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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따라 종말까지 2

너를 따라 종말까지 2

제로노블(Zero Novel)이동
에시라 | 동아 | 2021년 09월 0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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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572g | 148*210*21mm
ISBN13 9791163025269
ISBN10 116302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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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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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잘못된 건…… 나 때문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아리스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다. 5년 전 마수 대습격의 원인을 찾자면 자신 때문이었다. 그러니 미레아가 자신을 원망한다 해도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미레아는 지금 자기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 하는데 아리스는 그게 쉽지가 않았다.
“당시의 난 동생을 구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구한 것도 아니었어. 다 내가 판단을 잘못해서 그랬어. 그렇다고 모두를 지킬 만큼 충분한 힘이 있지도 않았지. 그러니 내 탓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야. 이번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정말로 다시는…….”
미레아는 말꼬리를 흐리다 양손에 얼굴을 묻었다.
“이번만큼은 모두를 구하려 그랬는데 또 내가 망쳤어. 쥬드가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았어야 했어. 쥬드 때문에 다른 인명 피해가 나오기 전에 해결책을 찾았어야…….”
“그게 왜 네 탓이야?!”
아리스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그 애의 목을 쳤잖아! 그럼 내 탓 아니야? 나를 원망하던 것도 그 때문에 아니야? 거기에 네 잘못이 어디 있어?”
“너를 막지 못한 것은 나잖아!”
맙소사…… 미레아의 대답에 아리스는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다. 이건 거의 병적인 강박 증상이었다.
“어린애를 밤에 혼자 나돌아 다니게 둔 것도 나잖아. 그날 밤에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줬어야 했어. 그랬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지도 몰라. 악마라 말한 것도 어린애가 한 말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진작에 조사해 봤어야 했어. 그 일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는 많았어. 그것을 전부 무시한 것은 나야!”
미레아가 붉어진 눈가로 소리쳤다.
“안이했던 것도 나고! 멍청하게 굴었던 것도 나야! 난 아리스 네 선택을 잘못이라 말할 수 없어. 네 말대로 그 순간의 해결책은 그것이 전부였으니까. 나도 알아. 그때 때렸던 건 미안해. 그래서 너에게 사과받을 수 없어.”
“차라리 내 맞은편 얼굴에 주먹질이라도 해. 얼마든지 맞아 줄게.”
아리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건 네 잘못도 아니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아무 죄 없는 어린애가 죽었는데 어떻게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야!”
“여태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아리스는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미레아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려다 그만두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일로 여태 네가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봐 무서웠어. 그런데 지금은 차라리 그편이 나아 보인다.”
미레아가 하는 생각은 얼마나 자신을 갉아먹을지 안 봐도 뻔했다. 지금까지 아리스가 봐 온 미레아는 항상 밝았고 그 때문에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긍정적이라 생각했던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선택지에서 아예 배제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긍정적인 결말로 이끌려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혹사했다. 그런데도 내색 하나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레아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거나 걱정하는 것은 질색이었다. 자신에게 죽지 말라고 붙잡은 세피로스의 얼굴이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아서 그랬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단단해야 했다. 약하면 이도 저도 되지 않는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은 괜찮아야 했고, 절망에 빠져 있을 새도 없이 다시 일어나야 했다. 지금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은 그렇게 만들어 낸 모습이었다.
그래도 인간인데 어떻게 흉터로 남은 부분이라 해도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아리스는 미레아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네 말을 듣지도 않고 내 마음대로 해 버렸어. 그러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마. 네 잘못이 아니야. 정말 미안해.”
“아리스 잘못이 아니야.”
“그렇다고 네 잘못도 아니지.”
미레아는 양손에 얼굴을 묻는 대신 억지로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눈물이 빨리 마르길 바랐다.
“부탁 하나만 해도 돼?”
그 말에 미레아가 축축한 눈가로 아리스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란 것쯤은 아니까 당장 기대하지는 않을게. 대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한테 꼭 말해 주면 안 될까?”
아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미레아의 무릎에 이마를 기댔다.
“혼자 그렇게 고민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 앞으로는 말 잘 들을게. 그러니까…… 나에게도 그 짐을 나눠 주면 안 될까?”
아리스는 그래야만 했다. 5년 전에 있었던 일은 어찌 되었든 책임을 피할 수 없었고 지금의 미레아를 만든 것은 아리스가 저지른 5년 전의 일들이었다. 아리스는 미레아에게 속죄해야 했다.
“내 나름대로 노력하는 게 네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에 미레아는 어쩔 줄 몰랐다.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리스는 길이라도 잃어버린 어린애 같은 얼굴이었다.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아리스는 미레아를 올려다보며 간절하게 말했다.
“최소한 나한테 얘기라도 해 줘.”
“……그래.”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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