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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山)을 생각한다

산(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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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16g | 140*210*15mm
ISBN13 9791158772666
ISBN10 115877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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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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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문에서 문으로 옮기는 하나의 생명 현상이다. 학교에 가기 위해선 집의 문을 나서야 하고 학교의 문을 들어서야 한다. 학교의 문이라고 해서 단순하지가 않다. 국민학교의 문이 있고, 고등학교의 문이 있고, 대학의 문이 있고, 대학원의 문이 있다.
문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의 문이란 것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고 보면 관청의 문을 드나들어야 하고, 통하고 싶지 않은 문도 통해야 하고, 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닫혀 버리는 문을 바라보고 실망하기도 한다. 생존경쟁에 낙오하지 않으려면 문을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문에 비집고 들어서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갖가지의 문을 만든다. 문 가운데 또 문을 만들고, 그 문 가운데 다시 문을 만든다. 심지어는 사형장의 문까지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인간이다.
다시 인생이란 무엇이냐.
사회가 만들고, 역사가 만들고, 스스로가 만든 그 무수한 문을 드나들다가 이윽고 저승의 문으로 해서 영영 퇴장해야 하는 ‘메멘토 모리’, 즉 죽어야 할 존재이다
--- p.61-92

다음에 가는 곳마다에서의 감회의 풍경을 적겠지만 미리 이곳에 서 적어 두고 싶은 것은 8월 8일 밤 오세암의 뜰에서 본 성좌(星座)의 장관이다.
나는 일찍이 그러한 천체의 호화를 보지 못했다. 짙은 감색의 바탕에 크게는 주먹 크기만 하고 작게는 모래알 같은 별이 찬란한 다이아몬드 빛깔로 하늘 가득히 깔려 있는 광경은 영원히 잊지 못할 호사였다.
그래서 비로소 알았다. 설악산에 간다는 것은 설악산만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고 설악산을 중심으로 한 우주의 신비에 참입(參入)하기 위해 가는 것이란 사실을.
사람이 살아 수유라고 하지만 그 장엄한 신비에 참입하고 나면 영혼의 빛깔이 달라질 것이란 사실이 나의 솔직한 감회이다.
확실히 우주엔 신비란 것이 있고, 뜻만 있으면 그 신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설악산은 신비의 문(門)이며, 신비의 성(城)이며, 신비, 바로 그것이다.
--- p.163-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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