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시를 어느 정도 배워서 쓰다 보면 진지하게 잘 쓴 시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까지 힘든 과정도 겪었을 텐데 막상 진지하게 잘 썼는데도 사람들이 ‘당신 시는 신선하지가 않아.’ 또는 ‘당신 시는 개성이 없어.’라고 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허무해지게 된다. 그렇게 진지하게 잘 쓴 시로는 독자나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예심을 통과하더라도 본심에서 선택받으려면 ‘내 시만의 장점’을 적어도 하나는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필자는 나만의 시에 적용할 시의 장점을 여덟 가지로 설정했다.
첫째, 새로운 발상(상상, 역발상 포함)이다. 어떤 당선작들을 보면 ‘참 발상이 좋네!’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러니 새로운 발상이나 상상, 역발상을 통해 나만의 시에 도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예시 작품 찾아보기: 마경덕 시인의 「놀란 흙」, 한혜영 시인의 「퓨즈가 나간 숲」, 박성우 시인의 「넥타이」 등)
둘째, 지독하게 섬세함을 동반한 표현과 사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놀랄 만큼 섬세함이 자리한 시를 읽게 되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관찰을 하다니’, ‘놀랄 만큼 섬세하게 시적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니’하는 평이 나온다면 그 시는 성공한 시다. (예시 작품 찾아보기: 문보영 시인의 「막판이 된다는 것」, 김기택 시인의 「멸치」 「껌」 등)
셋째, 탁월한 비유이다. 시는 근본적으로 비유의 속성을 갖는다. 시인이 시 속에 표현하려고 하는 나만의 지점(원관념)을 향해서 갈 때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객관적 상관물이나 객관적 상관 현상(보조관념)을 끌어와 빗대어 표현하는 방식이 비유다. 그럴 때 비유가 정말 탁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가 막힌 비유를 활용할 줄 안다면 그것 또한 대단한 장점이다. (예시 작품 찾아보기: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 신철규 시인의 「샌드위치맨」, 이원 시인의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길상호 시인의 「식은 사과의 말」 등)
넷째, 탁월한 상징이다. 시에서 구체성 안에 암시성을 담는 방법 중 하나는 상징을 활용하는 것이다. 상징은 추상적인 사실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대표성을 띤 기호나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일을 말한다. 상징 자체가 ‘구체적인 사물’이나 감각화된 표상을 활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구체성 획득에 무난하고, 암시성도 자연스럽게 담기는 힘이 있다. 이런 상징을 탁월하게 활용해서 시를 창작하면 이것도 나만의 장점에 해당한다. (예시 작품 찾아보기: 김지녀 시인의 「선」, 안희연 시인의 「사슴」, 박소란 시인의 「검정」 등)
다섯째, 신선한 시적 직관이나 예기치 못한 시적 반전이다. 어떤 좋은 시의 경우엔 ‘정말 시인의 시적 직관이 탁월하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시에 나타난 정황과 화자나 대상이 가진 존재론적인 의미를 꿰뚫어 보듯이 표현한 직관을 읽을 때 우리는 시의 깊이와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예시 작품 찾아보기: 김충규 시인의 「바닥의 힘」 등)
여섯째, 읽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솔직 담백한 시적 진술을 잘 구사하는 것이다. 이런 시들은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시인과 화자가 잘 분리된 상태에서 오로지 화자 입장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해서 공감과 실감을 불러일으키는 시 쓰기 방식이다. (예시 작품 찾아보기: 김이듬 시인의 시들, 김민정 시인의 시들, 강성은 시인의 시들 등)
일곱째, 재미있는 풍자이다. 특히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고 비판적 안목을 갖고 시를 쓸 때 적용해야 할 장점이다. 무작정 재미없게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말고 풍자 미학을 활용해 탁월하게 비판을 하면 시를 읽는 재미와 통쾌한 비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누구나 비판은 잘한다. 비판은 쉽고 간편하다. 그런 비판도 풍자 미학을 활용해서 시로 형상화시킬 때 미학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예시 작품 찾아보기: 복효근 시인의 「난해시 사랑」, 필자의 「서민생존헌장」 등)
여덟째, 지금까지 남들이 안 쓴 소재나 모티브로 시는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군가 안 쓴 소재나 모티브를 발견할 때 쾌감은 매우 크다. 독창적인 시적 포즈를 취할 수 있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감탄하게 만드는 나만의 소재나 모티브를 찾아서 쓰게 되면 그것 또한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가 된다. (예시 작품 찾아보기: 박은영 시인의 「발코니의 시간」, 정한용 시인의 「후일담」, 고영민 시인의 「통증」, 이영주 시인의 「녹은 이후」 등)
이 여덟 가지 중에서 단 한 가지만 있어도 그 시는 독자성을 인정받는다. 앞으로 창작을 하기 전에 ‘내 시만의 장점’을 꼭 한 가지씩 설정하고 시를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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