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윤편인은 간간히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섬처럼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마치 퍼즐을 맞추어 가듯 하나씩 떠올리고 있었다. 도시의 밤 풍경을 구경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물은, 대지 8,925.7평방미터 대지에 41층 두 동이 올라갔다. 옥상 층은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 풀장이 설계되어 있었다. 맨 꼭대기 층은 동과 동을 연결하는 스카이 브리지 라운지가 들어섰다. 중간층은 동과 동을 브리지로 연결해 실내 워터파크와 사물인터넷 그리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이 융·복합된 복합 문화 공간과 공연장이 시설되어 있었다. 더불어 건강과 미용을 위한 피트니스 센터가 들어섰다. 지하층은 주차장으로 시공되고, 지상 공터는 숲속 공원으로 꾸며져, 그 공간에는 놀이동산 시설 등을 갖추고 있었다. 흰머리 윤편인은 처음부터 스마트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겠다고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는 꿈도 야망도 없는 평범한 장사꾼에 불과했었다. 단지 격동하는 IMF 시대를 만나 그 흐름의 파도를 타고 흘러가다가, 운영하던 사업장을 넘겨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덫에 걸려들었던 것이었다. 그가 부동산 시장으로 뛰어든 계기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개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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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기요…! 교수님!”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청강생 대부분이 소리 나는 곳을 향해 잠시 시선이 멈추었다. 그녀는 잘생긴 외모에 부티가 자르르 흐르는 핑크빛 밍크코트를 걸치고 있엇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우라가 온몸을 두르고 있어 감히 사내들이 범접을 못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 사내라도 첫눈에 반할 정도로 환장할 미인에 재색까지 뛰어났다. 하지만 신장만큼은 볼품없는, 작은 앉은키였다. 청강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그러고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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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법원에서 제외했던 이해당사자들인데, 그들은 법원이 낙찰 배당금을 배분하고, 남은 차액이 있다면 조건을 갖추거나, 아니면 소송을 통해서 받기도 합니다.” 사발 머리 나 교수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러고는 이해를 하겠느냐는 표정으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묻고 있었다. “어떻게 말씀입니까?” 삼각 머리 조편재는 토를 달며 재차 파고들었다. 모처럼 노골적인 시선들이 나 교수를 향해 쏠리고 있었다. “만약, 배당 차액이 남았다면, 경매 개시 등기 이후에 이해 당사자들과 순위(선후)를 따져 배분받는 과정을 거쳐야 됩니다.” 사발 머리 나 교수는 이제 이해가 되시느냐는 눈길로 삼각 머리 조편재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는 삼각 머리를 끄덕이면서 오른 손가락을 올려 까닥거렸다. “헐…! 못 받으면 소송이라도 해야지…. 뭔 소리야? 젠장!” 새치 머리 안편관은 굳은 낯빛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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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있잖아요?” 그녀는 커피를 홀짝이다 말고 젤 바른 선정재를 올려다보면서 그의 눈길을 끌었다. “예, 뭔데요?” 그는 미소를 지어 가며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주시했다. “저…어, 저…어.” 미모의 명정관은 처음과 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머뭇거리며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어려워 마시고 말씀해 보세요.” 젤 바른 선정재는 종이컵을 한 손으로 쥐고서, 말과 다르게 ‘수작 그만 피우시고 말을 해 보시지, 이 우라질 여우야!’ 하는 눈빛으로 그녀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저…, 다른 일은 아니고요…. 아시다시피 제가 경매가 처음이라서…. 어려운 부탁을 하나 말씀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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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교수님! 전세를 들어가면서 전세권 등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처리됩니까?” 상구 머리 노식신이 불쑥 손을 들고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세를 살면서 집주인(임대인)이 전세 등기 자체를 거부해 사정상 임대차 계약서만, 작성하고 살고 있었다. “음…. 그런 경우에는 미등기 전세에 해당됩니다.” 사발 머리 나 교수는 안타까운 소리에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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