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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모래를 보탠다

한 알의 모래를 보탠다

세종마루시선-004이동
성배순 | 심지 | 2021년 08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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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96g | 127*207*9mm
ISBN13 9788966272037
ISBN10 896627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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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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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나무는 손끝 가지까지 끌어 올린 수액으로
푸른 허공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한 잎 한 잎 꽃을 그린다.
후르르 다 지워버린다.
그 앞에서 어머니는 합장을 한다.
봄, 나무는 다시 초록 잎을 그리고
붉은 꽃을 그린다. 허공을 지운다.
천년 동안 반복되는 일상이다.
땅속에 머리를 박고 물구나무서서
모든 생각의 끝을 놓아버린 저 초록불!
--- 「봄, 만다라」 중에서


붉노란 서쪽 하늘이
늙은 아기를 끌고 가는
보행기를 잡아당긴다, 슬슴슬금.
덜커덩, 지구의 어깨가 한 뼘
옆으로 더 기울어진다.

보행기 속 아기가
지구의 몸을 밟는다.
조물조물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어깨가 무거운 지구를
살금살금 풀어준다.
--- 「지구의 두 축」 중에서


유난히 배를 좋아하신 아버지 49제 끝나는 날
배꽃 폭설이 내린다. 산제비나비 한 마리 난다.

이승에 남은 우리는 아버지 옷가지를 불속에 던진다.
산제비나비가 검은 날개 펄렁펄렁 손바닥 위에 앉는다.

커다란 산제비 나비 한 마리 청록비늘 반짝인다.
배 한 조각을 한참 동안 쭉쭉 빨아 먹는다.

커다란 산제비가 서쪽 하늘로 날아간다.
배꽃 폭설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한 점 날개 소리도 없이, 한 점 미풍도 없이
산제비 한 마리가 배꽃 속으로 스며든다.
--- 「산제비나비 한 마리」 중에서


염소 울음소리 닭 홰치는 소리
웅얼웅얼 코란 읽는 소리
여행객 숙소 아침을 빗자루질한다.
새벽 4시 반, 쓰레기 처리장에 사는
빈자들에게 줄 도시락을 포장한다.

울퉁불퉁 길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칼자국이 선명한 희끄무레한 고무나무들
기다란 자루 하나씩 매달고 있다.
덜커덩덜커덩 나는 공중부양을 한다.
주먹밥과 유부튀김도 덩달아 솟구쳐 오른다.

저곳에서 아이가 생긴다면 100리는 도망갈 거야.
누군가의 이야기에 갑자기 침묵한다.
비쩍 마른 사내들과 아이를 양손으로 안은 아낙들이,
까르르까르르 벌거벗은 조무래기 아이들이,
거듭되는 침묵 앞에서 하얗게 웃는다.

비굴하거나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보시의 기회를 주었으니 감사하라는 듯
지난 먼 어느 날에 받은 은혜를 갚으라는 듯
당당하게 줄 서서 오는 부탄의 탁발승처럼
맡겨놓은 듯 제 음식을 찾아간다.
--- 「한 알의 모래를 보탠다」 중에서


떠난다는 것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라고 소리치며
아침 6시 13분, 어둠을 뚫고 기차가 들어온다.
뿌우웅 경적을 울리며 치익칙 역으로 돌아온다.
이번 역은 조치원, 조치원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왼쪽 출구에 줄을 서자 애인이 귓속말을 한다.
역 주변의 출산율이 왜 높은지 아느냐고 농을 던진다.
6시 13분 경적소리에 잠에서 깬 사람들이
그 시간에 다시 잠들 수 있을까?
우리도 역 주변에 방 하나 얻어 볼까?
아침 햇빛 속으로 주먹만 한 연분홍 복숭아들
주렁주렁 제 모습을 드러내며 웃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던 애인이
만져지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며 내 손을 쥔다.
한때는 별을 보려고 어둠을 기다린 적이 있다.
지금은 북극성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새로운 별이 북극성에 올랐다는 것도 안다.
북극성은 생각보다 밝지 않다는 것까지 안다.
기차에서 내려 조치원역 광장에 서면 안다.
낮에도 반짝이는 별이 있다는 것을.
태양은 언제나 저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는 것을.
--- 「조치원역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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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순 시인은 그 출발부터가 남달랐다. 자신과 자신의 시를 우물에 가두어 두지 않고 밖으로 드러내어 저수지에 펼쳤다. 처음엔 조금쯤 비틀거렸고 낯설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라는 건 낯익은 것의 낯설기 수업 과정 같은 것. 성배순 시인은 제법 오랫동안 그렇게 자신의 시를 밀고 나갔다.
이제 성배순 시인은 어느 정도 가고 싶은 거리를 줄였고 자기가 이르고 싶은 과일나무 아래 서 있다. 그 모습이 매우 그윽하다. 작지만 초라하지 않고 옛것이되 오늘의 것이고 발랄하되 삿되지 않다. 이만한 시인을 주변에서 만나기 힘들다. 그녀의 노고에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는다.
섬광의 시다. 시란 것이 또 그렇지 않은가! 일순간 빛처럼 왔다가 어둠처럼 묻혀버리고 마는 절망. 그걸 붙잡아 희망으로 바꾸는 것이 시다. 이걸 또 성배순 시인은 제법 완숙하게 해보이고 있다. 다시 한번 이만한 시의 진경을 우리 주변에서 만나기 어렵다. 당분간은 이렇게 좀 더 멀리 가기를 권한다.
- 나태주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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