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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향기

비밀의 향기

: 보미의 우리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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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92쪽 | 134g | 120*190*6mm
ISBN13 9788966551408
ISBN10 896655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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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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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을 얻은 춘향인 보미 역시 정읍 장터에 들러 죽력고 만드는 곳부터 수소문했다. 겨우 찾아낸 오래된 국밥집 주인이 대답 대신 묻기부터 했다.
“나이 어린 아가씨가 어떻게 죽력고를 알고 찾을까, 잉? 죽력고라 하면 동학 봉기 때 전봉준 대장이 서울로 압송되던 중 어느 백성이 건넨 죽력고를 마시고 기력을 회복하였다는 술이지라.”
그러면서 대번에 양조장 위치를 알려주었다. 보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양조 마당으로 들어서자 왕겨 타는 향내가 구수했다.
“잘게 쪼갠 청대를 항아리에 꽉 채워 넣고 뒤집어서 진흙을 바른 뒤, 콩대를 둘러서 불을 붙인 뒤에 왕겨를 덮고는 서서히 타들어가도록 불씨를 남겨둡니다. 은근한 불기운으로 일주일 넘도록 두면 대나무 속의 약기운을 빼낼 수 있지요.”
--- pp. 39-40


“금정산성 근처 산성 마을은 수백 년간 누룩 전통을 이어오는 곳인데, 금주령으로 관군이 단속을 나오면 강보에 싸인 아기를 관군에게 던지고 누룩 담긴 보자기를 들고 도망쳤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마저 전해진답니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 때마다 금주령이 내려지고, 일제강점기에는 가양주 전통의 양조장들이 강제 폐업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술이 안동 지역에 남아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까워요. 모두 필사적인 전통주 보존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지요.”
그 뒤로도 전통주 수난은 오래 이어졌다. 일제의 밀주 단속은 유신시대 양곡관리법으로 계승되었고, 거대 자본화한 대형 주류 업체만 살아남았다. 그러다 최근 들어 소규모 양조장의 생산 판매를 허락하자 다시 다양한 전통주가 만들어지고 있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 pp. 53-54


“나“막걸리는 약주를 걸러낸 나머지로 만드는 것이니 약주만 못한 것이 아닙니까?”
“전혀 그렇지가 않다네. 물론 맑은 술을 뜨고 남은 지게미를 물로 희석해 만들기도 하지. 하나 요즘 엔 막걸리 생산 자체를 목적으로 발효주를 만드는 경우가 오히려 많아. 막걸리야말로 주류회사의 주력 상품으로 우뚝 서고 있거든. 막걸리의 장점은 첫째, 도수가 낮아 호쾌하게 들이켜는 통쾌함이요, 둘째, 달달하니 맛도 좋아서 배를 든든히 하면서도 은근히 기운을 북돋아 노동 활력을 돕는 노동주라는 데 있지. 물론 주변의 흔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값이 싸서 주머니 사정이 딸랑거리는 시인의 밥이 되기도 하고, 허허.”
“흐음, 싼 서민의 술로는 그만이지만 최고의 술이라고 치켜세우기엔 뭔가 좀….”
“천만의 말씀! 쌀이 귀했던 전쟁 직후나 산업화 시대에는 막걸리를 수입 밀가루나 묵은 정부미 등으로 만들어 싸구려 술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 이제는 고급화된 쌀막걸리가 대세야. 그런데도 같은 곡물 발효주인 맥주보다 값이 싼 이유는 원가가 저렴해서가 아니라 주세가 싸기 때문이지.”
--- pp. 72-73


며칠이 지나자 술의 은은한 향기가 온 사방에 가득했다. 참으로 기묘했다. 일 년 전, 하늘나라까지 천녀의 몫으로 올라와 말썽을 피웠던 그 술 향기에 비견되었다. 마침내 한 국자를 떠서 살짝 맛을 보니, 가히 견줄 데가 없는 맛이었다. 신맛은 신맛이되 그 정도가 조화로운, 걸쭉하면서도 살짝 독하되 시원한 청량감이 도는, 뭐라 형언키 힘든 맛. 무엇보다 묘한 원시의 맛이 거기 있었다. 모름지기 음식의 한 갈래인 술도 문화인지라 시대의 감각과 유행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단언컨대 당대를 초월한 이 오래된 비법의 술이라면 어딘가에 있을 이몽룡을 불러올 수가 있을 것 같았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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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이루지 못한 한을 풀고자 하는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술을 빚기 위한 여정으로 제주도에서부터 한반도 전역을 다니며 유명한 우리 술 비법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이 ‘하늘에 오른 비밀의 향기’ 속 여행 과정만으로도 전국 우리 술을 만나볼 수 있는 최고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혹, 독자 여러분들께서 양조장 관광을 할 기회가 있으시면 소설 속의 내용을 상기하여 살아 숨 쉬는 발효실을 체험해보기 바랍니다. 술이 살아 숨 쉬고, 끓어오르고, 익어가는 모습을 오감(五感)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향후 우리 술의 인문학적 접근과 풍부한 스토리 창작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하늘에 오른 비밀의 향기”와 같은 인문학적 창작의 세계가 열렸으면 합니다. 술의 음용(飮用) 문화가 단순히 취(醉)하기만이 아닌 향과 맛 그리고 스토리를 함께 가져간다면 우리 술은 더욱더 발전할 것이라 믿습니다.!
- 정규성 (한국막걸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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