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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맛 :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

용기의 맛 :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

띵 시리즈-01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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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176g | 115*180*10mm
ISBN13 9791191187458
ISBN10 1191187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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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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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심장병은 대부분 원인 불명입니다.” 의사들이 해준 이 말, 전문서적과 인터넷에 반복해서 나오는 이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기까지 아주 오래 걸렸다. 원인 불명이라는 단어는 죄책감에 절절매는 부모들을 달래주기 위해 전문가들이 논문에 써놓은 비밀코드처럼 느껴졌다. 원인을 알 수 없다면, 그냥 운이 나쁜 건가요? 답답하게도 이런 일에 논리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그냥 그런 것이다. 산다는 것은.
--- 「그냥 그런 거야」 중에서

“수술 잘되었습니다.”
이 말의 사정거리가 어디까지인지 이때 처음 알았다. 의사는 계획한 대로 집도했고, 수술의 모든 단계들이 원칙대로 이행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회복이라는 과정은 온전한 환자의 몫이었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중에서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할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지들 멋대로 떠들었다. 그냥 다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새로 시작하다니, 무얼? 한 방향으로만 가는 세월에 ‘새로 시작’이라는 개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염없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날에는 아이를 낳기 전으로, 임신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허망한 욕심이 일었다. 그런 날이면 스스로가 너무 징그럽고 무서워서 내 인생을 통째로 갈아엎고 싶어졌다. 나는 어쩌다 이런 망상을 떠올리는 괴물이 되었나.
--- 「나는 가끔 내가 무섭다」 중에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간사하다. 아이는 병실에서 젖도 제대로 못 먹고 있는데, 부모는 입맛대로 커피를 마시고 비싼 케이크까지 베어 문다. 찰나 같은 시간이었지만 그때 우리는 보통의 커플과 다를 게 없었다. 같은 공간에서 스친 그 누구도 우리가 불과 얼마 전에 아기를 낳았고, 그 아기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농담을 했고, 웃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들을 상상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가슴에 품은 크고 작은 이야기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타인은 그냥, 모를 뿐이다.
--- 「어둡기만 한 어둠은 없어」 중에서

아이는 소고기와 아보카도가 아니라 사랑을 먹고 자란다. 양육자의, 소아과 선생님의, 길을 지나가는 할머니와 놀이터 누나와 민들레, 고양이, 달님의 사랑을 냠냠. 사랑은 규칙과 말이 아닌, 여유와 마음이다.
--- 「끝까지 내지 못한 용기」 중에서

호수의 시간을 겪는 동안 삶에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증발해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병원에 있는 호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신입 엄마라는 배지를 달고선 삶을 놓아버리지도, 그렇다고 제대로 움켜쥐지도 못하는 나약하고 불안정한 나. 어느 날에는 그런 압박감과 보상심리 같은 것에 휩쓸려서 쇼핑 앱을 켜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뭔가에 홀린 듯이 주문을 하고, 택배 상자를 뜯어 거울 앞에서 걸쳐보고, 새 옷을 입고 중환자실 면회를 갔다. 조금 미친 사람 같았다. 아픈 아기를 두고 패션쇼라니. 하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다.
--- 「살고 싶으면 도망쳐」 중에서

나는 되도록이면 하는 쪽을 택하며 살았다. 태어나기 전으로 갈 수 있다 해도 분명히 태어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사는 것은 그 자체로 벅차지만, 그래서 더 살아볼 만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한다. 헤어짐이 두려워서 마음 주지 않는다면 더 많은 걸 잃을 뿐이다. 만남과 이별, 사랑과 갈등, 그리고 삶과 죽음 안에는 직접 겪어봐야만 얻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감동 따위,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산다는 건 그게 다다. 온몸으로 느끼는 것.
---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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