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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피스 공화국

우주피스 공화국

: 그림으로 읽는 소설

하일지 저 / 조경옥 | 헥사곤 | 2021년 09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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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52*210*20mm
ISBN13 9791189688608
ISBN10 1189688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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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소를 거쳐 할이 공항 청사를 빠져나왔을 때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공기는 몹시 냉습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당황했는지 할은 한쪽 팔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황급히 입었다. 그의 외투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것이긴 했지만 이 나라 겨울 혹한을 감당하기에는 다소 얇아 보였다. 아마도 그는 이 나라의 겨울 사정을 잘 몰랐던 것 같았다.

청사 앞 광장은 중소 도시의 역전 광장처럼 초라하고 한산했다. 열 대 가량의 노란색 택시가 열을 지어 서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고 좀 떨어진 곳에는 시동을 걸어놓은 푸른색 시내버스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광장 바닥은 온통 빙판으로 변해 있었고, 광장 저편으로는 자작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작고 초라한 국제공항을 생전 처음 보는 듯 할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할은 몹시 추운 듯 들고 있던 여행용 가방을 빙판 위에 내려놓고는 외투 깃을 세우고 외투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어 꼈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는 데다가 저녁 어스름까지 밀려오고 있어서 저만큼 희미하게 보이는 자작나무들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작나무 숲 뒤편에 도시가 있는지 마지막 승객을 태운 푸른색 시내버스는 광장을 빠져나가 자작나무 숲 쪽으로 가고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버스가 허공으로 천천히 떠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버스마저 떠난 공항 앞 청사 앞 광장은 갑자기 텅 빈 것처럼 고요해졌다.

바로 그때였다.
“요르기타!”
누군가가 이렇게 소리쳤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얼마나 애절하게 들렸던지 할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젊고 아름다운 금발의 여자가 우수에 찬 표정으로 서 있었다. 기품있는 자태로 서 있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농부의 상봉은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보였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 「눈 속의 요르기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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