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에서 유래된 페르소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가면’이나 ‘역할’ 등을 뜻한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가진다. 이제부터 어머니들의 페르소나는 ‘학생’이다. 아침에 태양이 눈을 뜨면 온 생명체들이 깨어나 숨을 쉬고 활동을 한다. 어머니들도 ‘학생’이라는 역할에 온 정성을 쏟을 것이다. 앞으로 3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통해서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두려움 없이 만나게 될 어머니들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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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의 선택이, 얼마나 귀한 열매를 맺고 있는지 나는 성인학생들을 볼 때마다 확신한다. 6년이 된 지금, 문해교육 관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어린 중학생들도 친할머니처럼 공손히 대하며 자연스럽게 예의를 체득하고 있다. 전국 어느 학교에서 이토록 생생한 현장 예절교육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도 활기찬 문해학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 평균에 비해 비문해자가 많은 우리 지역에서, 성공적인 문해학교의 운영은 평생교육도시를 향한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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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업 시간에 반복해서 강조했던 무재칠시(無財七施)가 생각난 학생들이었다. 나는 ‘가진 것이 없어도 베풀 수 있다는 7가지’를 한 번 더 강조했다. 사람을 볼 때 눈빛을 따뜻하게 하고, 자비롭고 환한 얼굴로 상대를 대하고, 좋은 말로 친절하고 부드럽게 격려하는 것 등이다. 어머니들은 같은 반 친구의 팔순을 축하해주고, 아낌없는 축원으로 사랑을 쌓으며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이행했다. 문해학교에서 배운 것을 잘 실천하는 늦깎이 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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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은 학교에서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네!’라는 대답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소풍을 가고, 수학여행을 가고, 친구를 사귀고, 연극을 보고, 시를 쓰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동요를 부르고, 산수와 한문과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졸업할 때쯤 만개한 꽃의 모습으로 완성된 꽃숨반 어머니들이 이렇게 말했으면 참 좋겠다. ‘평생, 내 삶이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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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에 넣은 편지를 품고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깨끗한 미소가 순백의 아카시아를 닮은 이복남 어머니가 다가오는 어린이날에 열 살인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우표를 꾹 눌러 붙이고 편지를 보냈다. 우체국을 나오는데 아카시아 꽃향기가 진동을 했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소녀를 마중 가는 소년처럼 가슴이 부풀어 올라, 두 손으로 지그시 누르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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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 죽음에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살아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될까?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며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삶만큼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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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쓰기는 글쓰기 치유다. 가능하면 사람들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인연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동안 숨겨두었던 아픔을 덜어냈으면 좋겠다. 어머니도 평생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내고 나니,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참, 다행이다!’ 싶었다. 글을 쓰는 동안 슬픈 감정을 한 올 한 올 풀어내다 보면, 종국에는 아무런 걸림이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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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는 어디든 한 줌의 흙만 있으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생명력도 강하고 번식력 또한 왕성하다. 너무 흔해서 귀해 보이지 않지만, 볼수록 예쁜 꽃이다. 요즘은 약재로도 많이 쓰이고, 새순은 봄나물로도 각광을 받는 꽃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한 줌의 흙을 찾아내어 한글을 심으며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참으로 귀하고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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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꿈꾸는 꽃숨반 어머니들 곁에서 나는 작은 나침반이 되고 싶다. 우리들의 앞날은 알 수 없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어머니들이 보다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확한 나침반이 되도록 매순간 노력하는 선생이고 싶다. 나의 목적지가 아닌 성인학생들의 목적지로 안내하는 동안만큼은, 이 땅 모든 딸들의 소중한 어머니라 생각하지 않은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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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어르신학교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평생교육기관이 절실하다. 어머니들이 호미 들고 논밭으로 나갔던 젊은 날처럼, 노후에는 책가방을 들고 아침마다 공부하러 가는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인생학교를 향해 날아가는 나비를 꿈꾸며, 류시화 시인의 시 〈나비〉의 한 구절을 암송해 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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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보았던 시를 이제 와서 대하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이 세상에 지속되는 기쁨이 없듯이 영원한 슬픔 또한 없다. 그 어떤 슬픔과 괴로움도 다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것들을 사람들은 또 다시 그리워하게 된다. 강순복 어머니는 푸시킨의 시가 자신의 고단한 삶과 닮아서, 읽고 또 읽었다고 말했다. “옛날 어른들 말씀이 틀린 기 하나도 없는 기라요.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참고 견디면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고 했당께요. 신통방통하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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