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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물들기도 모자란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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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00g | 128*208*10mm
ISBN13 9788960215818
ISBN10 896021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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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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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내가 제일 먼저 배운 말은
만세,
그래 만세였다
엄마는 내 윗도리를 벗길 때마다
만 세 했다

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어둔한 만세를 했다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만세

만세는 승리를 가르치고 싶은
엄마의 기도였다

한없이 쇠잔해진 엄마를
씻겨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엄 마 만 세

엄마는 엉거주춤
구부정한 만세를 한다

아픈 세월을 품은
어머니의 숨찬 만세는
예순의 입안에서 울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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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식 시인의 시는 산책로의 순한 바람결 같기도 해서 읽는 이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그 특유의 서정성으로 작고 낮고 미약한 것들을 어르고 만져 시적 대상들로부터 은은한 풍경 소리를 울리게 한다. 그 파장은 아득하고 깊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감각적으로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독자의 감성을 조이고 풀어 조율한다.
그러기까지 시인은 “몸뚱이 마디마다/ 몸살을 앓아야 꽃 한 송이 돋아난다”(「꽃이 피는 이유」)는 표현처럼 시적 대상을 놓고 여러 날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그 몸살 끝에서 비로소 그리움으로 추억으로 사랑으로 승화되는 것들을 엿볼 수 있다.
“하늘 한 동이 길어다/ 그녀 발을 씻긴다/ 말갛게 씻긴/ 그녀 발등에/ 하늘 물이 들었다”(「하늘 한 동이」)는 시인에게서 독자들은 그 다정다감을 갈피마다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는 서호식 시인이 시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 만경강 줄기 따라 푸른 문학의 바다까지 멋지게 도달할 것을 기대하며 첫 시집 상재를 축하드린다.
- 유은희 (시인)
허허로울 때 격 없이 차 한잔하자고 불러낼 수 있는 그를
만날 때면 왠지 모를 향수와 아릿한 추억과 정갈한 기도를 느낀다.
그는 투박하며 해학적이고 순수하다.
뒤꼍처럼 푸근하다.
그곳엔 장독대 맨드라미 휜 허리를 동여맨 봉숭아가 전부지만
어머니의 깊은 숨결과 아포리즘이 달빛처럼 스며 있다.
아들의 윗도리를 벗기는 장면으로 승리를 가르치고픈, 그것을 어머니의 기도로 승화시킨 「만세」는 그에게서 ‘아, 이래서 시암이구나’ 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웃을 때마저 허허롭고 서정적이다. 대숲의 공간처럼 아늑하다.
그의 시는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이다.
만약 그에게 아린 과거와 그만의 독특함이 없었다면 시도 없었을 것이다.
예순 삶을 짓이겨 짜낸 시집을 두 손으로 받아 든다.
- 임영모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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