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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음악을 말하다

쇼, 음악을 말하다

: 거장 극작가의 음악 평론

음악의 글-1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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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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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92g | 153*210*20mm
ISBN13 9791189716141
ISBN10 1189716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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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일자리를 내던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싫은 소리를 해야 할 지경에서 그를 구해주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문예란에 음악 관련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지면을 배정해달라고 했다. 테이 페이는 정치와 관련된 내 견해를 듣지 않아도 되는 조건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흔쾌히 동의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음악 평론이라면 읽기도 힘들뿐더러, 읽어도 요령부득인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는 글이라 생각해온 그는 “부디 부탁이니 바흐의 B단조 운운만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나 역시 음악 평론의 그러한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애초에 제안을 한 이유도 나라면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도 능히 읽을 수 있는 음악 평론을 쓸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코르노 디 바세토’가 듣고 기록한 『런던 음악계, 1888-1889』의 서문」 중에서

연주에서 듣기 좋은 것과 듣기 불쾌한 것을 구분하고 정확한 것과 부정확한 것을 판별하는 건 당장이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들을 상대해야 할 때는 날카롭고 분석적인 관찰력과 분별력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언뜻 귀에 듣기는 좋으나 위대성은 부족한 범속한 예술가들의 연주와 경계선을 그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을 갖춘 평론가라야 비로소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연주와 오로지 극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연주를 변별하고 자신의 판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법이다. 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은 무릇 다음과 같은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무척이나 손쉬운 성취에 과분한 절찬이 쏟아지면 왠지 부끄러워져 쥐구멍을 찾는 심정이 되고, 심혈을 기울여 성취한 훌륭한 결과물에 아무도 격려를 해주지 않으면 허탈한 심정이 드는 것을 말이다.
--- 「'코르노 디 바세토’가 듣고 기록한 『런던 음악계, 1888-1889』의 서문」 중에서

나는 세련되고 학술적이기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쳐 읽기조차 힘들고 종종 앞뒤도 맞지 않는 글인 음악 평론의 품격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 음악에는 일자무식이었던 대개의 편집인들은 평론가들이 가져다 바치는 글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지면에 옮겼다. 편집인들의 무지 속에 인내된, 가식으로 가득한 헛소리와 악의로 똘똘 뭉친 파벌주의에 대한 나의 염증이 간혹 상스러운 표현이 되어 불거져 나올 때도 있었지만, 모쪼록 내가 쓰던 칼럼을 그 무렵 ‘새로운 저널리즘’으로 불리던 흐름의 선도적 존재로 여겨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러면 오히려 내가 대단히 예의를 차려 글을 썼다고까지 생각하시게 되리라.
--- 「'코르노 디 바세토’가 듣고 기록한 『런던 음악계, 1888-1889』의 서문」 중에서

확실히 평론에는 자살보다 나은 점이 있다. 자살이란 건 당사자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다. 하지만 평론은 다른 사람을 갉아먹으면 그만인 것이고.
--- 「평론과 자살」 중에서

어디선가 오려낸 기사를 누군가 내게 보내왔다. 읽어보니 평론가 클럽 결성 제안이 논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8월 모일의 기사였다. 가만 있자, 평론가가 클럽에 속하다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아무와도 친해서는 안 되는 자가 평론가일진대. 만인에게 등을 돌려야 하고, 만인이 그에게 등을 돌려야 하는 존재가 바로 평론가가 아니었던가. 하루가 멀다 하고 칭찬을 퍼다 주어도 만족을 모르는 예술가, 광고에 눈이 먼 사업가, 쉽게 얻을 수 있는 이름값을 구걸하고 사들이길 원하는 무명인, 호평을 받은 이들의 라이벌, 저주받은 이들의 친구, 친척, 당여, 후원자. 이 모든 이가 외양간 속의 딱한 판관 미노스에게 원한을 품고 있다. 평론가는 온갖 부조리한 방식의 비판을 견뎌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 「개인적 원한」 중에서

양심적인 평론가라면 예술가의 죄과에 상응하는 박해를 가하는 법이다. 절묘하게 비튼 수사와 우호적인 표현을 동원해 개선 방향을 넌지시 알려주는 것도 적절치 않다(물론 빼어난 예술가들은 아무리 꼬아 말해도 대번에 알아듣는다). 대신 설령 잔인한 표현이 되더라도 약효가 직방이 되도록 말을 골라 써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예술가들은 자기 쪽에 뭔가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불신하는 존재다. 평론가가 모질되 솔직한 언어로 핵심을 찔러야 예술가는 마지못한 심정으로라도 개전의 노력을 보이는 법이다.
--- 「그저 들을 일이로다」 중에서

[돈 조반니]가 내게 준 예술적 가르침은 나를 모든 가능한 방면으로 성장시켰지만, 그 대가로 나는 모차르트를 공정하게 비평할 수 있는 자질을 포기해야 했다. 모차르트의 가장 빼어난 작품과 견주자면 다른 모든 작곡가들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광란에 휘둘리는 선무당 꼴을 면치 못한다고 선을 그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 「모차르트 서거 100주기」 중에서

수정궁 밴드는 프로그램의 마지막 아이템 [빌헬름 텔 서곡] 및 발췌 음악 직전까지는 훌륭하게 버텨냈다. 그러나 아마도 최후의 순간에 이르러서는 ‘아무리 페사로의 백조라지만 이제는 질렸다’는 생각들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백조의 하강은 의기양양했다. [이집트의 모세] 중의 합창곡 ‘별이 빛나는 하늘의 옥좌에서’는 변함없이 숭고했다. 만스 씨의 편곡과 지휘 모두에서는 영감이 서린 완벽한 판단과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곡을 다시 듣고픈 강렬한 욕구가 돌아 무심결에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나의 평론가 형제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우산 깃봉 끄트머리가 몇 밀리미터 움직일락 말락 할 정도로 열의를 들여 앙코르를 외쳤다.
--- 「로시니 탄생 100주년」 중에서

바그너는 자신이 제기한 문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오페라 작곡을 접고 극시劇詩 집필에 전력했다. 그러고는 오케스트라와 성악 자원을 총동원하여 거기에 최대한도의 표현적 사실성과 치열함을 부여했다. 이렇게 완성된 새로운 예술 형태에 그는 ‘음악극’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대성당을 ‘개혁된 채석장’이라 부를 수 없듯이 음악극은 이제 더 이상 ‘개혁된 오페라’가 아니었다. 바그너를 비평하는 자들이 당장 첫걸음부터 헛방을 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마치 옛것의 개정판인 양 여기는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말이다. 오페라 및 대본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새로운 사항을 처음으로 창안한 특허권자로서 바그너를 인식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비로소 논리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터무니없는 망신살 뻗칠 걱정 없이, 그를 조목조목 무너뜨릴 수 있다.
--- 「바그너 _ 음의 시인」 중에서

루나 백작은 이런 면에서 베르디 바리톤의 전형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음을 낼 수 있는 바리톤이 아니고서는 루나 백작에 함부로 도전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사나운 고함을 G샤프음까지 밀어 올리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보통의 바리톤들은 그 덕분에 저음역의 지구력을 상실했고 음고 전달의 정확성 역시 근사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이런 그들이 간간이 돈조반니나 피가로 등의 배역을 떠맡음으로써 모차르트 오페라의 인기는 땅에 떨어지다시피 했다. 어차피 본인들에게도 사는 게 짐일 텐데 나로 하여금 이런 불행하고 가여운 군상들을 말살하도록 법이 허락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공상을 간혹 하곤 한다.
--- 「베르디 _ [팔스타프]」 중에서

평론가 노릇을 하다 보면 별의별 해괴한 장소를 다녀야 한다는 불가피한 폐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예배당만은 지금까지 피해왔다. 나는 신앙심 있는 자들 사이에서는 냉소자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독실한 자로 통한다. [마술피리]를 알고 [교향곡 9번]에 쓰인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알고 [파르지팔]을 아는 자가 그대들의 헌금이나 전례 법규, 잭슨의 [테 데움], 그 밖의 것들과 무슨 상관이겠는가? 매주 일요일 한두 번 회개의 시간을 두는 것으로 본질적 불경함을 무마하려는 자들의 동기라 해봤자 천벌을 모면하려는 속셈이 고작일 테고, 그런 자들은 본인들만 모를 뿐이지 이미 목 밑까지 저주의 손길이 뻗친 상태일 터다.
--- 「종교적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헨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아둔함을 위해 거액의 돈을 쏟아부을 일이 아니라, 누군가 나서서 유능한 예술가들로 구성된 스무 명 규모의 합창단을 조직하여 철저한 연구 및 빈틈없는 연습을 거친 뒤에 세인트 제임스 홀 같은 장소를 선정하여 [메시아]를 공연할 순 없는 것일까? 우리 중 대부분은 죽기 전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 작품이 진지하게 다뤄지는 공연을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 「헨델의 [메시아]」 중에서

손재주 좋은 외과 의사 선생이 나서서 파데레프스키를 두 사람으로 쪼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작곡가 파데레프스키와 피아니스트 파데레프스키로 말이다. 요즘 이 두 사람은 서로를 간섭하지 못해 시종일관 안달이다. 피아니스트 파데레프스키는 오케스트라 소리를 듣고 흥분되기 무섭게 작곡가 파데레프스키에게 말을 건넨다. “알겠어, 내가 널 위해 다 해주지. 나한테 맡겨놓으라고.” 그러고는 그동안 근질거렸던 손가락을 풀면서 본격적으로 달려든다. 바로 그때 작곡가 파데레프스키가 목청을 높인다. “소리 좀 죽이라고. 내가 쓴 장대한 악절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자네의 그 양손 때문에 그 줄 매달린 상자가 발작하듯 내뿜는 시끄러운 소음으로 전락하고 마는 걸 내가 그대로 내버려둘 것 같나?”
--- 「파데레프스키(189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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