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 작은 고장 동상면에서 왜배기 대짜 물건이 돌출했다. 별다른 존재감 없이 살아온 촌로와 촌부들 중심으로 갑자기 시인 집단이 출현한 것이다.
손수 글로 옮기지 못해 구술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그 무명 시인들의 가슴속 통나무 안에 애당초 누가 그토록 영롱한 시심을 심어놓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신이나 사람의 조화가 아닌, 전쟁의 상처를 견딘 세월과 지지리도 곤궁했던 삶의 이력이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살 속에 박힌 모래알의 아픔을 체액으로 감싸고 또 감싸는 인고와 극기의 세월 끝에 마침내 은빛 영롱한 보배를 생성한 진주조개처럼 동상면 시인들은 갖가지 간난신고를 딛고 일어서면서 얻은 인생의 깨달음과 지혜를 오랫동안 내면에서 숙성시킴으로써 스스로 시인의 경지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탈속한 듯 깨끗한 심성과 꾸밀 줄 모르는 감성과 도저한 애향심 위에 우리에게 친숙한 농경 언어나 토착 정서의 때때옷을 입혀놓은 시편 하나하나가 사뭇 감동적인 독후감을 안겨준다.
- 윤흥길 (소설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
좋은 글을 쓰려면 잡학 박사가 되어야 한다던가. 숱하게 많은 삶의 경험을 익힌 동상면 사람들이다. 연석산, 운장산, 장군봉을 위시한 심산계곡 삶의 이야기를 씨 없는 고종시 감을 먹고 시(詩)로 엮어냈다. 직관과 사색으로 어떻게 살았는지, 그들이 본 것엔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등을 살피면서 한 편 한 편의 시가 바로 삶의 표현이자 커다란 발견임을 확인했다. 게다가 동상 사투리들이 당당하게 한몫을 하여 진솔함을 더해주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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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는 남녀노소, 5세 어린이부터 100세 할머니까지의 구술 시, 기성 시, 작고 시, 출향인 시까지 6부로 나누어서 엮었다. 이 한권의 책은 동상면의 역사와 삶을 해장국처럼 구수하고 따끈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있다.
동상면 사람들이 장엄한 대자연의 풍광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축으로 하여 은밀하게 교감한 세계를 보여준다. 자연의 질서와 인생과의 친화를 보여줄 수 있는 표본인 것이다. 포근하고 순수한 마음들이다.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과 나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하늘과 땅에 대한 감흥을 자신의 내면을 투사하여 그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노래한 것이다. 소소한 삶을 시로 엮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도시 완주군의 저력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 김현조 (전북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