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는 일연이 구상을 하고, 제자들과 함께 자료들을 모아 완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삼국사기』도 김부식이 모두 다 저술한 것이 아니라 김부식이 체제와 내용을 구성하는 것을 총괄하고, 31개의 사론을 쓰고 완성된 것을 감수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삼국사기』를 통하여 김부식의 역사인식을 살펴볼 수 있으며, 『삼국사기』의 편찬자를 김부식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삼국유사』를 통하여 일연의 역사인식을 살펴볼 수 있으며, 『삼국유사』의 편찬자를 일연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 pp.17~18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모두 신라사 중심으로 되어 있으나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 비해 고구려와 백제 이외의 고대 여러 국가의 역사를 망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 역사 시간의 유구함과 영역의 광범위함을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라사 중심으로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사인식의 문제가 없지는 않겠으나 당대 잔존한 자료에도 기인한 것이다.
--- p.50
크리스트교는 기원 전후한 시기에 시작하여 로마에서 많은 탄압을 받고 순교자가 속출하였으나 313년 밀라노 칙령에 의해 공인이 되어 비로소 종교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일연은 불교의 전래와 수용 및 공인의 과정을 뚜렷하게 구분하여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학자들은 불교의 수용과 법제적 조치인 공인을 혼동하여 전래와 수용 및공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p.78
「탑상」편은 사찰의 연기설화, 탑파의 조성 경위, 불상의 조성 경위, 범종의 주조 경위, 사리의 전래와 소장 경위, 불화의 예배 대상들을 이야기하며 신라의 불국토 관념과 그 관념이 고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몽골의 침입으로 이러한 불교의 문화유산이 불에 타고 없어진 것을 개탄하면서 이들을 복원함으로써 고려의 전통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 pp.105~106
자영농이었던 여인이 경제적 파탄으로 어머니의 봉양을 위하여 남의 집 종살이를 하게 되어 음식은 잘 먹게 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부담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뒤에 그 집을 내놓아 절을 삼고 양존사(兩尊寺)라고 하였으니 유교적 효행과 불교적 선행을 동시에 하였다는 것이다. 왕이 곡식과 집을 내려 주고 또한 군사들을 보내 지키도록 한 것을 보면 이 당시 신라의 경제적 사정이 얼마나 어렵고 사회가 혼란스러웠는지 짐작이 간다.
--- pp.142~143
박혁거세 신화는 농경 생활, 석탈해 신화는 해상 활동, 김알지 신화는 발달한 제철 기술을 반영하고 있으며 각 신화는 시기적 발전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여러 계통의 신화가 나타난 것은 고구려나 백제에는 볼 수 없는 것으로 신라의 특징이다. 이러한 여러 계통의 신화가 남아 있는 것은 신라 문화의 다양성과 융·복합성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삼국유사』를 통해 신라 문화가 일찍부터 문화융화(Acculturation) 현상을 특징으로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166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달리 삼국뿐만 아니라 고조선을 비롯하여 부여와 고구려, 발해, 가야 등 남쪽과 북쪽의 고대 국가들을 망라하여 한국 고대 국가의 시간과 공간을 확대하여 기록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지배층뿐만 아니라 서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생활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있다는 데에도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삼국사기』는 왕명에 의해 정치사를 중심으로 편찬한 관찬 사서이며, 『삼국유사』는 개인에 의해 문화사를 중심으로 편찬한 사찬 사서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다.
--- p.189
『삼국유사』는 『삼국사기』를 단지 보충하였다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역사를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라고 일컬을 수 있도록 하는 귀중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책 이름은 『삼국유사』이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뿐만 아니라 고조선, 부여, 삼한, 가야, 발해 등 한국의 고대 국가 모두를 망라하고 있다. 특히 ‘고조선’ 조에서 소위 ‘단군 신화’를 통해 한국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와 같은 시기에 비롯하였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 역사의 유구성과 독자성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 p.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