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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 - 여름 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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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94쪽 | 210*297*30mm
ISBN13 9791128858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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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미각은 누구라도 시기에 따라 변화하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아주 맛있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때도 있지. 요리하는 사람이 언제나 먹는 사람의 마음에 드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예를 들어 내가 하루 종일 아침부터 먼 곳으로 가서 산과 들을 헤매고 아주 피곤한 상태로 돌아왔다고 생각해 보게. 그날 밤에는 평소보다도 단 음식이 먹고 싶어져서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양갱을 두 조각이나 홀랑 다 먹는 거지. 식사로 나오는 요리는 평소보다 달게 조리되어 있어도 아주 맛있게 느껴지지. 평소대로 간을 했더라면 단맛을 더 추가하고 싶을 정도였겠지. 그게 바로 생리상의 필요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으로,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분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체력 소모를 보충하는 것이 당분이니까 누구의 몸이든 피곤하면 당분을 필요로 하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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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와 아가씨 “이번에는 두부튀김을 알려 드리지요. 두부를 1촌 정도로 사각으로 잘라서 잠시 천 위에 올려놓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뒤집어 가면서 두부 표면의 물기를 모두 제거한 뒤에 전분 가루를 두부의 양쪽 면에 묻힌 뒤 그걸 기름에 튀기는 거예요. 약간의 조미료나 향신료를 더해 간장을 찍어서 먹어도 맛있지만, 튀김에 간을 한 뒤에 살짝 데쳐서 먹어도 좋아요 “하며 말해 주는 요리는 다마에 아가씨보다도 고야마 부인이 더 좋아하면서 “그런 요리라면 저희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요리긴 한데 유부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오토와 아가씨 “있지요. 유부 달걀 소스라고 해서 우선 유부를 두 장 잘라서 가늘게 썰어 일단 데쳐 놓고, 가쓰오부시 육수와 간장, 설탕을 넣은 물에 푹 끓인 뒤에 유부만 건져 낸 다음, 남은 육수에 전분을 넣어 걸쭉해지면 달걀을 넣어 잘 휘저어 풀어 준 뒤. 그 걸쭉한 국물을 아까의 유부 위에 뿌려서 내요. 이런 요리는 유부만으로도 꽤나 고급스러운 요리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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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정을 역으로 생각해 보니, 사람의 마음에는 누구나 제멋대로 하고자 하는 이기심이 있어서 나 역시도 이를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 나와 오다이 씨 사이에는 혈족 결혼의 폐해라는 것이 일단은 가로막고 있긴 하지마는 오다이 씨와 오토와 씨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다네. 만약 오토와 씨가 내 사촌이고 내가 오토와 씨의 집에서 학비를 받아 양가 어른들의 허락 아래 오토와 씨를 아내로 맞아들이기로 결정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말이지. 내가 오다이 씨를 거절하는 이유와 같은 각오로 오토와 씨를 거절할 수 있을까? 혈족 결혼의 폐해를 오다이 씨에 대해서는 마침 잘되었다며 좋은 핑계로 쓰고 있지만, 오토와 씨 앞에 그런 제방이 놓여 있었다면 마침 잘됐다고 생각했을 리가 없어. 나 스스로가 그런 제방을 타파하고자 하려는 마음이 되지 않았을까? 나 스스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생각만 하는 중이야. 그렇게 보면 나의 마음도 역시 이기적인 거지. 오토와 씨의 친절은 고맙다고 느끼면서 오다이 씨의 친절은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니까. 친절에 두 가지 다른 종류가 있을 리 없는데. 오토와 씨가 나를 위해 주는 마음도, 오다이 씨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도, 서로 그다지 다르지 않아. 그걸 내가 한쪽은 싫고 한쪽은 좋다고 하는 애증의 마음으로 판단하는 것이니, 그 죄는 내가 받아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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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생활 문제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생활 문제가 중요하다면, 집 안에서는 생활의 근원이 되는 부엌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엌의 일이 정돈되었는가 정돈되지 못했는가 하는 문제는 한 가정이 잘되는가 못되는가 하는 문제와도 관계가 깊습니다. 만약 저더러 기탄없이 비평하라 하신다면 이 부엌은 이 집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들이 거의 쓰지 않는 응접실은 2000엔 3000엔이나 돈을 들이면서, 가족 모두의 생활의 근본이 되는 부엌에는 아마도 그 10분의 1의 비용도 쓰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보는 김에 찬장을 한번 보시지요. 이런 이런 다마에 씨, 안쪽에 간장인지 뭔지가 쏟아져서 마룻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어요. 더군다나 찬장 안쪽 구석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는데 부엌 찬장은 매일 청소하고 계신 게 아닌가요?” 다마에 아가씨 “아뇨, 거의 청소하지 않아요”. 나카가와 “이런 이런, 응접실에 나와 있던 재떨이나 화로는 아주 깨끗하게 닦여 있던데요”. 다마에 “네, 그건 매일 광택을 내는 천으로 닦고 있으니까요”. 나카가와 “식품을 넣어 두는 찬장은 매일 청소하지 않으면서도 가끔 손님이 올 때 내는 재떨이와 화로는 매일 반짝반짝 닦는 것은 좀 이상하군요. 보시면 찬장의 천장에는 거미줄이 걸려 있고 죽은 벌레가 거미줄에 걸려서 흔들거리고 있는데 만약 저 거미줄이 끊어지면 식품 속으로 죽은 벌레가 떨어지지는 않을까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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