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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자들

은둔자들

: 동물시편 Ⅱ

[ 양장 ]
최계선 | | 2021년 09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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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288g | 132*207*13mm
ISBN13 9788982182846
ISBN10 898218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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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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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거는 도피가 아니라 피난
멀리서부터 바람이 긴 팔 뻗어 빨랫줄의 광목천을 걷어갈 때
빗방울이 모두 조팝나무 흰 꽃으로 보일 때
그리하여 마침내 은둔의 숲에 들어섰을 때
그는 쥐오줌 소나기에 젖은 눅눅하고 너덜너덜해진 몸을 탁탁 털어
햇살 좋은 마당에 내건다
집게가 구멍 난 바람을 붙들고 있는 동안
양말이 꾀죄죄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안
그는 잘 데워진 개울 자갈에 알몸 눕힌다

세상으로부터 걷어차이니 속 편하고
걸어 다니는 다람쥐 본 적 없듯
야단스럽게 뛰어다닐 일 없으니 하늘은 더 파랗고
벼룩만큼 높이 뛰지 않아도 밤송이는 때 되면 떨어지고
나무는 장대에 얻어맞지 않아도 되고
들꽃은 평생 처음 받아보는 관심에 부끄러워하고
가랑이 벌리니 흰 구름 흘러 들어오고
냇물도 곁에서 따라 흐르고
이 집 개 짖으니 저 집 개 짖고
시소타기 빼고는 혼자서도 심심치 않게 잘 노는 아이처럼
더없이 충분하고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은둔자는
다시 돌아올 계절을
앞서 마중나간 사람
--- 「벼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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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우리에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유용한 문학 작품이 생태문학이라는 이름에 값한다는 것인데, 내 생각으로도 이런 시각은 아주 타당한 견해로 보인다. 관련된 지식과 자연의 이법만 인식해도, 우리의 시 독서는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뒷받침하는 일종의 퇴비로서 충분한 몫을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특별한 문학 체험이 생태시 혹은 생태문학의 본령이자 해당 작품을 생태문학으로 부를 수 있게 해주는 장르 지표가 아닐까.
- 김경수 (문학평론가)
끝이 시작되었다. 인류세의 개막이 어쩌면 끝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이번 끝이 그야말로 ‘마지막 끝’이 될지 모른다. 끝이 끝나기 전에, 끝이 끝이 되지 않도록 새로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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