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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자유

바람의 자유

: 지안 스님 시집

지안 | 사유수 | 2021년 08월 0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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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37쪽 | 135*210*20mm
ISBN13 9791185920160
ISBN10 118592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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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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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등

절간 마당 한쪽
낮이나 밤이나
천년을 말없이
돌기둥이 등이란 이름으로
모자를 쓰고 서 있다

세월이 풍화하도록
작은 돌창 열어놓고
밤길 갈 일 없이
서서 기다리는
새벽의 범종 소리
유사시가 아니면
아예 불 켤 일도 없는데
등은 웬 등
불이 없어도
돌이 방광을 하누나


불두화(佛頭花)

그대 보고픈 날
불두화 피었다

초록빛 타고 온
동군(東君)의 뜰에
정토의 소식이 꽃으로 피었다

망향의 그리움에
몸져누워 있던 날
세월의 창밖으로
풍경소리 울리더니

소복한 옷 겹으로 포개 입고
마지(摩旨) 밥 지어 올리려 하는가
봉오리 손 모아
합장을 한다


별을 보는 밤

달빛 없는 별밤은
어두워서 좋은 밤이다
별은 어두워야 빛난다

고요의 무음이 소리로 들려
산창을 열고 별을 본다

지상의 슬픔이
별빛에 사격 당해
어둠 속에 사라지고

새로 탄생하는
목숨이 빛이 별이 되어
반딧불처럼 날아간다

번뇌의 하늘에도
별은 반짝이거니
적조(寂照)의 빛 자국이
윤회의 바다 등대런가


비상(飛翔)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구만리 장공을 날고 싶어라
겁초(劫初)의 사람은
날아다녔다지

업(業)이 무거워져 땅을 디딘
숙명의 슬픔이
눈물로 대지를 얼룩지게 하고
제 몸 숨길 자리 찾아 헤매는데

죄업의 숨바꼭질 그치고
수미산을 날아 넘어
차라리 천계(天界)의 풍월이 되어
빛나는 얼굴로 강산을 비추리

만고장공(萬古長空)
일조풍월(一朝風月)
그리운 향수여
해탈의 꿈이여


바람의 자유

꽃잎이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바람 속에
먼 바닷가 파도 소리가 들린다

산바람이 바닷바람을 만나러 가
바닷바람을 데리고 오니
파도가 실려 왔나 보다

세상천지를 자유롭게
막힘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오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

갈 데가 없어도 모든 곳 다 가
언제라도 좋고 어디라도 좋다
일 있으면 일어나고
일 없으면 잠을 잔다

내 마음도 꽃잎처럼 나비처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지도(地圖) 없는 곳으로 날아가는
자유의 바람이 되고 싶어라
--- 본문 중에서


산중실록(山中實錄), 심중유사(心中遺事)

1. 산중에서 불어오는 소식

무슨 말을 더할 것이 있겠는가?
지안(志安) 스님의 시집 원고를 읽으면서 나는 그저 청취자의 자리에 머무르는 기쁨의 시간을 한껏 가졌다. 본래 시란 ‘기(氣)로 교감하는 양식’이거니와, 법담(法談)이자 선담(禪談)과도 같은 고승의 시를 읽을 때엔 더욱이나 기감(氣感)의 공명이 필요할 뿐 그 밖의 다른 것은 가외의 일이다.

청취의 기쁨! 그것은 말하는 사람에 대한 크나큰 신뢰와 외경이 만드는 고차원의 경험이다. 그렇게 상대를 온전히 믿으면서 자기자신을 무장해제하듯 열어놓고 비워놓을 때, 그 자리엔 새 소식이 흠결 없이 첫날의 언어처럼 찾아와 안기면서 그 새 소식을 듣는 이의 귀뿐만 아니라 속마음까지 맑혀주고, 속마음뿐만 아니라 세계와 일상까지 맑혀준다.
사실 이런 청취의 기쁨과 그 시간을 모든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그리워한다. 그런 그리움이 뭇 사람들로 하여금 새 소식이 불어오는 곳으로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먼 길을 떠나는 순례객처럼 어느 땐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게 한다. 이 땅에서 그런 새 소식의 오래된 산실이자 진원지를 꼽아본다면 ‘명산(名山)’과 ‘산사(山寺)’, 그리고 ‘산승(山僧)’과 ‘시승(詩僧)’이 머무는 곳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모두 일컬어 ‘산중(山中)’이라는 한마디 말로 표현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지안 스님의 이번 시집은 ‘산중소식지’이자 ‘산중실록집’이다. 지안 스님은 이번 시집을 통하여 뭇 사람들이 존재의 심연 속에서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며 찾아가고 싶어 하는, 덧나지 않은 오지(奧地)의 진실한 산중소식들과 그 기록들을 봄날의 미풍처럼, 여름날의 해풍처럼 배달해주고 있다.
도대체 산중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지안스님의 소식지이자 실록집에 의하면 그곳에선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산중은 개산(開山)의 그 시절부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사(無事)의 전통을 유지하고, 산중은 언제나 적멸을 주인공으로 품어 안고 살며, 산중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아무일도 되지 않는 묘용을 함께 공부하는 곳이다.

그러고 보면 뭇 사람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며 귀를 기울이고, 때론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연인이라도 만나러 가듯 발길을 뜨겁게 내딛는 그 산중의 중차대한 소식은, ‘아무 일이 없다’는 그 단순하나 심오한 무사의 소식이다. 그러니까 이것이 산중에서 불어오는 소식이자 새소식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소식을 들음으로써 마치 잘 달여진 탕약을 먹은 것처럼 안심을 하고 일상을 다시 사는 힘을 얻는다.
지안 스님은 당신의 시집에서 영축산과 운장산의 소식을 가장 많이 전한다. 그 산들은 누구도 편애하지 않는 ‘불인(不仁)’의 ‘평등성(平等性)’을 지닌 무심과 무위의 산이지만, 지안 스님은 그 산에서 보배로운 소식을 법성게의 보배비를 받아 안듯 진정 큰마음의 그릇으로 받아 지니고 산다. 이런 일은 지안 스님이 산과 깊이로 산 세월의 용량과 그 산과 한마음으로 산 세월의 무게와, 그 산과 도반이 되어 길을 걸어간 세월의 너비를 알려준다.

지안 스님이 전하는 산중의 새 소식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아무 일이 없는’ 이곳엔 봄이 오니 산천의 축제가 벌어진다, 날마다 산간의 새벽은 천지인의 깨어남을 지키고 있다, 불어난 계곡물 위의 꽃잎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또 묻는다, 나뿐만 아니라 꽃들도 나를 붙들고 얘기 좀 하자고 그런다, 눈(雪)이 내려 일색이 되니 눈(眼) 밖에 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눈 내려서 백화도량이 되니 감로의 향기만이 가득하다, 산물을 다 내려 보낸 골짜기는 혼자서 쉴 수 있는 은신처이다… 등과 같은 것이다.
위의 실례들은 시집에서 필자의 눈길이 머무는 대로 적어본 내용들이다. 이런 ‘아무 일이 없는’ 산중의 소식은 그야말로 상대(相對)의 문법에 갇혀서 아프게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절대(絶對)의 실상세계를 알려줌으로써 그들을 일깨우고 안심시키는 양약이자 치유제이다.

2. 심중에서 우러나는 소리

지안 스님의 시집 속엔 아주 인간적인 면모들이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깃들여 있다. 시라는 세속 양식에 어울리는 언어와 그 구체화 과정을 거치는 데서 나타난 하나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시란 그것이 시선일규(詩禪一揆)요, 시심선심(詩心禪心)이며, 시선불이(詩禪不二)라는 견지에서 볼 때, 상대의 세계에서 빚어지는 인간적인 면모를 절대의 세계로 청정하게 하는 일이요, 절대의 세계가 전하는 소식을 상대의 세계가 지닌 인간적 언어로 재생시키는 일이다. 절대와 상대, 상대와 절대가 서로 만나는, 아슬아슬하지만 가능한 일이 여기서 탄생하고 있다.

지안 스님의 머리말을 보면 스님은 출가 전에 시인이 되려고 한 적이 있었으나 빨리 도(道)를 알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시를 잊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 돌이켜보니 반은 잘 했다고 생각되면서도 반은 후회스럽기도 하다고 한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시선일규요, 시심선심이며, 시선불이라는 경지를 통찰하고 닦아놓은 전통이 있지 않은가. 필자의 경우 꽤 긴 시간 동안 시를 공부하면서 ‘도’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살아온 셈인데, 그야말로 상대의 세계에서 시작하는 시는 궁극적으로 도에 이르게 되고, 절대의 세계에서 시작하는 도는 현실세계로 나오고자 하면 어떤 다른 양식보다 시를 만나기가 쉽다는 말을 할 수 있다. 특별히 불가의 게송들을 보면 이런 생각은 아주 짙어진다.
언어와 언어 너머, 언어 너머와 언어현실, 이 둘은 도심(道心)과 시심(詩心)이 인간계를 떠날 수 없는 한 타협하고 화해하고 격려하며 사랑할 수밖에 없는 포월(包越)의 도반이다. 이 포월의 묘용에서 시와 도, 시심과 도심은 본질과 현상을 함께 끌어안을 수 있다.

지안 스님의 심중에선 어떤 소리들이 우러나오고 있는가. 스님의 시집 속에선 인간적인 소리와 각성의 소리가 늘 이중주처럼 흘러나온다. 전자의 소리가 뭇사람들의 감성에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면 후자의 소리는 그들로 하여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낯설지만 신선하고 편안한 본래자리를 만나게 한다.
가령 지안 스님은 당신의 시 「살지 않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에서 ‘살지 않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들 열거한다. 그때 삶은 현실의 언어처럼 구체적이고, 그런 경험은 뭇 사람들과 함께하는 동질감의 요소이다. 그러나 그 살지 않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의 ‘삶’에 대한 각성된 통찰은 보통사람들의 삶이 지닌 상대성을 초탈하게 한다. 또한 지안 스님은 작품 「구름처럼 물처럼」에서 인생이란 정처 없는 떠돌이이자 운수행각과 같은 것이라는 말을 통해 뭇 사람들의 동질감을 환기시킨다. 그러나 그 떠돌이의식과 운수행각의 심층은 세상사 전체를 염주처럼 목에 걸고 길을 떠나가라는 작중 화자의 말에 의해 객수(客愁)의 길이 아닌 주인의 길로 전변된다. 객수인의 방랑과 주인 된 자의 밝은 무상성이 여기서 하나로 만나며 차원변이를 일으킨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심중의 넘나듦과 공존은 색(色)이 공(空)이며 공(空)이 색(色)이라는 불가의 중도 법문에 닿아 있다. 그 중도의 묘용은 상대의 세상과 절대의 세계를 함께 직시하며 포월하는 것이고, 이들 사이의 일그러진 틈을 편안하게 이어주는 일이다.
필자는 지안 스님의 시집을 청취하는 동안 산중과 사하촌을 연결하는 불가의 많은 다리들을 떠올렸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불가의 다리들은 이쪽과 저쪽을 표 나지 않게 하나로 이어주는 신비의 길이다. 특별히 필자가 해인사를 처음 방문하였을 때 보았던 사찰 초입의 ‘허덕교’는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 너무나 생생한 ‘신비의 길’의 표상으로 기억된다.
허덕(虛德)! 그 허의 덕이 상대의 세계와 절대의 세계를 이어준다. 그리고 상대의 소리와 절대의 소리를 하나가 되게 한다. 지안 스님의 이번 시집은 이런 든든하고 편안한 불가의 다리와 같다. 시와 도를, 세상과 산중을 한 자리에 무사히 앉힌 고승의 무르익은 시법(詩法)이자 시어(詩語)이다.
--- 「해설│정효구(문학평론가, 충북대 교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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