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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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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나날

: 어느 한 독일 병사의 1차 세계대전 이야기

임정빈 | 북랩 | 2021년 03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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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62쪽 | 408g | 152*225*17mm
ISBN13 9791165396770
ISBN10 1165396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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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피츠 제독은 카이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카이저도 독일도 이미 이룬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에 빌헬름2세는 달리 생각하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평화의 길을 냅다 버렸다. 그는 제독을 보며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것이 우리 도이칠란트의 기상이지! 좋소! 그렇게 합시다! 그렇다면 모리츠 린커 경. 준비에는 얼마나 걸리겠는가?”
“제 생각으론 적어도 1910년 전에 완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개전 목표 시점은 1910년으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아, 아! 이날의 결과물이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다면.
아니면 한쪽이 만족하고 물러났더라면!
일어날 필요가 없던 전쟁일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한쪽의 마
음은 굳혀졌고 결국 모든 것을 삼킬 불씨가 되었다.
--- 「Prologue」 중에서

“좋았어, 우리가 이겼다!”
장병들은 전초전에 기뻐 소리쳤고 한스도 마찬가지로 기뻐 만세를 외쳤다. 그녀에게 돌아갈 길이 더더욱 빨라진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오토만 유일하게 기가 죽은 상태였지만 부대원들은 그를 다독이며 같이 만세를 외쳤다. 비록 바로 파리와 마른강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는 소식에 쉬질 못해 한숨을 쉬었지만 그래도 다들 기분이 상쾌했다. 아직까지 순탄하니 이대로라면 빨리 집에 돌아가겠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적어도 파리만 점령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곳에서 쉴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가자, 파리로! 가자, 집으로!”
다들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일선 보병들은 제국의 작전을 위해 희생할 것을 요구당해 더러워진 피복도 제대로 교체 받지 못할 정도였다. 한스는 피가 잔뜩 묻은 옷에 기분 나쁜 찐득거림을 느끼곤 벗어 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위에서 말한 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다들 희망찬 상태였다. 조만간 파리를 점령하고 집으로 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그들의 마음을 지배하였고 그 마음이 몸을 지배해주었다.
‘카를라에게 더 가까워지고 있어. 힘들어도 전쟁 영웅으로 돌아가는 거야. 멋지게! 그럼 그녀도 좀 더 날 남자로 보겠지?’
한스는 아직까진 희망찬 마음으로 다시 들리는 전진 소리에 발맞춰 걸어갔다.
--- p.62

바이어 중위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지금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니까. 온갖 이유를 들어 도덕을 행하지 않아도 되며 그게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틀린 말이었다. 마치 현실적인 이유로 도덕을 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도덕이란 현실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다. 도덕이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라서 그 룰을 깨트리지 않아야지 서로가 안녕한 것이었다. 이렇게 현실이란 핑계로 박살 낸다면 설사 전쟁에 이긴다고 해도 앞으로의 독일의 운명은 어찌 되겠는가? 한동안은 평안해도 복수에 눈이 먼 프랑스인들이 다시금 전쟁을 벌일 것이고 결국 독일의 아이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또 다른 세계대전이 다시금 발발할 것이 자명하였다. 고로 바이어 중위의 시각에서는 멍청하기 그지없는 그저 눈앞의 결과물에 급급한 말들이었다.
고로 그는 중대장 앞에서만 알겠다고 하고 바로 개인적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한스로부터 전해 들은 점령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폭행, 금품갈취, 강간 등등에 대해 써 내려갔다. 듣기로는 어느 여인은 여흥을 못 주었다고 한쪽 가슴이 잘려 나갔다고 한다. 이것은 독일의 명예가 아닐 것이다. 잘만 전달되면 제국 법무청을 통해 수상까지 직행으로 전달될 것이다. 물론 말단 장교의 편지가 큰 영향을 주진 못해도 독일의 양심은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바이어 중위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부디 이 땅에 정의가 바로 서길.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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