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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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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458g | 140*210*18mm
ISBN13 9788925579696
ISBN10 8925579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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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가 막연히 꿈꾸어 오던 가출을 구체적으로 결의한 것은 아마도 거기서 돌아가는 둑길에서였을 것이다. 그전에도 ‘머리만 자라면……’ 하는 되뇌임을 곱씹어 왔지만, 그다음은 뚜렷하게 생각해 둔 게 없었다. 그런데 이제 무엇을 왜 해야 되는지가 뚜렷하게 떠오른 것이었다. ‘집을나가야 한다. 어머니의 손아귀를 벗어나 학교를 계속해야 한다…….
--- p.13

명훈은 언제부터인가 시위대만 보면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의 소박한 견해로는 그 혁명의 과일을 움킬 자격이 있는 것은 실탄 사격에도 꺾이지 않고 경무대나 서대문에서 공방전을 거듭하던 그 학생들 몇뿐이었다. 뒤에 가세한 구두닦이나 양아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제법 걷어붙이고 학생들과 함께 어울린 어른들도 그 본질은 구경꾼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 p.47

죽고 싶다. 철이 그의 일생에서 그런 중얼거림을 최초로 절실하게 되뇐 것은 아마도 그때 그 집 앞이었을 것이다. 만약 쉽게 죽을 길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괴로운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게 그때 철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그 바람에 철은 늘어져 누운 옥경이를 남겨 놓고 집을 나설 때의 결심은 까맣게 잊고 영남여객 댁 뒷문 앞에서 잠시 망연하게 굳어져 서 있었다.
--- p.73

“우선 선배님은 나를 투사, 투사 하시지만 실은 그리 대단한 투사는 못 됩니다. 이미 짐작하시는 대로 내가 그날 이기붕의 집 앞으로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어요. 혁명이니 민주니 하는 말은 지금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이 말입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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