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교사의 언어가 과연 의도한 대로 바르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살핀다. 결국 우리 모두 학생을 위해 긍정적인 의도와 목표를 품고 있지 않은가? 교사는 학생들이 도덕적 판단에 따라 온종일 열정적으로 배우고, 바람직한 상호작용에 참여하며, 긍정적이고 적절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오늘날 교육학계에는 교수법에 관한 다양한 견해와 토론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자들이 위에 열거한 것들을 공통의 핵심 가치로 꼽는다. 즉, 모든 교사는 아이들에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최선의 의도와 어울리지 않는 언어패턴을 구사할 때가 있다. 심지어 학생들을 위해 최선이라고 알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언어습관이 생기기도 한다.
--- p.11
그때까지 나는 아이들의 성취나 행동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싶을 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수학문제를 열심히 푸니 참 좋네요!”
“복도에서 조용히 걸으니 정말 좋구나!”
“과학프로젝트를 열심히 해주니 정말 고맙다!”
“의자를 집어넣어줘서 정말 고마워!”
이는 내가 의도치 않게 아이들이 교사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 되도록 훈련시켜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자기가 가치 있는 존재가 맞는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사인 내게 끊임없이 의존했던 것이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방식을 의식하기 시작하니,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목표와 달리 정작 내가 쓰는 언어는 지독히도 교사중심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나는 내 신념이나 목표와 전혀 맞지 않는 언어를 써왔던 셈이다.
--- pp.13-14
이 책에서 ‘교사’라는 단어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교사, 예술통합전문교사, 특수교사, 교장, 교육감, 행정실무사, 시설관리인, 보조교사, 부모, 이 중 어디에 속하든 모두 교사다. 아이들의 인생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는 사람은 모두 교사에 해당된다. 이 책 전체에 걸쳐 ‘교사’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 p.22
건강한 사회·정서적 소양을 이미 갖추고 있고 친절하며 규칙을 잘 따르는 아이라면, 교사가 존중하고 인간적으로 대하기가 쉽다. 그런데 불행히도, 존중과 공감, 연민을 매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학생들일수록 불손하고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친절하게 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공격적이고 건방진 아이들에게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의 부정적인 행동이 강화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아이들이 먼저 교사를 존중해야 교사도 아이들을 존중할 수 있는 거야.” 하고 합리화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지금 천식발작으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 당장 공기흡입기를 주지 않고 “일단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돼야 공기흡입기를 받을 자격이 생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학생들에게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 점을 명심하자. 존중을 표하는 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일수록 타인으로부터 충분히 존중받는 경험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들이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어떻게 배울 수 있겠는가?
--- pp.42-43
비교와 경쟁을 유도하는 말도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교사가 경쟁을 유도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노력하고, 훌륭히 과제를 해낼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부끄러움이 많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거나 동기와 노력이 부족한 학생을 자극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교와 경쟁을 유도하는 말은 교사의 의도와는 달리 아이들의 의욕을 꺾어놓을 수 있다. 이러한 말은 수업 참여도가 높고 성공적으로 학습하는 학생들에게는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아이들의 성취감과 우월감은 더 강화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해도 비난받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학생들은 비교와 경쟁을 유도하는 교사로 인해 더 움츠러든다. 실패할 것이 뻔한 일에는 아예 에너지와 감정을 투입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 p.53
여러분은 학생들이 자신 있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필요한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며, 전반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자아감을 갖기를 원할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우리가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에 달려 있다.
--- p.55
교사가 한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학습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한다.
--- p.63
행동상의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교사가 신경질, 짜증, 화, 빈정댐, 혐오, 실망을 표출한다면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어떤 메시지를 받게 될까? 교사가 그런 감정을 표출하면 아이들은 수치심, 당황, 두려움, 적개심, 분노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이런 감정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종류의 감정 반응은 학습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저명한 교육학자이자 뇌 전문가인 에릭 젠슨(Eric Jensen)은 “위협은 방어기제를 유발해 생존에 적합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지만, 학습에는 최악이다. 이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말했다.
--- p.102
교사는 능숙한 관찰자가 되어 학생들의 학습과정을 살피면서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교사의 생각이나 느낌은 덜 말하고, 교사로서 관찰한 것을 더 많이 말해야 한다. 판사와 배심원이 아니라 코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 p.198
불행하게도, 과제가 끝난 후 감당할 수 없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는 아이들은, 긍정적이고 힘을 주는 피드백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즉 인내심과 자존감이 가장 낮은 아이들이다. 건설적인 피드백은 반드시 과제가 진행되는 동안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일단 과제가 끝나면, 장점을 격려하는 일에 집중해서 아이들이 다음 과제를 해낼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를 기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