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신생아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도와주는 제왕절개 수술, 그런데 제왕절개帝王切開란 이름이 참 기묘하고 뜬금없다. 전제군주를 연상시키는 ‘제왕’이 왜 수술 이름에 붙었을까?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한결같이 로마 황제 카이사르(영어식 이름은 시저)가 처음으로 이 수술을 통해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제왕절개 수술을 뜻하는 c(a)esarean section이란 단어가 그의 이름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답이다.
--- p.16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무통분만을 입에 올렸다가는 ‘여자는 해산의 고통을 겪어라.’고 했던 기독교 교리를 부정하는 이단자로 몰렸다. 1591년 영국왕 제임스 1세는 에든버러에서 쌍둥이 분만 중에 산고를 견디지 못하고 진통제를 쓴 여성을 산 채로 화형시켰다. 250년이 지난 1853년, 런던에서 산부인과 의사 심슨James Simpson이 클로로포름을 이용해 무통분만을 했을 때도 교리에 어긋난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산모가 처형되지는 않았다. 그 산모가 빅토리아 여왕이었기 때문이다.
--- p.42
19세기 중반을 넘어서면 오피엄에서 추출한 여러 알칼로이드를 화학적으로 분석·연구하게 되는데, 그 결과 모르핀과 코데인이 핵심 성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1868년에 모르핀과 코데인의 분자 구조를 변형하는 연구들이 시작되고, 19세기 말에 모르핀을 화학 처리해서 만든 디아세틸모르핀이 중독성 없(다고 여겨지)는 강력한 진통제와 기침약으로 시판되었다. 그리고 1898년에 그 효과가 탁월하다는 뜻으로 ‘헤로인heroi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p.89
1967년 12월에 프랑스에서 콩코드 1호기 시제품이 나왔을 때 이 자리에 참석한 영국 기술부 장관은 e가 붙은 콩코드를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다만, 영어 Concord의 마지막에 붙은 e가 탁월함(exellence), 잉글랜드(England), 유럽 (Europe), 협약(entente)을 뜻하는 의미로 붙는 것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결국 콩코드이름을 받아들이되 관사(a, the) 없이 Concorde로만 부르기로 했다.
--- p.148
피파 FIFA 월드컵은 4년마다 우리나라 국민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국제 축구 대회이지만, 사실상 그 이름값을 못하고 유럽과 아메리카만의 축제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유럽의 강세가 뚜렷해 유로컵Euro Cup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축구 강국들이 모여 사는 유럽 대륙, 그 이름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유럽의 어원은 불행히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납치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 p.178
우리는 어려서부터 남유럽인들의 세계관이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했다. 관련된 책도 읽고, 이야기도 들었으며, 이런저런 사물의 이름을 통해 많이 접해서 그런지 친숙하게 느낀다. 그에 비하면 북유럽 신화는 낯설다. 하지만 우리가 은연중에 쓰는 이름 중에서 북유럽 신화에서 온 것들이 적지 않다. 단적인 예가 바로 요일의 이름이다.
--- p.208
우리는 플루토를 명왕성冥王星이라고 부른다. 이 이름은 일본천문학자가 플루토의 의미를 헤아려 붙인 것이다. 흔히 조문인사로 쓰는 표현인 ‘명복을 빕니다’의 명복冥福은 저승에서 누리는 복을 말한다. 하지만 명왕冥王이란 단어는 우리 문화에는 없는 이름이다. 우리말로 대신한다면 ‘염라대왕’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본을 무작정 따라 쓸 게 아니라, 플루토를 염라대왕성이나 염라성閻羅星으로 부르는 게 어떨까?
--- p.241
당시 미국은 육해공군이 각각 미사일과 로켓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해군의 뱅가드와 육군의 레드스톤의 자존심 대결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미사일과 로켓 개발을 두고 육해공군이 연합작전을 편 것이 아니라 서로 경쟁하는 양상이었으니까.1958년에 NASA가 출범하고 나서야 각 군에 흩어져 있던 프로그램들이 통합되었다. 그리고 공군의 토르 로켓을 위성 발사에 썼다. 망치를 들고 다니는 토르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둥의 신으로, 사람과 신을 통틀어 가장 강한 존재로 여겨졌다.
--- p.314
신약 개발의 역사적 흐름을 보면 ‘병이 있는 곳에 약이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질병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약을 만들었다. 아주 우연히 발견한 약도 있고, 정밀한 조사와 과학적 접근으로 만든 약도 있다. 병이라는 도전에 인간은 약으로 응전한 것이다.
---「1장_병이 있으면 약도 있다」중에서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하는 독특한 기전으로 인해 페니실린은 세포막으로 이뤄진 인체에는 해를 주지 않는다. 인류는 푸른곰팡이의 선물 덕에 세균 감염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인간의 평균 수명도 급속도로 높아졌다.
---「2장_세균을 물리치다-항생제」중에서
클로로퀸은 퀴닌보다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부작용이 적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것이 무너지지만 기술 개발이 촉진되기도 한다. 아마도 간절함과 시급함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세상에 없던 약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3장_모기의 위협에서 벗어나다-말라리아 치료제」중에서
약물 남용은 1960년대 이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그전에는 아편 계통의 약이 문제였으나 여러 약물이 범람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필리핀 등 여러 나라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 뿌리 뽑기에 나섰지만 근절은 요원하고 강력한 대처가 새로운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4장_순간의 호기심이 만드는 중독 -환각제」중에서
열이 나고 아프다고 무턱대고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병의 원인을 알 수 없기에 주의해야 하지만, 통증이 심한데 무리하게 참으면서까지 피할 이유는 없다. 적절히 사용하면 통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5장_통증의 공포에서 해방시키다 -소염진통제」중에서
웃음가스로 시작한 마취제의 역사는 새로운 약 개발로 이어졌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마취제로 극복한 것은 과학의 위대한 성과다. 때로는 종교적 편견과 오남용으로 비난받기도 했지만, 마취과의사의 통제하에 엄격하게 사용하면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
---「6장_외과수술의 혁명 -마취제」중에서
보툴리눔톡신의 특징을 이용해 1989년 보톡스가 나왔다. 극소량의 보툴리눔톡신을 사람에게 주사하면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막아 근육이 펴진다. 얼굴의 주름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하면서 독이 약이 되었다.
---「7장_뭉친 근육이 풀리다 -근이완제」중에서
인간을 비롯해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몸속에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유리세포(식세포)가 있어 병균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세균 같은 미생물에 맞서는 면역의 개념이다. 세포가 세균을 잡아먹는 식세포 작용을 통해 외부 병원균을 방어한다는 것이다.
---「8장_다양한 효능을 가지는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중에서
자동차는 연료가 있어야 움직인다. 그래서 연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보조적인 윤활유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 몸도 이와 같아서 4대 영양소를 잘 섭취해도 윤활유 역할을 하는 비타민이 부족하면 이상이 생긴다. 그래서 다양한 음식물을 최대한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9장_우리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윤활유-비타민 B」중에서
지금은 리피토 같은 전통적인 화학합성 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세포나 단백질, 유전자를 이용해 만들어 화학합성 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뛰어나다.
---「10장_콜레스테롤을 낮춰라-스타틴」중에서
심장을 통해 혈액이 순환한다는 것은 근대에 발견되었다. 혈액순환 원리를 발견한 과정을 살펴보면 혈관질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628년 영국 의사 윌리엄 하비가 혈액순환 원리를 발표하기 전에는 심장과 혈관의 관계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에 싸여 있었다.
---「11장 심장과 뇌혈관을 지키다- 혈압약」중에서
인삼의 주된 성분은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다. 진세노사이드는 수십 종류가 있다. 그중에 백삼을 가공한 홍삼 중에 있는 Rg3 성분은 혈관 확장 효과가 있어서 원기를 높여 정력 강화용으로 애용된다.
---「12장_사랑에도 묘약이 있다-비아그라」중에서
암의 발병 원인은 오랫동안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현재는 화학물질, 방사선, 자외선, 흡연, 석면, 세균, 바이러스 등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암이 된다고 본다.
---「13장_암 정복으로 가는 길-표적 항암제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