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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불
루쉰 저 / 김택규 | 읻다 | 2021년 10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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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178g | 115*190*9mm
ISBN13 9791189433383
ISBN10 118943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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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져 다시 일 년을 보내야 하는데
만 리 긴 바람이 객선을 떠나보낸다
다들 기억해야 할 말 하나 있으니
삶의 성패는 하늘에 달려 있지 않다
--- 「아우들과 이별하며 1」 중에서

어둠 속에선 모른다, 신열과 두통을 이리 오라, 이리 와, 또렷한 꿈이여!
--- 「꿈」 중에서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꽉 차 있음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동시에 공허함을 느낀다.
과거의 생명은 이미 죽었다. 나는 이 죽음이 매우 기쁘다. 이로써 일찍이 그것이 살아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죽은 생명은 이미 부패했다. 나는 이 부패가 매우 기쁘다. 이로써 그것이 아직 공허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들풀》 서시」 중에서

음험한 눈을 깜박이던 하늘은 더욱 파래지고 불안해져 마치 달만 남겨둔 채 인간 세상을 떠나 대추나무를 피하려는 듯하다. 달도 슬그머니 동쪽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나무줄기는 기괴하고 높은 하늘을 계속 묵묵히 쇠꼬챙이처럼 곧게 찌르고 있다. 하늘 이 아무리 고혹적으로 이리저리 눈을 깜박여도 오로지 그를 죽이겠다는 일념뿐이다.
--- 「가을밤」 중에서

나는 홀로 먼 길을 떠나련다, 너도 없고 다른 그림자도 없는 어둠 속으로. 내가 어둠 속에 묻혀야만 세계는 온전히 나 자신에 속한다.
--- 「그림자의 고별」 중에서

나는 베풂도 못 얻고 베푸는 마음도 못 얻을 것이다. 베푸는 자의 짜증과 의심과 미움만 얻을 것이다.
나는 무심함과 침묵으로 구걸할 것이다.......
--- 「거지」 중에서

그래서 드넓은 광야만 남았고 그 두 사람은 거기에서 발가벗은 채, 날카로운 칼을 쥔 채 건조하게 서 있었다. 죽은 사람의 눈빛으로 행인들의 그 건조함과 무혈의 대살육을 감상하고서 생명의 비상하는, 극도의 대환희 속에 영원히 잠겼다.
--- 「복수」 중에서

난 그저 맨손으로 이 공허 속 어두운 밤과 싸워야 한다. 몸 밖의 청춘을 못 찾더라도 어떻게든 스스로 몸속의 황혼을 내던져야 한다. 그런데 어두운 밤은 또 어디 있을까? 지금은 별도 없고 달도 없고 웃음의 아련함과 사랑의 춤추는 비상도 없다. 젊은이들도 매우 평온하여 내 앞에는 진짜 어두운 밤도 없어져 버렸다.
절망은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하듯!
--- 「희망」 중에서

끝없는 광야 위에서, 혹한의 하늘 아래에서 반짝이며 맴돌고 솟아오르는 비의 영혼.......그렇다, 그것은 고독의 눈이고 죽은 비이며 비의 영혼이다.
--- 「눈」 중에서

완전히 잊어버려 아무 원망도 없는데 무슨 용서의 말을 하겠는가. 원망 없는 용서는 거짓일 뿐이다.
--- 「연」 중에서

만다라꽃은 바로 시들었다. 기름은 예전처럼 끓어올랐고 불꽃도 예전처럼 뜨거워졌다. 뭇 영혼도 예전처럼 신음하고 예전처럼 몸부림치느라 잃어버린 좋은 지옥을 떠올릴 틈도 없어졌다.
그것은 인간의 성공이자 영혼의 불행이었다....... 친구여, 너는 나를 의심하고 있구나. 그래, 너도 인간이었지! 나는 차라리 야수와 악귀를 찾아 나서야겠다......."
--- 「잃어버린 좋은 지옥」 중에서

나는 가려고 했다. 그런데 시체가 어느새 무덤 속에서 일어나 앉아 입술도 안 움직이고 말을 했다."내가 먼지가 되었을 때 너는 내 미소를 보게 되리라!" 나는 달렸고 감히 돌아보지 못했다. 그가 쫓아오는 것을 볼까 두려웠다.
--- 「묘비문」 중에서

말 없는 언어를 말하고 있을 때 석상처럼 위대하지만 이미 황폐하고 쇠약해진 그녀의 육신이 송두리째 떨렸다. 그 떨림은 하나하나 고기 비늘 같았고 그 고기 비늘은 하나하나 뜨거운 불 위의 물처럼 들끓었다. 허공도 즉각 폭풍우 속 거친 바다의 파도처럼 한꺼번에 떨렸다.
--- 「쇠약한 선의 떨림」 중에서

그런데 나는 항상 안락하지도 망하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살아 어느 쪽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했다. 지금은 또 그림자처럼 죽어버려 원수들조차 알지 못하는 바람에 그들에 게 힘들이지 않고 약간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도 잃고 말았다....... 상쾌한 가운데 울음이 터지려 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죽은 뒤의 첫 번째 울음이었다.하지만 결국 눈물은 안 나왔다. 단지 눈앞에서 불꽃이 번쩍하는 듯싶더니 몸을 일으켜 앉았다.
--- 「죽고 나서」 중에서

지금의 조물주는, 역시 겁쟁이다.
은밀히 천지를 바꾸면서도 감히 이 지구를 멸망시키지 는 못한다. 은밀히 생물을 소멸시키면서도 감히 모든 시체를 오래 보존하지는 못한다. 은밀히 인간을 피 흘리게 하면서도 감히 피 색깔을 영원히 짙게 유지하지는 못한다. 은밀히 인간에게 고통을 주면서도 감히 그들이 영원히 기억하게 하지는 못한다.
--- 「희미한 핏자국 속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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