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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

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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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08g | 128*188*14mm
ISBN13 9788925579344
ISBN10 892557934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故정주영 회장의 동상을 보고 그의 업적에 감탄하며 고통을 잊은 듯한 시아버지와 바쁘게 돌아다니던 며느리가 한 프레임 안에서 겹쳐지던 장면 그리고 창 너머 병원 정원에 있는 대나무가 비바람에 흔들리던 모습은 마치 나의 앞날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 p.24, 「1장」 중에서

이렇게 누구의 처지에서 생각해도 답이 없는 모두가 불쌍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고달파지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단정 지어서 말할 순 없지만 대개 그 사람은 가족 중 가장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거나 그 상황이 답답해 견딜 수 없는 성질머리 더럽고 급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팀플레이 무임승차가 가족 안에서도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우리가 입 밖에 내길 꺼려할 뿐 잔인한 진실이다.
--- p.38, 「2장」 중에서

환자와 함께 지내며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은 하나라서 몸이 아프면 곧 마음도 아프게 되고 마음이 아프면 곧 몸도 아프게 된다는 것이다.
--- p.54, 「3장」 중에서

인척 관계인 며느리는 얼마든지 종료될 가능성이 있는 관계이니, 아무리 아침부터 밤까지 포카리 스웨트로 버티며 그의 침대 곁을 지킨 사람이 며느리인 나였어도 나는 최종적으로 수술 동의서에 사인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 p.76, 「4장」 중에서

시아버지는 과거 산업 역군으로 일하던 그때 그 시절로 타임워프 하며 섬망 증세의 정점을 찍으셨다. 온갖 중장비가 즐비한 곳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그의 모습은 70~80년대 빛나는 산업 역군의 한 명으로서 희망찬 장면 하나를 연출해 냈다. 그러나 2020년 한 대학병원 입원실에서 부활하기엔 매우 시기 부적절했고 무엇보다 수용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 p.88, 「5장」 중에서

분명 그의 눈은 나를 ‘도둑’이라 말하고 있었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감히 네가 어디에 손을?”이라고 말하는 눈빛이었다.
--- p.100, 「6장」 중에서

하지만 상상과는 다르게 나는 그 종소리를 단 한 번도 무시하지 못했다. 늘 몸을 일으켜 세워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달려갔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그렇게 최선을 다한 나는 아마도 평생 할리갈리는 하지 못할 것이다.
--- p.116, 「7장」 중에서

당장 눈앞에 죽음이 다가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때 뼈가 저리도록 깨달은 사실은 ‘당장 죽으면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채무가 있는 ‘채무자’였고 그 빚을 제대로 갚지 않고 삼도천 건너는 배에 몸을 실었다간 남은 이들에게 내가 존재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민폐가 될 게 뻔했다.
--- p.124, 「8장」 중에서

몇백만 원이 훌쩍 넘는 봉안묘는 2위 1실로 총 8위의 유골함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2인 1실 형태로 총 여덟 명이 입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말 애정이 넘치는 스위트홈이 아닐 수 없다. 그 얘길 들었을 때 내가 남편에게 건넨 첫마디는 “나도 거기 들어가야 한다고?”였다.
--- p.135, 「9장」 중에서

까맣게 흐르는 강물처럼 줄줄 흐르는 눈물 콧물을 손등으로 닦아가며 나는 결심했다. 딱 1년만 더 지금보다 열심히 살아보자고. 이 정도 결심이면 그 깡으로 1년만 더 살자고.
--- p.152, 「10장」 중에서

아무리 매일 씻어도 움직이지 않는 환자에게서는 특유의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는 걸 실제로 겪으면서, 보호자와 간병인의 편의를 위해 그녀의 머리카락이 무자비하게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눈빛이 점차 탁해지는 것을 느꼈다.
--- p.163, 「11장」 중에서

그래도 환자는 어쩔 수 없이 기대한다. 이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받는 따뜻한 눈빛을, 불행한 결과를 조금이라도 상쇄하는 희망의 말을.
--- p.178, 「12장」 중에서

그때 나는 남편에게 딱 이렇게만 말했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든, 항암을 하든 하지 않든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후회하게 될 거라고.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할지라도 모시고 있는 동안 우리가 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자”라고.
--- p.184, 「13장」 중에서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화장장에서 이 모든 것은 불타 없어진다는 걸. 그리고 불타버릴지라도 비싸고 좋은 것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늘 자식에게 아끼지 않고 퍼주기만 했던 부모의 모습이 장례식장의 자식에게서 나오게 된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모 자식의 역할은 물론 그 심정까지 바뀌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 p.210, 「14장」 중에서

운구할 때는 꼭 아리아나 그란데의 「7 rings」를 배경음악으로 깔아줬으면 좋겠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늘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마지막은 어쩔 수 없이 물질만능주의를 깔고 가야겠다.
--- p.223, 「15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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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삶이 남기는 가장 나중의 것은 죽음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고 삶을 떠나간다. 각별한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기록은 삶에서 죽음으로 돌아오는 여정과 다름없다. 언제 어떻게 돌아오는지, 끝끝내 도착한 죽음이 삶에 무엇을 남기는지 곁에서 알려주는 책이 여기 있다. 그리하여 내가 도착할 죽음에 대한 미래의 책이.”
- 유진목 (시인)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하늘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최선을 다해 잘 이별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아닐까. 이런 사유를 하게 해준 작가가 참 고맙다. 짧은 기간 많은 이별을 치러내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따뜻한 밥이라도 지어 대접하고 싶다.”
- 송정림 (작가)
“저자가 겪은 지난한 과정들을 접하며 손 써보지도 못하고 부모님을 떠나보냈던 나의 아쉬움이 조금은 옅어지는 걸 느꼈다. 보호자에겐 위로를, 의료인에게는 성찰을 전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 정현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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