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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따라 종말까지 3

너를 따라 종말까지 3

[ 완결 ] 제로노블(Zero Novel)이동
에시라 | 동아 | 2021년 09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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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656쪽 | 764g | 148*210*29mm
ISBN13 9791163025290
ISBN10 116302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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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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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나를 찾는 건 언제나 너인 것 같아.”
미레아가 의아한 얼굴로 아리스를 보자 그가 설명했다.
“왜, 마이련에 있을 때도 나를 가장 먼저 찾은 건 너였잖아. 그리고 술 속에 녹아 있던 마수 때문에 꾼 꿈속까지 들어와 나를 찾아내기도 했지. 황제에게 붙잡혀 있던 나를 찾아낸 것도 너였지. 뭐, 그땐 다른 사람들도 있었긴 했지만 내 눈앞에 떨어진 건 네가 가장 먼저였으니.”
그 말에 미레아도 피식 웃었다.
“그게 뭐야.”
“그냥, 네게서 도망가는 건 글렀다는 뜻으로 한 말이야.”
미레아는 순간 멈칫거렸다. 아리스는 기민한 감각으로 그녀의 얼굴에 아주 찰나 동안 스친 갈등을 읽어 냈다. 아니, 불안감인가. 어찌 되었든 복잡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눈치채지도 못 했을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리스는 그 이상 정보를 읽지 못했다. 미레아는 다시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럼 반대는……?”
“반대?”
미레아의 그 말이 어째서 의미심장하게 들리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리스가 반문하자 미레아는 하하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냥 해 본 말이야.”
미레아는 문득 서로의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 아리스를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열었다. 충동적인 욕망이 미레아를 집어삼켰다.
“나……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사실 이건…… 그저 내 욕심이야. 그래도 허락해 줄래?”
아리스가 의아한 얼굴로 미레아를 내려다보았다.
“뭔데?”
미레아의 살짝 굳은 얼굴에는 갈등이 남아 있었지만,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미레아가 아리스의 목에 양팔을 둘러 자세를 약간 숙이게 한 다음 까치발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눈을 질끈 감은 미레아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는 그 생경한 감촉에 아리스의 눈이 커지고 동공이 떨렸다. 빗방울이 자작나무 이파리를 시끄럽게 때리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고 들고 있던 우산이 뚝 떨어졌다.
처음에는 갑자기 무슨 일인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을 물음표가 꽉 채웠다가 해일 앞의 모래성처럼 쓸려 갔다. 깊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이건 아무래도 좋았다. 잠시 그대로 굳어 있던 아리스는 이내 천천히 미레아의 허리를 끌어안고 깊숙이 입을 맞추며 답했다.
아리스는 마침내 원했던 것의 답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리스는 줄곧 미레아와 이러고 싶었던 것이다. 기분이 붕붕 떠올랐다.
그건 미레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레아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맞닿은 가슴을 통해 상대방의 심장 박동이 쿵쿵 울리며 전해져 왔다. 입술이 뜨거워서 데일 것만 같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고 황홀했다.
둘은 팔에 힘을 주어 상대방을 꽉 끌어안아 서로의 입술을 탐했고 온기를 나누었다. 그것은 단순히 좋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이 세계에 단둘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격렬한 키스는 아니었어도 진득하게 서로의 체온을 천천히 나누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아리스는 점점 밀려오는 갈증이 더욱 심해질 뿐 가슴속에서 아릿해져 오는 기분을 달래 주지 못하였다. 충분하지 않았기에 떨어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미레아가 잠시 뒤로 물러났을 때는 아리스가 저도 모르게 달아나는 그녀의 뒤통수를 붙잡아 다시 입술을 겹쳤다. 미레아는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키스를 이어 갔다. 미레아의 뒤통수를 받치고 있던 손은 젖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귓불을 조물조물하더니 조심스럽게 얼굴을 감싸 들었다.
그것이 더없이 간질거려 아리스를 끌어안고 있던 미레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으면서도 느리게 가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둘 다 그 행위에 워낙 집중해 있던 탓에 시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빗물이 피부 위를 미끄러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레아의 손 아래에서 아리스의 등 근육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간신히 입술이 떨어졌을 때 미레아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반쯤은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에 대해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리스 역시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할 말이 없는 게 아니고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대신 미레아가 하하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 둘 다 다시 젖어 버렸네. 우산을 잘 들고 있지 그랬어?”
아리스는 이번에는 옷을 말려 주겠다며 나서지 않았다. 지금 이 이상의 것을 한다면 내면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 무슨 일을 벌일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대신 떨어진 우산을 주워 다시 썼다.
“가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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