 낳는다 내게 남은 건 머리카락 몇 올이 전부다 손가락이 자꾸 파래진다 벽지 속의 물고기가 화석이 되어 간다 나는 아직 알아서는 안 된다 오늘도 사랑할 사람이 생기려 한다 아직 세지 못한 은전들이 낭려하다 나는 선택했다 내 세월 속에 남기로 그러나 나는 모른다 작약을 심었던 마당은 불안으로 가득하다 모든 길의 끝에는 무덤이 있다 쓰고 버린 이름들을 태운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또 백 년이 시작되는 중이다 나는 결코 모른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름다웠을 여자 다 기억나려 한다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눈, 저 눈, 저 텅 빈 눈, 저 텅 비고 새까만 눈, 공활한 눈, 티끌 하나 없는 눈, 유리구슬 같은 눈, 한때 하늘을 날아다녔던 눈, 이젠 지저귀지도 울지도 않는 눈, 더 이상 눈이 아닌 눈, 너무 말이 없는 눈, 너무 의미가 없는 눈, 천 개의 눈동자를 가진 눈, 흑색 왜성, 수백억 수천억 년 동안 사라지고 있는 눈, 꼼짝하지 않는 눈, 어떤 다짐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는 눈, 숨도 쉬지 않는 눈, 눈뿐인 눈, 오로지 눈인 눈, 눈만 남은 눈, 녹지도 썩지도 않는 눈, 죽었는데 죽지도 않는 눈, 죽지 않고 빤히 바라보는 눈, 바라보기만 하는 눈, 내가 이 길을 지나갈 때까지 내가 이 길을 지나가다 잠시 멈춰 설 때까지 내가 이 길을 지나가다 잠시 멈춰 서서 문득 쳐다볼 때까지 영원인 듯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눈, 속절없이 대책 없이 눈뜨고 있는 눈, 내 눈을 관통하고 있는 눈, 내 해골을 꿰뚫고 있는 눈, 맞바라보다 불타 죽을 것만 같은 눈, 저 눈, 처음부터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고 있는, 눈, 완벽한, 눈, 滅, 다시 滿開하는, 꽃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필(必)’은 ‘반드시’, ‘기필코’, ‘틀림없이’라는 뜻이고, “평생 심장에 꽂힌 칼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한다. “심장에 꽂힌 칼”이라니, 그것은 필시 ‘회한’의 한 형상일 듯하다. 물그릇을 들고 자빠진 사람처럼 후회란 두 가지 아이러니에 직면해 있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엎질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책망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몇 번이고 다시 엎지르게 한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반복과 지속은 회한의 방법이자 목표다. ‘대화공원 앞 삼사 차선에 로드킬된 고양이’부터 ‘뱀눈박각시나방을 떠메고 가는 개미’까지, ‘떨어져 터진 살구 알’에서 ‘십육 년을 함께 살다 죽은 개’까지 죽음은 시집 도처에서 나타나고 반복된다. 죽음이 편재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각각의 죽음이 회한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저녁의 어스름이나 끝도 없이 내리는 비의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죽음과 저녁과 비의 영원회귀가 새겨 놓은 회한의 형상이 ‘필(必)’이다. 회한 속에서 완수하지 못한 혁명과 연애와 무수한 생사고락이 ‘자기’를 벗고 다시 태어난다. 여름이 여름을 벗고, 참나무가 참나무를, 그늘이 그늘을, 붉은괭이밥이 붉은괭이밥을 벗고, ‘자기’가 되려 한다. 이 회한은 단지 지난 시간의 기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생되는 기억이기에 “生前과 死前은 같은 말이다”. 그래서 구 년은 하루 같고, 십사 년 동안 강릉엔 비가 내리고, 사월의 비는 오월까지 내리며, 이십일 년 전 삼양교회 중등부는 크리스마스캐럴을 아직까지 부르고, 스물여덟 해 전의 그 사람은 여태 차비가 없다. 같은 이유로 그는 “깨지 않는 꿈”속에서 찢긴 깃발을 부여잡고 서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오늘 내리는 비가 오로지 비 오는 오늘을 완성’해 가듯이 ‘스스로 그러한’ 자재함과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이유로 한 문장(세계)을 완성해 놓았다. 거기에는 살이 녹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도 붙들어야 할 이유가 있고, 그 세계는 마치 세상을 버린 사람의 노래처럼 가없이 슬프고 처연하게 가라앉는다. ‘틀림없이’ 아름답고 ‘마침내’ 아프다.
- 이현승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