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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알약들을 모아 저울에 올려놓고

색색의 알약들을 모아 저울에 올려놓고

걷는사람 시인선-047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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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6쪽 | 166g | 125*200*9mm
ISBN13 9791191262599
ISBN10 1191262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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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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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소금사막을 건너온 뒤늦은 걸음이다

서쪽과 서쪽은 만날 수 없다

휘어진 등고선에 하현이 차다

어느 우물과 연결되어 있는지 무너지지도 않는다

다만 흔들림으로 견디며 떨어지는 누수

어둠 속에서 색을 빌려 가는 저기
--- 「홀씨의 누각2」 중에서

푸른 그늘 밑으로 오디가 쏟아진다
생리 중이다
붉게 물든 오디 물이 질기다

뽕나무 사이 숨어서 처음 오디를 따 먹었던
단맛보다 손맛으로 자꾸 따는 습관이
가슴으로 옮겨 오면서
며칠 동안 내 말에는 검붉은 물이 들어 지워지지 않았다
후드득 떨어지던 열다섯

처음으로 色을 가진다는 것

(……)

개인 날, 나머지 계절의 그늘이 말라 간다
부끄럽지 않다는 듯
소리를 떨어내는 오디의 후일
낮은 달이 나무 사이를 지나는 때
유난히 반짝이는 눈동자가 잠시 한눈을 판다

지금쯤 오디가 후드득 떨어질 때가 되었다
--- 「색色을 가지다」 중에서

백세를 바라보는 부부가

가을 햇살 눈부신

담벼락 돌무더기에 앉아

허공에 금을 내는 고추잠자리를 오래

한없이 바라봅니다

곁의 채송화가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 「어떤 철학」 중에서

집 뒤란으로 불안을 데리고 오빠가 돌아왔다
뒤꼍으로 들어온 흉터
흰 천에 붉은 날들이 가끔 구겨지곤 했다
누군가를 물들이고 싶어 하던 그리움의 병
맑은 날 화투장에 우산을 쓰고 손님이 찾아오는 날이면
기침 대신 앵두가 툭툭 떨어지곤 했다

혼자 놀다 가는 청춘

젊음이 몸을 버리는 시간 함께 맞이한 곳도 뒤란이고 내 사춘기 우울이 가장 많이 나온 곳도 뒤란이었다

바람이 물어뜯고 간 날들
사람이 살지 않는 옛집은 앞마당도 뒤뜰도 없다
핏방울 같은 앵두가 배어 나오는 담장 옆
바람에 물린 자국만 선명한 뒤꼍

어둠이 울컥 게워 놓은 앵두만 뒤란을 밝히고 있다
--- 「앵두」 중에서

울음, 이름은 바뀌어도 눈빛은 그대로이다

나의 세계에 살짝, 엄청난 자극을 주는 일
병은 지름길을 아는 것 같다

문밖의 것을 서둘러 들여놓듯
화면 속 장면을 들여놓는 시간
외부를 열고 내부를 닫는 지금이 가장 춥다
서로 소리를 버리는 계절로 할까 우리
그러고 보니 들여논 것 모두 제자리에서 옮겨 온 것들
망명정부 같은 나의 몸에
각각의 원산지와 계절이 비좁다

(……)

어느 절실했던 울음의 망명정부가 되지 못한 몸 한편에
소문과 갈등이 질병처럼 돌고 돌아
수천 가지의 죽음이 하나로 기록된다

화면에 갇힌 바람이 스산한 계절
죽어 가는 병에게 수의를 걸어 놓는 풍습이 없어서
약봉지를 대신 걸어 둔다

이제는 국경이 무색하여
망명이나 밀입국이란 말이 어색한 계절
--- 「울음이 지극하다」 중에서

수직의 도시에 그림자는 수평이다
땅의 기운을 받았던 사람들은 이젠 흙을 잃어버리고
하늘의 기운만 받으려 휘청휘청 흔들린다
한때 땅이었던 하천을 덮고 담장을 세우고
검은 그림자가 그 자리에 눕는다

흙은 주말 농장에나 있고
검은색에 자리를 빼앗긴 사람은 허공에서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여유롭던 허공이 바빠진다
수직으로 다 몰려가고 수평은 빈곤으로 좁다

17층 허공의 침대에 누워 흙을 받는다
흙길이 그리운 나는 몸에 흙의 길을 낸다
푸른 모의 기억이 내 살갗에 스며든다
흙이 원한 건 숨 쉬는 것을 키우는 것이리라
--- 「흙 받습니다」 중에서

진흙 길에 새겨진 긴 문양
하나가 구부러지면
반대쪽도 구부러지고
한쪽이 미끄러지면 다른 한쪽도 미끄러진 흔적

처음 출발과, 끝이 같이 있다

(……)

문양이 있는 길의 걸음
느릿느릿 가는 것이나 바삐 지나가는 것이나
남겨진 문양에는 애틋함이 묻어 있다
버릴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신발이 지나간 자리에 신발 문양이 남듯
내 속에도 지나간 신발의 문양이 남았다

끝까지 가지 못한 문양
--- 「걸음의 문양」 중에서

채소 그림이 싱싱한 박스를 깔고 한 남자가 누워 있다
때 절은 얼룩이 모여 이룬 기하학무늬가
노숙의 빛을 받아
설치 미술품처럼 누워 있다
두고 간 세간을 쓰고
침대에도 몸 뉘어 봤을
호박에게 침대를 내어 준 깊은 잠
여기저기 빈 곳 더듬었을 때 절은 덩굴손이
조용히 꿈의 세계를 쥐고 있다

꿈에서 흘러나온 악취가 마을의 몇몇을 불러왔다
한 번도 웃음이 다녀가지 않은 듯한 얼굴 위로
이불을 덮어 주는 손
꽃의 무늬들이 얼굴 밖으로 자잘하게 피고 있다
수습이 끝난 손들이 깍지를 끼고 조용하다
--- 「호박침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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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는 외침의 형식보다 속삭임의 형식을 좋아하는 시인이다. 그가 선호하는 섬세한 언어들은 테제를 발표할 때보다 내밀한 사유를 개진하는 일에 훨씬 적합하다. 당연히 세상사에 대한 이해심이 넓고, 사려 깊으며, 따뜻한 시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난 데가 없는, 세상의 모퉁이를 차지한 아낙네나 노인이나 풀, 허수아비, 물소리 같은 것들에서 길어 올린 서정의 울림들은 우리를 한사코 다소곳하게 만든다. 예전에 순전히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촉발되곤 했던 ‘빈집’에 대한 통찰의 소재들조차 이지호에게 이르면 전혀 다른 고고학적 그리움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하지만 그의 시적 사유가 과거의 영토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접촉하는 사물과 현상의 표면에서 금방이라도 물방울을 굴릴 듯이 팽팽한 시적 진술의 힘은 그 멈추지 않는, ‘미지’를 향한 돌진과 사유의 연쇄에서 나오는 것이다. 화자가 어린 시절의 장바닥을 서성거릴 때조차 여백이 안 보일 만큼 촘촘하고 울창한 이미지의 숲들, 예컨대 자전거, 손수레 따위의 바퀴들 틈으로 사람들이 내려가는 길을 화자는 올라가면서 바라보고, 반대로 사람들이 올라가는 길을 화자는 내려가면서 소통하는 「도깨비 시장」을 보라. 이를 통해 이지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철학적 사변도 아니고 물리학적 공상도 아니다. 세계의 맨살과 마찰할 때 인간의 감수성 속에서 번뜩이는 심장 박동 같은 사유의 숨결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동시대에 대한 사랑과 연대감을 낳는다. 옛사람들은 이런 걸 신학적 은총이라 불렀고, 지금 사람들은 이를 영적 감응 능력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 내성적인 피사체가 표출하는, 마치 침묵의 전파 같은 미학적 개성의 정체를 알고 싶다면 나는 지상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담은 「에필로그」나 「걸음의 문양」을 깊이 읽도록 권하고 싶다.
- 김형수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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