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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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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74g | 140*210*18mm
ISBN13 9788925579719
ISBN10 892557971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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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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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책들을 다시 보자기에 싸는 순간 퍼뜩 떠오른 게 바로 그 예감이었다. 뒷날처럼 그리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 내 삶도 진작부터 말과 글의 그 비실제적 효용에 탕진되게끔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때까지만 해도 싫고 불길하게만 느껴지던 예감이었다.
--- p.54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된다카디, 사람이 지가끔 사는 방도가 따로 있는데 우리가 뭔 농사를 짓는다꼬……. 이게 참말로 잘하는 짓인 동 몰따. 이 땅 이거 돈대로 팔아 서울 가서 쪼매는(작은) 점방이라도 채리는 게 옳은 게 아일라(아니겠니)? 아아들마다 무식쟁이 안 맨들고, 배 안 골려도 되고. 니도 이 고생 저 고생 안 하고…….”
--- p.215

그때 나는 어린 이카루스였다. 고향과 자연은 1년도 안 돼 친화와 안주의 대상에서 나를 가두는 감옥으로 변해 갔다. 말할 것도 없이 그 드러난 원인은 갈수록 실패의 예감이 짙어지는 형의 개간 사업이었고, 그에 비례해 개선의 희망이 줄어드는 열악한 삶의 조건들이었다. 좀 나아진 것이 있다면 오직 우리의 소유라는 점에서 전보다 편안해진 주거 정도였을 뿐, 나머지는 도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의식을 확보하는 일조차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 p.257

그래, 나는 어떻게든 이 거리에 남을 거야. 쓰러져도 여기서 쓰러질 거야. 모니카네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르면서 영희는 다시 한 번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다짐보다는 안도의 기분이 더 앞섰던지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그전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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