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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밥 : 미음의 마음

병원의 밥 : 미음의 마음

띵 시리즈-012이동
리뷰 총점9.7 리뷰 7건 | 판매지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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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184g | 115*180*10mm
ISBN13 9791191187441
ISBN10 1191187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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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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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과 3학년 내과 수업 시간. 그날도 나는 짜장면으로 점심을 먹고 강의실에 앉아 졸고 있었다. 그러다 잠결에 들리는 교수님의 말에 나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차이니스 레스토랑 신드롬.”
중국음식처럼 조미료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어지럽고 무력감을 호소하는 증상이 특징인 증후군. “물론 논란이 있지만 이런 병이 있다고도 합니다….” 시험에는 절대 안 나올 것이라며 농담처럼 단 한 줄의 설명만 하셨는데, 그 말은 나의 뇌리에 박혔다. 드디어 짜장면과 나의 불화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부터 나는 중국음식점에 가면 당당하게 말했다. 차이니스 레스토랑 신드롬 때문에 짜장면을 먹을 수 없다고.
--- 「차이니스 레스토랑 신드롬을 아시나요」 중에서

책을 다 읽은 날부터 나는 문어와 낙지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대단한 철학이나 심오한 논리보다는, 나의 뇌 한쪽에서 이들을 음식으로 인식하지 않기 시작했다. 마치 촛불이나 식탁, 신발을 보면서 맛있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문어와 낙지를 보아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낙지와 문어를 식재료가 아닌 생명체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 「취향의 숲」 중에서

수술실 출입문 밖 복도에는 환자를 들여보내고 공허감에 두리번거리는 보호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 속에서 훌쩍거리는 누나와 여동생이 보였고, 한구석에 작아져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나는 가족들 곁으로 다가갔다.
“밥이라도 먹을까? 우리.”
약간 넋이 나간 채 수술실에서 나온 나를 본 아버지의 말이었다.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우리는 밥이라도 먹기로 했다. 엄마가 수술을 위해 들어간 아침 8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 「밥이라도 먹을까? 우리」 중에서

“병원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콧줄을 끼고 있어. 이것으로 밥을 먹고 물을 마시지. 힘들었지?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야. 환자는 매일매일이 이렇게 힘든 거야.”
환자는 매일매일 힘든 거야. 이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모두 숙연해졌다. 우리는 레빈 튜브를 빼고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아무도 농담을 하지 않았다.
--- 「매일매일이 이렇게 힘든 거야」 중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여러 이유로 미음을 먹는다. 환자들은 대체로 미음을 싫어한다. 맛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환자들에게 천천히 끝까지 드셔보시라고 말씀드린다. 미음을 먹고, 죽을 먹고, 밥을 먹다 보면, 밥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퇴원할 때쯤 이런 말을 한다. “처음에는 미음도 못 먹었는데….” 이제 입맛이 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나 시작이 있다. 미음은 건강한 미래를 향한 작은 시작이다. 미음의 마음은 환자들의 미래를 지켜주는 작은 용기다.
--- 「미음의 마음」 중에서

시간이 지나고 회복할 때가 되면, 전자레인지가 바빠진다. 환자식을 나눠 먹는 것으로는 보호자의 병원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보호자는 편의점에서 즉석밥을 사 온다. 다른 음식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친지들이 가져다준 다른 반찬거리도 그때서야 병실마다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과일도 각종 간이식도 편의점에서 올라온다. 전자레인지 속에 음식을 넣고 '땡' 소리를 기다린다. 환자와 보호자가 각자의 밥을 먹기 시작하는 것, 반복되는 전자레인지의 '땡' 소리는 수술 환자의 퇴원할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다.
--- 「퇴원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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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따뜻했을, 차갑게 식은 음식을 먹으며 의사 선생님은 생각에 잠긴다. 환자 생각, 수술 생각, 학창 시절의 기억…. 환자든 보호자든 의사든 병원에 왔던 모든 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평안한 마음이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기록들. "나도 예전에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사람이었어."라고 말씀하셨다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그 환자를 처음 만나 상담했던 10년 전 얼굴을 순간 함께 떠올린 작가의 아득함도.
- 박경환 (‘재주소년’,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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