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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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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70g | 136*195*20mm
ISBN13 9791165344047
ISBN10 116534404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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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나는 아랫입술이 터질 정도로 입술을 깨물면서 눈을 부릅뜨는 버릇이 생겼다. ‘다 볼 거야. 똑똑히 다 볼 거야. 하나도 남김없이 기억할 거야.’ 나의 저항은 끝까지 보는 거였다. 힘없고 용기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낱낱이 ‘응시’하는 거였다.
--- 「곽리자고는 왜 자살을 지켜만 봤을까? 」 중에서

여자의 가난은 이제 매일 복리식으로 불어나고 있었다. 일찌감치 신용불량자가 된 사낸 소인이 찍힌 압류경고장의 모습으로 구겨져 있었고 시대가 바뀐 줄도 모르고 그 여자, 아직도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부터 저녁까지 삐걱삐걱 녹슨 다리를 구르고 있었다. 무저갱無底坑의 검은 밥상이여, 밥공기에 마른 밥알 모양 들러붙은 식구들. 이따금 섬유질 같은 슬픔을 쭉쭉 찢어먹다 왈칵 목이 메이기도 했다.
--- 「워킹푸어, 별이 되고 싶었던...」 중에서

우리는 너무도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말을 하면 상처를 가장 많이 받는지 어디를 공격하면 가장 아픈지. 그러면서 상처가 난 곳을 더 독한 상처로 소독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 「거리 귀신」 중에서

어린 소녀에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알 길은 없었지만 흉흉하고 어수선한 것만은 분명했다. 소식통이 빠른 아이들이 부산과 마산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대학생들이 잡혀갔다고도 했고 가발 공장 여공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얘기도 했다. 쓰레기통에서 신문지로 싼 고기가 나와 청소부들이 구워 먹었는데 알고 보니 사람 고기였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 「달리는 무덤」 중에서

칼집 속에서 칼들이 얼굴을 묻고 우는 것만 같았다. 붉은 녹물을 흘리고 있는 칼은 가슴이 폭폭 녹이 슨 언니 같았고, 혼자 울다 이가 빠진 엄마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아무에게도 칼을 들이밀지 못할 내 모습 같기도 했다. 나의 칼은 분노에 녹슬고, 내 정의는 부식되어 자멸하고 말리라. 나의 칼은 붉은 눈물만 뚝뚝 흘리다가 결국엔 파 한쪽 베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미 그때 알고 있었다.
--- 「슬픈 칼」 중에서

쇠는 구부러질 때 아름답다. 구부러지는 지점이 차가움과 뜨거움이 단단한 내공으로 매듭짓는 바로 그 지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난 삶의 변증법을 대장간에서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산다는 건 늘 무엇인가와 대립하는 것이고 서로 대립되는 그 길항작용을 통해 한 걸음 나아간다는 것을.
--- 「물렁함과 딱딱함의 변증법」 중에서

서녘 햇살이 길게 대자보를 더듬었다. 교양관 쪽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굿거리장단이었다. ‘덩 기덕 덩 더러러러 쿵 기덕 쿵 덕. 국민 기만하는 군부는 물러나고 어용교수 물리쳐서 학내민주 쟁취하자.’ 그때 나는 구호 일색인 대자보에서 조금 다른 글을 하나 발견했다.
--- 「쥐는 소보다 힘이 세다」 중에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집이 있다.
다시는 꺼내면 안 되는 고백이 있다
쓴 커피 같은 어둠이 엎질러진 방에
가지런한 것은 지난 겨울을
차곡차곡 개어놓은 이부자리
다시는 펼치면 안 되는 계절이 있어
돌아가는 길은 멀기만하다.
--- 「귀가」 중에서

가난이 삶의 근본적인 경쟁력에서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원래 인생이란 그처럼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였다. 출발점이 다른 경주였다. 가난이 유전적으로 대물림될 수 있다는 사실만큼 불공평한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내 현재의 모습이 과거의 연장 선상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내 미래라는 사실만큼 절망적인 것이 또 있을까.
--- 「가난의 알고리즘」 중에서

직선의 도시 곳곳엔 곡선이 숨어 있다. 이념서적을 파는 고서점이나 우체국, 우리가 종아리를 드러낸 채 서서 먹던 떡볶이 가게나 포장마차, 직선에서 이탈한 것들이 곳곳에서 시간의 속도를 꺾고 있었다.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로에서 이탈한 샛길처럼 우리는 구불구불한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고. ‘꼬부랑 번지수’를 품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 「그리운 것들의 옆구리엔 삼각주가 있다」 중에서

어느 날 아침, 비스듬하게 비춰오는 아침 햇살 속에서 벽을 타고 오르는 곰팡이를 발견했다. 벽 한쪽을 기어오르고 있는 곰팡이는 때론 덩굴식물처럼 때론 꽃대궁처럼 줄기를 휘감으며 활짝 피어 있었다. 이제껏 본 곰팡이와는 사뭇 달랐다. 어느 유기체보다 아름다웠으며 어느 꽃보다도 슬펐다. 세상은 온통 절벽인데, 저 혼자 사랑하고, 저 혼자 아기 낳고. 죽은 줄도 모르고 저 혼자 꽃 피고. 바보같이 제가 꽃인 줄만 알고 바보같이.
--- 「내 청춘은 반송된 편지였다」 중에서

사랑은 하나의 염증.
너라는 이물질이
내 안에 침입해
통증을 유발하는 것.
미열처럼 너는.
궤양처럼
너는.
--- 「염증」 중에서

그렇게 그해 봄은 담배에 불을 붙이다 머리카락을 태우거나 거꾸로 문 담배를 돌려 무는 사이에 지나갔다. 여기저기 카페를 전전하면서 모은 성냥갑 속의 유황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화염을 도모하는 것도 모른 채 그렇게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 「처녀막」 중에서

M은 쪽창 앞에 14K 반지를 빼놓고 기다렸다. 노인은 확대경으로 이곳저곳을 살피고 저울에 금의 무게를 재본 후 전당표와 함께 몇 푼의 돈을 건넸다. 저당 기간은 6개월이었다. 전당표와 돈을 건네받으면서 문득 글을 쓴다는 게 전당포에 드나드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당 잡힌 청춘」 중에서

사실 나도 그런 사랑 한번 해보고 싶었다. 드라큘라 같은 사랑. 흉가 같은 사랑.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찬 이슬 내린 창가, 망토 휘날리며 찾아오는 불륜 같은 창백한 사랑. 숙명의 송곳니에 끊임없이 물어뜯길 수 있다면, 그렇게 피투성이로 단 한 번만 사랑할 수 있다면. 그러면 내 가슴에 말뚝이 박혀도 좋을 텐데. 흡혈귀. 내 사랑.
--- 「드라큘라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중에서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고, 남자는 섹스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했던가. 남자의 사랑은 100도에서 시작해 서서히 식어 가지만 여자의 사랑은 50도에서 시작해 100도로 서서히 끓는다는 말도 있다. 남녀는 사랑에서도 비등점의 시간이 다르고 온도도 다르다. 이 엇갈림의 온도 때문에 종종 비극의 연인들이 탄생한다.
--- 「머리 둘 달린 뱀」 중에서

며칠 후 6.10일 호헌조치가 발표되었다. 거세지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박종철의 죽음과 호헌조치에 분노하며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연세대 이한열이 뒤통수에 최루탄인 SY-44탄을 맞아 사망하고 말았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도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위와 최루탄이 범벅 된 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서울역 광장에서 시청 광화문, 신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홍수를 이루었다. 자동차들은 지나가며 경적을 울리며 동참했고 승객들은 흰 손수건을 흔들면서 지지를 보내주었다.
--- 「머리를 밀다」 중에서

그러나 예복에는 상복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결혼이란 비로소 하나의 예복을 입는 일이고 나이를 먹는 것은 그 예복의 용도가 조금씩 변경되는 일이란 것을. 그렇다면 ‘예복’이 완성되는 날이 바로 죽음의 순간일까.
--- 「내안에 남자가 생겼다」 중에서

나이가 들면 고층 옥상에서 내려다보듯 그렇게 인생이 한눈에 조감 될 줄 알았어요. 누군가를 더는 그리워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뜨거운 미역국에 혓바닥을 데는 일 따윈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전히 마음은 설설 끓고 목구멍은 따갑기만 합니다.
--- 「그리움은 늘 막다른 골목이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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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잔한 저녁 강물처럼 흐르는 이 글은 에세이 형식의 시적 성장소설이자 내면일기이다. 너무 애잔해서 난 그 강물에 빠져 오래 허우적거렸다. 가장 최적화된 어둠 속의 골목은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모두 닫혀 희망의 한도가 없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지만 가방 속에는 유서가 들어 있는 여고생, 30살이 되기 전에 죽고 싶어 야매미장원에서 삭발하고 석양에 목을 매달겠다는 여대생의 그녀는 늘 외로운 꼭짓점이었다. 아버지 없는 아이가 부럽고, 상처는 더 큰 상처로 치유된다는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에게 세상은 일찍부터 위선이고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였다. ‘유서사건’으로 ‘파란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 학교에 불려온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1부의 ‘휘어진 시간’은 너무 감동적이며, 이 책의 백미중의 백미다. 덤으로 동식물의 생태학적 지혜와 잊을 만하면 문장 곳곳에서 빛나는 시와 잠언들은 이 책을 보는 독자들만의 특권이다.
- 이산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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