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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30*190mm
ISBN13 9791156344766
ISBN10 11563447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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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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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연애가 시작되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추석 연휴가 있었고 연속된 10월의 기념일들은 그들의 데이트에 불을 붙였다. 대개의 연인처럼 영화관을 들락거리고 동물원에서 사자랑 호랑이도 구경하며 연애의 단계를 밟아갔다. 남자는 늦은 밤 집에 바래다준다는 핑곗거리로 어두운 골목길을 오가며 슬며시 손을 잡고 팔짱을 끼게 했다.

먼 거리 연애가 감질났던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직장을 구할 생각도 하지 않고 무작정 남자가 있는 서울로 올라와 버렸다. 추운 겨울에 낯선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춥지도 낯설지도 않았다. 데이트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사회생활이 힘들기는커녕 쉽게 적응하였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점점 무르익던 어느 날이었다. 그는 회사에서 1박 2일로 워크숍을 가는데 파트너와 동행해야 한다면서 함께 가자고 하였다. 굳이 거절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의 직장생활도 궁금하여 승낙하였다.
토요일 오후 퇴근 시간이 늦어져 그녀는 다급히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그는 일행도 없이 혼자였다. 다들 떠났냐며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하니 빙그레 웃는다. 단둘이 여행 가자고 하면 가지 않을 것 같아서 거짓말했다며 지금이라도 내키지 않으면 돌아가자고 하였다. 한순간 망설였다. 그를 믿고 싶었다. 익히 읽어 본 소설책에서 남자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끝까지 아끼고 지켜준다고 했다. 어쩌면 이 여행이 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녀는 대담하게 이왕 터미널까지 왔으니 함께 가겠다고 하였다.

차창 밖으로 잔설이 하얗게 남아 있던 3월의 강릉행 고속버스에 나란히 앉아 미지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버스 안은 점점 어둠이 짙어가고 굳어있던 그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공기의 버스 속에서 한 치의 틈도 없이 꼭 쥔 두 손은 뜨거워지며 땀이 고였다. 그들은 시간의 블랙홀에 빠진 연인이었다.
강릉의 바닷가 외진 곳에 덩그러니 있던 숙소는 밤이 깊어서인지 출입구 외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뒤쪽으로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캄캄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달콤했던 열기는 이미 사라지고 순간 그녀는 후회가 일면서 겁이 났다. 내색하지 않고 태연히 그를 따라 들어갔다.
방안에 둘만이 남겨지자 어색한 분위기를 털어 낼 수가 없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농담도 던졌지만, 오히려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돌이킬 수도 없고 남자와 한 방에서 밤을 지새워야 할 모양이었다. 밤바다의 철썩대는 파도 소리와 대나무 숲을 뒤흔드는 바람 소리까지 들려 따로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그날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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