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코끼리의 성체는 몸길이가 약 7미터, 몸무게는 약 10톤이나 된다. 한편, 생쥐는 머리부터 몸통까지의 길이가 약 7센티미터, 몸무게는 약 10그램밖에 안 된다. 몸길이는 100배, 몸무게는 100만 배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코끼리와 생쥐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크기도 그만큼 차이가 날까? 그렇지 않다. (중략) 이렇게 세포의 크기가 일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령 심장의 세포는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신축 운동을 하려면 산소와 영양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세포의 크기가 커져버리면 세포 표면을 통해서 들어온 산소나 영양분이 내부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다. 필요한 만큼의 산소나 영양분이 내부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세포의 크기를 결정하는 한 요인인 것이다.
--- 「생물의 특징은 무엇일까?」 중에서
인플루엔자, 감기, 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 인두결막열, 홍역, 수족구병, 풍진, 헤르페스…. 우리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이런 병들의 원인은 바이러스이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참으로 신기한 존재다. 병의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외에 세균(박테리아)도 있는데, 세균은 생물이다. 세포를 가지고 있기에 명확하게 생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바이러스에는 세포가 없다. 바이러스는 캡시드라고 하는 단백질 껍질과 그 껍질 속에 들어 있는 유전 물질인 핵산(DNA 또는 RNA)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세포의 구조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단독으로는 증식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비(非)생물로 규정되는데, 한편 유전 물질을 가지고 있으며 세포에 감염해 그 대사 시스템을 이용하면 동족을 불릴 수 있기에 바이러스를 미생물이라고 생각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 「바이러스는 신기한 존재?」 중에서
프랑스의 장바티스트 라마르크는 ‘용불용설’과 ‘획득 형질의 유전’으로 유명하다. 그는 ‘풀도 자라지 않는 아프리카의 건조 지대에 서식하던 기린의 조상은 본래 목이 짧은 동물이었는데, 먹이인 나뭇잎을 먹기 위해 끊임없이 목을 길게 뻗어야 했다. 세대를 거치면서 오랜 세월 동안 목을 길게 뻗기를 계속한 결과 목이 조금씩 늘어났고(용불용설), 그 형질이 자손에게 유전되어(획득 형질의 유전) 서서히 목이 긴 기린으로 진화했다’라고 추정했다.
한편 찰스 다윈은 자연 선택설(『종의 기원』 제7판)에서 ‘기린의 선조 중에는 목의 길이가 다양한 개체가 있었는데, 목이 긴 개체는 목이 짧은 개체보다 쉽게 먹이에 도달할 수 있었던 까닭에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했다. 그리고 몇 세대가 지나자 생존에 유리한 개체만이 살아남았다’라고 추정했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1823~1913)가 이끌어낸 이 자연 선택설(자연도태설이라고도 한다)은 지금도 진화를 설명할 때 중요한 개념이다.
--- 「기린의 목은 왜 그렇게 길까?」 중에서
입을 통해서 들어온 음식물은 식도를 지나 위 속으로 들어간다. 위는 주머니 모양의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최대 약 2.5리터의 음식물을 집어넣을 수 있다. 위벽에서 위액이 나와 음식물을 주무르듯이 으깨 걸쭉한 상태로 만든다. 위액에는 염산과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다. 염산은 강력한 산으로, 음식물을 녹일 뿐만 아니라 함께 들어온 세균을 대부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이 환경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 균이 있다. 바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위나선균)이다. 요소를 알칼리성인 암모니아로 바꿔서 산을 중화시킴으로써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의 원인 중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헬리코박터균이 살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은 암을 예방하는 길로 이어진다.
--- 「음식이 받는 소화액 세례」 중에서
사랑을 하면 감정의 고조와 관련되는 중추 신경계의 활동이 활발해져 정신이 고양된다. 자율 신경도 교감 신경이 우위인 상태가 되어 운동을 했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런데 이 두근거림은 운동을 했을 때와는 달리 심장의 근육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심장의 두근거림에 맞춰 충분히 확장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심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다시 말해 가벼운 협심증 같은 상태가 되어 가슴이 메고는 한다. 이것이 소위 ‘심쿵’의 정체다. 여기에 손이 떨리거나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것도 교감 신경의 작용에 따른 결과다.
--- 「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일까?」 중에서
우리가 평소 식재료로 자주 이용하는 문어의 짝짓기는 그 순간만을 보면 그다지 로맨틱해 보이지 않는다. 짝짓기용으로 발달한 하나의 팔을 사용해서 정자가 들어 있는 정협이라는 캡슐을 잡아 뜯어 암컷의 몸속에 삽입한 뒤 팔째로 잘라낸다. 짝짓기를 하기 전에는 암컷에게 애정이 넘치는 구애 행동을 한다는데, 정작 짝짓기는 어딘가 무뚝뚝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아귀는 감히 흉내도 못 낼 듯한 궁극의 애정 표현을 한다. 심해에 서식하는 아귀의 사회에서는 암컷과 수컷의 만남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수컷은 일단 발견한 암컷을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 궁리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암컷의 몸을 덥석 문다. 그리고 문 부분을 소화 효소로 조금씩 녹여 최종적으로는 암컷의 몸과 융합해버리는데, 융합한 수컷은 그 후 암컷의 몸의 일부로서 살게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컷의 몸은 암컷보다 훨씬 작은 까닭에 그렇게 해도 암컷은 거추장스럽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 「동물들의 섹시한 이야기」 중에서
아빠 고양이는 흰털 유전자를 두 개, 엄마 고양이는 흰털 유전자를 한 개만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새끼는 아빠에게서 흰털 유전자 한 개를 확실히 받지만, 엄마에게서는 흰털 유전자를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유전자를 받을 수도 있다. 요컨대 흰털 유전자를 한 개는 반드시 받으므로 새끼들은 전부 흰 고양이가 된다.
그렇다면 아빠 고양이와 엄마 고양이가 모두 흰털 유전자를 한 개만 가지고 있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 태어날 수 있는 새끼 고양이는 흰털 유전자 두 개인 새끼 고양이, 흰털 유전자가 한 개인 새끼 고양이, 흰털 유전자가 없는 새끼 고양이의 세 종류다. 이때 비로소 열성인 새끼 고양이, 즉 흰 고양이 부모에게서 흰색이 아닌 털을 가진 새끼가 태어나 깜짝 놀라게 될 수 있다
--- 「우성과 열성, 어느 쪽이 우월할까?」 중에서
의복에 달라붙은 야생 우엉의 열매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무수히 많은 갈고리가 의복에 엉켜 있었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자유롭게 붙이고 뗄 수 있는 벨크로(일명 찍찍이)가 개발되었다. 연꽃 잎이 물을 튕겨내는 성질을 이용한 초발수성의 지저분해지지 않는 외벽,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다랑어의 피부 특성을 이용한 저저항의 선박용 도료 등도 있다.
이처럼 자연계에 있는 생물의 움직임, 형태·구조나 화학 프로세스를 흉내 내어 물건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생물이 지닌 뛰어난 성질을 새로운 재료나 제품의 개발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생체 모방(바이오미메틱스 또는 바이오미미크리)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자연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매년 4만 종이 멸종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