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철학의 중요성은 두 가지 점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21세기의 사회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잘 이해되지 않는 사회 과정들에 대한 빈약한 이해로 인해 야기되는 도전들의 긴급성과 복잡성이고, 둘째는 사회과학 지식과 설명의 논리에 대한 우리의 현재 이해의 불안정한 상태이다. … 우리는 사회과학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인지적·실천적 목적을 어떻게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가? 그 이해에 도달하는 데 기초가 되는 사회과학 지식과 이론의 논리에서는 거대하고 해결되지 않은 철학적 질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철학은 이 질문들에 대한 더 나은 해답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철학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다음 세대가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 p.17
그리고 이 논의로부터 등장하는 발견적(heuristic) 조사 방법이 있다. 이것은 사회 현상의 형태를 갖추게 하는 구체적인 사회-인과 메커니즘 탐색의 중요성이다. 우리가 만약 단순히 1000개의 사례를 수집하고 결과 변수들과 대조해 측정한 특징들에 대한 통계적 분석만을 수행한다면, 우리는 파업을 이해하는 작업을 형편없이 수행한 셈이다. 우리가 만약 파업을 발생시키고 개인들로 하여금 파업에 참여하도록 결정하게 하는 구조와 행위성(agency)의 특성에 대한 일련의 이론을 종합한다면, 우리는 파업을 이해하는 작업을 훨씬 더 잘 수행한 셈이 된다. 동원과 관련된 공통의 ‘행위 주체/구조’ 요인들에 대한 분석은 개별적인 동원 사례를 이해하게 하고, 우리가 발견하는 약한 규칙성을 설명하며, 그리고 부정적인 사례들도 해명해 줄 것이다.
--- p.47
합리적 선택 접근법은 뒤에서 더 자세하게 고려될 여러 중요한 사회과학 조사 프로그램의 기초가 된다. 공공 선택 패러다임은 개인 합리성에 대한 상당히 좁은 가정들에 기초해 비서구 사회 사람들의 사회적·경제적 행동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이 패러다임은 경제 인류학에서 작업의 토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합리적 선택 패러다임은 유물론적 설명 및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가까운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유물론자들과 마르크스 사회과학자들은 집합적 사회구조들을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개인들의 결과로 설명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 pp.167~168
그래서 해석 이론의 공격은 합리적 선택 이론과 유물론적 사회과학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일반적인 목적 달성에 실패한다. 이론적으로 타당하고 경험적으로 생산적인, 합리성과 삶의 물질적 환경에 대한 정교한 가정의 집합을 전제한 사회과학 영역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 틀들은 인간 행위의 유의미한 특성이라는 해석 이론의 기본 진리와 양립할 수 있다. 그 틀들은 사회과학은 선택, 믿음, 추론, 행위 등 인간 행위성에 대한 이해를 관류(貫流)해야 한다는 암묵적 또는 명시적 가정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구별해 주는 것은 행위성이 아니라 어느 수준에서 행위성을 특징지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 p.201
이러한 주장을 통해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설명은 독특한 형태의 사회적 설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능적 설명은 한 항목의 미래 결과를 위한 현재의 성향적 속성이 그 항목의 행동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형식의 인과적 설명으로 가장 잘 이해된다.
--- p.243
이데올로기의 지배하에서 움직이는 합리적인 개인들은 그들의 객관적인 물질적 이익에는 반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 세계에 대한 그릇된 믿음 및 그들의 실제 이익과 가치에 대한 그릇된 가정을 고려하자면 충분히 합리적인 행위를 취할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계급 체계 내에서 정치 행동을 형성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데올로기는 피착취 계급의 구성원들이 계급 체계를 타도하는 정치 행동을 자제하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실제로 마르크스가 그 개념을 사용한 방식이다. 이데올로기는 지배 계급이 종속 계급의 정치 행동을 조종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계급 갈등의 도구로서 기능한다.
--- p.274~275
우리가 이러한 관점을 취한다면, 유물론의 의의는 생산 양식, 혁명적 전환, 또는 생산 양식의 순서에 대한 대규모 집합적 예측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주장에 있지 않다. 오히려 유물론은 국지적 수준에서 그 영향을 파악할 수 있고 전체로서의 체계의 진화에 중요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여하는 일단의 중요한 인과적 요인을 위한 분석의 기초이다.
--- p.281
이 장에서는 표준적인 경제 합리성 개념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비판이 등장한다. 그 표준 개념은 역사적으로 이기적인 자기 이익의 가정에 경도되어 있었다. 사실 죄수의 딜레마, 게임 이론적 추론 등은 이 가정에 의존한다. 그러나 의사결정자들이 (할인 함수가 있든 없든) 다른 사람들의 이익이나 복지를 고려한다는 가정을 도입하면서 엷은 합리성 이론의 주요 윤곽을 보존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좁은 경제적 합리성의 극대화 구조에 대한 강력한 반론이 제기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학자들과 경제학자들 모두 완전한 합리성 이론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도덕적 원칙의 작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 p.317
미시적 기초 테제가 방법론적 개인주의 원리와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두 개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개인 행위의 결정요인에 대한 미시 기초적 설명은 사회적 관계, 구조 등을 참조해야 한다는 미시적 기초 테제와 전적으로 양립 가능하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와 구조는 개인에 관한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그 테제는 설명이 그러한 근거의 세부 사항을 제공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시적 기초 테제는 사회 개념의 의미에 대한 개인주의 테제와 같은 어떤 것에도 제약되지 않는다.
--- p.388
과학의 어떤 가닥은 다른 것들보다 서로 더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회과학은 어떤 자연과학보다 서로 더 유사한 몇 가지 특징(사회적 행위의 유의미성과 인과 분석의 무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다원주의는 반자연주의와 갈라선다. 대신, 그 직물은 서로 촘촘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어, 계량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의 일부 분야는 사회과학의 다른 분야보다 인구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 분야와 더 유사하다. 그리고 자연과학의 어떤 분야는 전형적인 자연과학보다 사회과학에 더 가깝다.
--- p.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